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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추나한의원 Dec 14. 2018

공진단의 과거와 현재

망원동한의원에서 알려드립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공진단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간략하게 돌아보자면, 1196년 왕구가 집필한 시재백일선방에서 손림의 처방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드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1227년 위현의 위씨가장방에서도 기재되었으나, 처방이 약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337년에는 위역림의 세의득효방에 처방이 실리면서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1196년 손림의 처방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현재 우리가 복용하는 공진단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이번 '공진단 매거진' 3화에서는 공진단의 첫 탄생부터 2018년 현재의 공진단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화에서 알아본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효능과 적응증 등과 같이 실질적인 임상 내용이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조금만 참아주세요. 많은 정보들을 취합, 정리하여 매거진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1196년 공진단 탄신일

1196년은 공진단이 태어난 날입니다. 공진단은 중국 남송(南宋) 시대 제4대 왕 영종(寧宗:1194년~1224년) 때 명의로 알려진 손림의 처방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처방은 남송 때 의학가인 왕구(王璆)라는 사람의 노력으로 1196년에 시재백일선방(是斋百一选方)이라는 20권에 달하는 의서가 편찬되었으며, 제18권에 손림(孙琳)의 처방으로 공진단(拱辰丹)이 기록되었습니다.


훗날 세의득효방의 처방과 내용이 동일하며, 지금의 공진단 처방과도 동일합니다. 위역림이 1337년에 공진단의 처방을 세의득효방에 동일하게 기록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때, 이 저서를 참고하여 공진단의 효능과 처방을 기술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1227년 공진단 31살 되던 날

이후에 등장한 문헌을 살펴보면 1227년에 언급된 위씨가장방(魏氏家藏方)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송시대 위현(魏峴)이 집필한 의서로써, 위역림의 세의득효방보다 100년이 앞서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림과 위역림이 기술했던 공진단의 처방과는 그 구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핵심 약재인 '사향'이 빠졌다는 것입니다. 현재뿐 아니라 그 당시에도 역시 사향은 구하기 어려운 귀한 약재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위현은 공진단의 사향을 '침향'으로 대체하고, '부자'를 추가하였습니다. 공진단이 등장하고 31년이 되는 해에 공진단 가감방이 탄생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자를 추가한 위씨 공진단의 효과로는 "溫煖子宮 久服能令有孕 (온난자궁 구복능령유잉) / 자궁을 따뜻하게 하여 오래 먹으면 능히 임신이 되게 한다."를 들 수 있습니다.




1337년 그때 그 시절

1337년 위역림의 세의득효방에 기록되면서부터 공진단은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무려 141년 전에 공진단의 처방이 언급되었을 때는 큰 반응이 없다가 위역림이 세의득효방에 언급하면서 유명해진 공진단,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유는 위역림이 명성 있는 의사였기 때문입니다. 위역림(1277년~1347년)은 5대에 걸친 의사 가문의 의사였습니다.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모두 각각 내과, 정형외과, 소아과에 해당하는 진료를 했으며, 큰아버지 역시 안과질환 치료로 유명했다고 하니 그 명성과 위세에 대해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역림 역시 20세부터 의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마취 기술과 접골 기술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당시 말을 타고 다니며 부상을 많이 입던 몽골족, 즉 원나라 조정까지 그 기술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위역림이 원나라의 조정에 바치게 된 약이 바로 공진단입니다. 이때 공진단의 효과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원나라의 조정에서 황제, 황태후, 황제의 아들까지 대대로 복용하게 되면서 황제의 보약으로 불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1425년 공진단, 조선에 발길을 들이다.

공진단이 처음 우리나라의 땅에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입니다. 조선시대 가장 위대한 왕으로 알려진 세종대왕에 의하여 들여오게 됩니다. 세종대왕께서는 중국의 의학서적을 인출하는 작업을 명하였으며, 세의득효방이 세종 7년인 1425년에 조선에서 간행되면서 공진단이 기록된 의서가 조선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보약 중 보약인 공진단, 승정원일기에도 실리다.

조선의 임금 중 공진단을 사랑한 왕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선시대 왕이 공진단을 복용한 기록은 왕의 생활을 기록한 '승정원일기'에 나와있습니다. 조선시대에 공진단을 복용한 왕에 대한 내용은 '공진단 매거진' 4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 의서 방약합편에도 공진단이 실리다.

방약합편은 조선 후기에 나온 의서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서(明書)입니다. 방약합편에 나와있는 처방의 대다수는 현재까지 이어져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처방이 많습니다. 방약합편은 상통, 중통, 하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진단은 '상통'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상통에 있는 처방들은 오랜 기간 복용해도 문제가 없는 보약이 많습니다. 공진단 역시 오래 복용할수록 효과가 좋고 빛을 발하는 처방입니다. 방약합편에서 공진단은 체질적으로 허약한 사람이 복용했을 시 기(氣)를 북돋아주어 수(水)를 오르게 하며, 화(火)를 내려 백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1613년 공진단, 허준의 눈에 뜨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1596년 선조의 명으로 시작하여 1610년에 완성, 1613년에 간행되었습니다. 허준(許浚)이 쓴 동의보감 허로(虛勞)문에 공진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공진단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남자가 장년이 되었는데, 진기가 오히려 약한 것은 원래 약하게 타고난 것이지 허해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함부로 조(燥)한 약물을 쓸 수 없다. 또, 기르고 보아는 약은 많으나 약기운이 약하여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다만 천원(天元)의 기를 튼튼하게 하여 수승화강이 되면 오장이 저절로 편안하고 온갖 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니 이 처방으로 치료한다.

즉, 공진단은 보(輔 도울 보)하는 효과가 크지만 몸을 조(燥 마를 조)하게 하지 않고, 수승화강을 도와 오장을 편안하게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보약 중의 보약 공진단은 세의득효방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이후 경종, 정조, 순종, 철종 임금에게 처방되기도 했습니다. 역대 왕들이 공진단을 복용했던 이야기는 '공진단 매거진' 4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00년대 공진단
논문으로 효과가 입증되는 시기 / 질환에 응용 / 보약으로 효과

2018년 공진단의 오늘

오늘날의 공진단에 대한 여러분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잦은 전쟁으로 긴장하고 지친 원나라의 영종처럼 현대인들 또한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죠? 황제만이 먹을 수 있었던 공진단, 현재도 귀한 보약이지만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이 되었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피로가 심하신 분, 수술이나 큰 질병으로 체력이 떨어지신 분, 잦은 음주로 약해진 간 건강을 되찾고 싶으신 분, 집중력과 기억력이 필요한 수험생, 원기회복에 필요한 부모님, 스테미너가 떨어져 고민이신 분들 등 다양한 분들이 공진단을 복용하고 있는 이 모습이 바로 오늘날의 공진단입니다. 이제는 황제의 보약이기보다, 현대인의 필수 보약이 된 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공진단과 현재의 공진단이 다른 한 가지는 우리는 금박을 입힌 후에 복용한다는 것입니다. 금박을 입히게 되면, 사향의 효능이 줄어드는 것을 최대한 막아주며, 금박이 가지고 있는 효능까지 더해지는 것이 지금의 공진단의 모습입니다. 과거보다 조금은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공진단의 내일

앞으로 공진단의 내일은 어떠할까요? 쉽게 예측할 수 없으나, 더 많은 논문과 실험을 통하여 공진단의 효과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며,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내일이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미 CITES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사향노루, 인간의 욕심으로 멸종의 위기에 놓인 사향노루가 결국 멸종을 맞게 된다면, 황제의 보약인 공진단을 잃어버리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진단의 내일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여러분의 내일은 건강하실 것 같은 좋은 예감과 확신이 듭니다. 내일의 건강을 생각하며, 즐거운 오늘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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