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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의 전화, 아직 보내지 못한 메시지

연락할까 말까, 그 짧은 망설임

by 추설

가을밤은 이상하다.

조용한데, 마음은 유난히 시끄럽다.

창밖에 바람이 불고,

책상 위엔 꺼내지 못한 말들이 쌓여간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켜고,

이름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다시 꺼버린다.

그 이름을 누르는 일은

아직도 어렵다.

한때는 하루에 몇 번씩 연락하던 사람.

오늘은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하면서도

한 줄의 메시지도 보내지 못했다.

“잘 지내?”

그 짧은 네 글자가

이토록 무겁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밖에서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문득, 그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가을의 공기엔 이상하게

그 사람의 이름이 섞여 있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왜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남아 있을까.

단지 익숙해서,

아니면 아직 덜 잊어서일까.

그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은 여전히 흐릿하다.

나는 잠시 메시지를 쓴다.

“오늘, 갑자기 네 생각이 났어.”

그리고 다시 지운다.

보내지 않은 문장은

언제나 가장 진심에 가까운 문장이라 했다.

라디오에서 옛 노래가 흘러나온다.

익숙한 멜로디 속에

어딘가 익숙한 슬픔이 있다.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가을밤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

솔직해질수록 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그건 아직 남은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끝났다는 걸

서로 알고 있기 때문일까.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든다.

이름을 클릭하고,

입술 끝이 떨린다.

“잘 지내지?”

그 한 문장을 쓰고,

이번엔 지우지 않았다.

보내진 메시지는 아무 대답 없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금은 편안했다.

올가을이 유독 빠르게 끝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표지.jpg 작가의 로맨스 출간 도서 『세상에 없던 색』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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