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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chu Pie Jan 13. 2019

Connecting the dots

똥구슬이라도 꿰면 보배.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은 너무 유명해서 사실 첫 매거진의 첫 글에서 꺼내 쓰고 싶지 않았다.  병맛이 될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그것보다 따뜻한 게 없어서) 입고 나가야 하는 기분이랄까.

튈 줄 알고 입어보니 보호색이네

(Image Source - Fashion Insight)


그래서 짧게 쓰겠다.


많은 사람들이 칭송했던 이 commencement 연설은 실로 주옥같은 말들이 많아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여러 방향으로 해석되고 전해졌다.  나는 그 '주옥' 중 바로 첫 번 째 주제, <Connecting the dots> (지난 단편적인 점들을 연결해 보니 하나의 테마가 보인다, 정도로 해석하면 너무 긴가)를 가장 좋아한다.  


Reed College를 중퇴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정규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져, 미국 서예 (Calligraphy) 수업을 듣기로 한 이야기를 한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답고 절묘한 서체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훗날 매킨토시가 아름답고 다양한 서체를 보유하는 데에 큰 영감을 줬다고 한다.  돌이켜보니.  


물론 결과론일 수 있고 그 수업을 안 들었어도 매킨토시는 여전히 아름다웠을 수 있다.  어차피 Ctrl + Z 할 수 없는 인생인 만큼, 다시 살아 보지 않고서는 지금의 나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절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나의 선택을 믿을 수는 있다.  나중에 어떻게든 연결이 되고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겠지, 하고.  내 지금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 없고, 사실 알 필요도 없다. 

  

연설 중에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한다.

Again,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This approach has never let me down, and i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in my life.

"미래를 내다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어.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점들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알게 될 뿐이야.  그러니 점이 어떻게든 미래에 연결되리라고 믿어야 해.  무언가를 믿어야 한다고.  이를테면 너의 배짱, 운명, 인생, 업보, 아니면 뭐든.  이런 생각은 단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고, 실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어."


두 번째 주제인 사랑과 상실 (love and loss)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 말이지만 이런 말도 한다.  겨우 서른 살 즈음에 2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회사 (애플)를 만들어내고 곧 그 회사로부터 해고된 이야기를 하면서 한 말이다.  

I didn’t see it then, but it turned out that getting fired from Apple was the best thing that could have ever happened to me. The heaviness of being successful was replaced by the lightness of being a beginner again, less sure about everything. It freed me to enter one of the most creative periods of my life.

"그때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어.  사회적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새로운 시작이 가진 가뿐함으로 바뀌었어.  (다시)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 된 거지.  그리고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가 시작된 거야."    


그 이후는 모두가 잘 알듯이 넥스트와 픽사를 창업하고 결혼도 한다.  픽사는 토이스토리로 대박이 나고 넥스트를 애플이 매입하면서 잡스도 애플로 돌아오게 된다.  애플에서 해고된 것은 당시에는 처절한 패배이자 실패였다고 생각됐지만, 지나고 보니 전혀 다른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해고되지 않았다면 경험하기 어려웠을. 


Connect the dots.


이 한마디 말은, 내가 저질러 온 말도 안 되는 수많은 삽질 속에 사실 희망이 있다고 나를 위로해준다.  앞으로도 계속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살아내봐,라고 잡스 형님이 얘기해주는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갈매기살 한 점 집어삼키고 소주를 목으로 들이켠다.  그러면 잡스 형님이, '맛있냐, 건배는 하고 먹어야지' 그러는 거다.    


이 매거진은 그런 이야기들을 담을 것이다.  나의 '서예 수업' 이야기와 나만의 '매킨토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나도 나만의 dots를 connect 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이기적인 매거진이군.


그래도 똥구슬이라도 꿰면 보배가 될 거야.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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