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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와 지몽 Mar 06. 2019

처절하게 사회생활 리뷰
"저도 자원봉사자는 아니거든요"

사회생활은 자원봉사가 반

야근은 평범한 것이다. 연봉이 동결되는 것도, 주말에 일을 하는 것도, 새벽이고 퇴근 후고할 것 없이 상사한테 카톡이 오는 것도 대부분 특별하지 않다. 제대로 된 돈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도, 툭하면 상사한테 불평불만 짜증 치레를 감당해야 하는 것도, 일이 쌓여있어도 더 받아야 하고 월급은 알바만도 못하다.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닌가. 대학만 가면 끝인 줄 알았던 인생, 더 더럽고 비참한 앞날이 놓여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editor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쓰는 철물점닷컴, 지몽




더러운 내 사무실 1년 전 사진

비참한 내 연봉

귀여운 월급


내 월급을 들은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그렇게 받는다고?” 예, 아빠 딸내미가 그 정도 위인밖에 안됩니다. 20년 전 아빠가 다니던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을 내가 받고 있었다. 물가가 그렇게 많이 올랐는데 왜 연봉은 그대로래요? 아이스크림은 이제 1,000원짜리가 없고 200원이었던 과자는 어느샌가 800원으로 올랐다. 능력 있는 사람을 요구하면서 돈은 적게 주고, 이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불합리하고 부당한 돈을 받으면서도 살아야 하는 것은, 이거라도 받아야, 이거라도 받으면 나중에 더 좋은 회사로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야 부모님이랑 사니까 돈을 모을 수 있는 여건이나 되겠지만, 자취하는 친구들은? 학자금 대출은 또 어떤가. 첫 직장은 팀장이 ㅁㅊ년이었는데 어딜 가나 그런 ㅁㅊ년은 다 있다고 해서 참아야 했다. 6개월 버텨서 번 돈은 모두 학자금 대출을 갚았고, 퇴사하자마자 제주도로 도망쳤다. 난 집에서 늘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때때로 야근을 할 때,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 돈은 제일 적게 받을 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부당하고, 불합리해. 경력이 많은 사람은 연봉도 많이 받는 다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주거나 그만한 일을 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경력이 많을수록 이 사회라는 곳은 그냥 더 많은 돈을 주고 일은 덜 시킨다. 그게 너무나 당연해서 다들 그 같은 순리를 밟으려고 한다. 이상하지 않아? 학생 때는 학년이 높을수록 더 어려운 공부를 하는데, 왜 회사는 다른가요. 물론 업무 종류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다. 자기 일은 자기가 스스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회는 그런 곳이다. 드럽고 부당하고 불합리하다. 견뎌야지 돈을 벌고, 행복과 삶의 안녕을 받치고 불행을 얻는다. 다 그러고 산대요. 그러니 나도 그러고 살라네. 이게 정상인가요?



저도 자원봉사자는 아니거든요


회사가 망해가는 건지, 어쩐 건지. 중요한 말은 하나도 안 해주고 내내 상황을 피해 가던 상사가 뒤늦게 회의를 하겠다며 찾아왔다. 5시 40분 즈음. 사원들이 퇴근해야 된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고려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올해는 연봉 동결입니다, 라는 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지도 먹고살아야 하고, 회사가 어렵다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런데  “연봉이 뭐 바뀌거나 하지는 않고 그대로 갈 거야. 그래도 한두 달 뒤에는 다시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삭감하다는 건가?)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뭐라는 거야!)” 일한 만큼 못 받아도, 그래도 오래 일한 사람에 대해서는 챙겨줘야 맞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그거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라도 가져야 하는 건 아닐까. 자선사업가요? 돈 주고 사람 쓰기 싫으면 쓰지 말아야 하는데, 봉사를 원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미안한데요 아저씨. 저도 자원봉사자는 아니거든요. 누굴 호구 병신으로 아나. 아이고 드럽다. 드러워. 퇴사는 매일 마음에 품고 산다. 이게 사회생활이라니.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어! 때려치울 생각으로 회사를 다닌다.  우리가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지, 자원봉사자는 아니잖아요. 내가 왜 봉사를 해. 야근을 하고, 밤낮 새벽 없이 카톡은 까톡까톡, 주말에도 원고를 쓴다. 세금 더 내야 된다고 사원들을 프리랜서로 등록시키더니 이제는 필요하니까 고용보험을 해주겠단다. 그럴 거면 봉사자를 구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아직도 봉사 ing. 한국 사회는 자원봉사로 가득하다. 이럴 바에는 알바를 하지! 



사회생활 리뷰는 결국 상사의  욕으로 끝난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상사와 꽤 친한 편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회사를 좋아하고 계속 다닐 수 있는 이유에 속하기도 했다.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나를 뺀  모든 기자들이 한꺼번에 퇴사를 한 적이 있었다. 오로지 두 달 동안 상사와 둘이서 한 권의 잡지를 만들어야 했다. 난 겨우 1년 된 신입 기자였고, 그 모든 책임과 부담을 홀로 지어야 했다. 상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일을 하지 않았고 온갖 변명을 던지며 출장을 떠났다.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그렇게 혼자 잡지 마감을 끝냈고, 이때는 무책임한 그 사람에게 약간의 실망을 하게 되었다. 근데 이건 그냥 시작에 불과했다. 시작이라니, 아직도 기억난다. 6월 6일 현충일, 빨간 날에 취재를 나가는 사람들은 평일에 하루 쉬라는 말을 '회의' 시간에 했다. 나는 사실 1박 2일로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당시의 말도 안 되는 감독의 일정을 맞추느라고 휴일을 희생해야 했다. 생리통도 심해서 겨우겨우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음 날 쉬어도 되냐고 했더니 "몇 시간 일하셨죠?" "네 시간이요." "그럼 네 시간만 쉬시면 되는데 그냥 쉬세요. 계산하시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냥 쉬세요"라는 이야기를 카톡으로 주고받았다. 


이때 나는 내가 여태까지 회사에서 희생했던 내 모든 주말과 공휴일과 새벽 출근과 야근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단 한 번도 주말에 출근했으니 평일에 하루 쉬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주말에 취재를 가라 했을 때도 알았다고 하며 떠났고, 출장 때문에 쉬지 못하고 바로 출근했어도 나는 그냥 회사에 나왔다. 거기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거나 힘들다고 토로하지 않았다. 계산? 계산을 했다면 내가 늘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사무실에 30분 일찍 출근해서 혼자 야근까지 하고 갔을까. 나는 이날 인간적으로 상사에게 실망했고 배신감을 느꼈으며 내가 다니는 회사의 목줄을 스스로 풀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자존심 상하지만 상처 받았다. 그런 사람을 좋아했다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가 너무 병신 같았다.  이런 게 사회고, 이런 게 회사라니. 왜 사람들은 계산적일까. 그날 새로 들어온 회사 선배 H가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더라면, 같이 욕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때 나는 당장 거기를 박차고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나는 그 이후로 같은 일을 여러 번 당했다.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주는 일은 늘 있는 일이었다. 툭하면 다른 기자들한테 하지 못하는 화풀이를 내게 했고, 일을 왕창 시켰고, 그러면서 변했다고 (유치하게 변하긴 뭘 변해) 말하면서 면담을 하지 않나, 당당하게 일 시키는 게 편해서 앞으로 일을 더 많이 줄 거라는 말도 했다.  내 머릿속에는 퇴사 생각뿐이었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만둘 거야!!" 하고 소리 지르면서 울었다. 엄마도 같이 울었다. 왜 항상 나는 같은 취급을 받는 걸까. 그 사람들이 잘못된 건데, 엄마는 내가 문제라고 한다. 너무 쉬운 내 성격이 문제라고. 


다들 이렇게 산다고 하는데, 이게 정상인가.

그래서 결심했다. 

조만간 퇴사한다. (진짜로)

여름이 오기 전에 훌훌 털어버리며 웃으며 즐거운 인생 리뷰를 남겨야지. 

그게 지금의 작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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