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2
그녀는 그런 나를 잠깐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뭔가 있는 거죠, 그쪽씨. 엄청 사연 있는 사람 같아요. 이제 조금 알겠어요.”
그녀는 잠시 웃었다가,
시선을 접시로 돌렸다.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말하고 싶을 때 말해요. 우리 친구잖아요.”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여행 첫날인데, 그런 얼굴로 있을 거예요? 식겠어요, 얼른 먹어요.”
애처럼만 보이던 그녀가
잠깐은 어른처럼 보였다.
“네, 고마워요. 배고프네요.”
나는 조용히 카레를 한 숟가락 떴다.
그러다 문득 물었다.
“제가 궁금해요?”
그녀의 손이 잠깐 멈췄다.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손끝이
허공에서 머물렀다.
“아, 아뇨? 누가 궁금하대요?”
그녀는 눈을 피하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냥 물어본 거예요. 아무 뜻 없어요.”
“그래요? 알았어요. 뭐, 그럼 말고요.”
그녀는 괜히 카레를 한입 더 떴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에… 알려주려던 거예요?”
“네. 궁금하다면요.”
“궁금해요. 알려줘요. 도대체 그쪽은 뭐예요?”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입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거짓말이에요. 나중에 알려줄게요.”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내 표정을 살폈다.
“흥… 괜히 물어봤네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접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숟가락을 든 채로 멈춰 있었다.
'그러게 나는 뭘까..'
그녀가 그걸 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안 먹어요?”
그리고는 별다른 생각도 없이
자기 숟가락으로 내 접시에서 한입 떴다.
아무 망설임 없이 내 앞으로 가져왔다.
“입 좀 벌리세요.”
나는 반쯤 웃다 멈췄다.
“뭐, 뭐 하는 거예요.”
그녀는 대꾸도 없이
그 숟가락을 내 입에 밀어 넣었다.
짧은 정적.
그녀는 그제야 손을 거두며 크게 눈을 크게 떴다.
“…아, 응? 아, 아니 이건 그냥 흠흠…
하도 안 먹으니까요.”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나도 괜히 물 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고
말없이 숨을 고르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입 안의 온기가 괜히 오래 남았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들키기 싫었다.
“그러니까, 이제 생각은 버리고 먹어요.
분명 나쁜 생각이겠죠”
그녀가 괜히 다른 곳을 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러죠.”
나는 짧게 대답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카레를 한입 떴다.
나도 따라 숟가락을 들었지만,
아까보다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고,
식당 안의 공기가 조용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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