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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Apr 10. 2023

미국 도서관에서 키운 아기

엄마 무릎에 앉았다가 기었다가 걸음마 했다가 뛰어다닐 때까지 함께.



 스토리타임에 눈을 뜨게 된 나는, 더 이상 일주일에 한번 가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적어도 주 3회는 출석해야 내 육아의 광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살고 있는 카운티에서 찾아보니 2-3km에 하나씩은 도서관이 있는 것이 아니던가. hooray! 심지어 옆 카운티에도 차로 20분 내외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많았다. 접근성이 좋은 도서관을 찾아보니, 규모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정도는 다 kid & baby friendly 한 공간들이었다. 모든 도서관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스토리타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요일마다 골라서 참석하면, 매번 같은 곳을 가는 것보다 아기도 나도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이 모든 스토리 타임 클래스들은 public library 에서 진행되기에, 100% 무료였다. (물론 공간상의 문제로 사전 예약을 한 사람만 참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많은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무료 스토리 타임 덕에, 소득에 상관없이 부모들도 지루한 육아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참 감사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센터의 아기들을 위한 수업들도, 사실 수강료가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런 수강료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모들도 있을텐데, 미국에서는 모두가 다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


 제이슨의 이유식 시간과 낮잠 시간을 피해 갈 수 있는 스케줄을 골라서 한번씩 트라이해봤다. 주차공간이 편한지, 스토리 타임 전후로 시간을 보내기에 괜찮은 곳들인지, 스토리 타임을 진행하는 공간이나 librarian 의 텐션(?)은 어떤지 경험해보고 제이슨이 특히 더 즐기는 것 같은 스토리타임들을 선택하여 매주 고정된 스케줄로 다녔다. 그러다보니 주 3-4일은 정기적으로 스토리 타임을 갔다. 이야말로 스토리 타임 모범생이 따로 없었다. 다닐수록 아기도 즐기는 듯 했다. “오늘은 어떤 곳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재밌는 공간을 탐색하게 될까” 하며 기대하는 듯도 보였다.


Jason name tag 달구 버블버블 스토리타임


파라슈트 날리며 즐거웠던 스토리타임


선생님한테 집중도 잘하고, 끝나고는 친구들이랑 장난감 가지구 옹기종기 놀았던



몇 달이 지나도, 여전히 즐거운 스카프놀이와 버블버블



개월 수가 올라가면서부턴, 선생님이 불러주는 노래와 해주시는 율동을 더 좋아하는 아기


 매일, 매주, 매달을 다양한 도서관의 스토리 타임과 함께 하면서 미국에서의 나의 육아는 몇 단계 레벨을 깬 것 같았다 (푸흡). 도서관을 찾아다니는 이유가 오로지 Story time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Story time 스케줄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지만, 도서관 자체만으로도 아가들에겐 좋은 놀이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가의 눈엔 온 세상이 새롭고 그 자체로 놀이터이다. 그 중 도서관은 좀 더 안전하기도 하고, 특히 미국 도서관은 엄마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덜 보고, 아기들을 놀게 할 수 있는 고마운 곳이엇다. 도서관만 가면 제이슨은, 자기와 같은 아가들부터 형아, 누나들이 많은 사실만으로도 벌써 재미있고, 넓은 키즈 존은 기어다닐 때부터 걸음마를 하던 시절을 넘어 뛰어다닐 때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 신나는 놀이터였다.

신나게 돌아다니기만 해도 정말 즐거운 도서관


 자체로도 신나는 공간이였지만, 몇몇 규모가 큰 도서관은 매우 훌륭한 키즈존(키즈섹션)을 따로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보드북과 그림책 등 아동/유아 도서 섹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책장 옆이나 사이사이에 아기 테이블을 놓아 두거나, 비지쥬, 퍼즐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지만 그것들만으로도 공간은 충분하게 채워진다. 제이슨은 실컷 돌아다니다가 힘들어지면(?…) 아기 의자에 앉아서 엄마랑 책도 보고, 크레용으로 컬러링북도 하고, 심지어는 집에서 싸온 간식도 먹기도 한다. 그러다가 또 실컷 돌아다니다가 (안 돌아다니는 건 내아들 인생에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은 일..) 살짝 지루해지면, 바닥에 앉아서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퍼즐, 인형, 블럭 등 장난감들도 사부작사부작 가지고 논다. 화려한 공간은 아니지만, 궁금한 것이 많은 아가와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엔 더할나위 없이 충분하고 훌륭한 놀이터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크레용으로 컬러링,, 아니 크레용 넣었다 빼기도 하고
혼자서 책장 사이사이를 기어다니다가, 책도 꺼내서.. 읽어보기도 하고(?)
책읽다가 지겨워지면, 옆에 장난감도 혼자 가지고 놀아봤다가, 누나들 가지고 노는거 구경도 해봤다가~

 특히 집에서 5분이면 갔던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키즈존 자체도 훌륭했지만, 그 안에 심지어 아기자기한 놀이룸이 있어서 스토리타임이 없어도 매일같이 출석체크를 했다. 얼마나 자주 갔던지, 도서관 스탭들이 항상 제이슨에게 “Hi, Jason, what’s up today?” 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주곤 했다.

제이슨이 어린이집 마냥 자주가고 좋아했던 Arilngtown playroom



제이슨이 가장 좋아하는 스토리 타임도, 이 도서관의 Anderea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스토리 타임 시작전에, 귀여운 오리인형과 소 인형으루 아기들과 인사를 해주었는데 그것때문인지 제이슨은 ‘제이슨 도서관 갈래?” 하면 “꽥꽥! 음메~” 하며 좋아했다. 도서관 안에서도 내 손을 잡고서 “꽥꽥, 음메~” 하며 스토리 타임을 하는 오디토리움으로 끌고 가던 모습은 정말 귀엽다.


 한국에서도 책 냄새 물씬 나는 도서관에서 아기와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제이슨의 infant, toddler 시절을 함께 보낸 도서관에서의 기억들을 오래오래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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