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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와 지몽 Mar 11. 2019

여행기자는 완벽한
등가교환하는 직업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뒤로 넘어져서 코가 깨질지도



내가 여행기자가 되었을 때, 엄마는 이보다 더 어울리는 직업은 없다고 말했다. 혹자는 부럽다,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냐, 자리가 나면 알려 달라, 뭐가 필요하냐, 글을 잘 쓰면 되는 거냐 등등을 물어본다. 아직도 사람 안 구해? 라면서 갑자기 카톡으로 옆구리를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좋기는 좋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인생은 등가교환이다. '강철의 연금술사' 만화책에서도 나오지 않나. 인생은 등가교환,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많다. 아마도 나는 두 번 다시 여행기자의 삶으로 돌아오지는 않지 않을까.


editor : 잡다한 모든 이야기를 쓰는 철물점닷컴, 지몽


첫 출장에 가서 찍은 첫 사진. 초점 실종, 매우 어두움 주의.




여행기자의 삶을 정의해 본다면


여행기자의 종류도 다양하다. 나의 경우는 월간 여행 매거진 소속이다. 그외에는 일간지(조 중 동 등등등이 되시겠다)의 레저, 여행, 관광 담당 기자가 있고, 주간지와 격주간지 그리고 업계지가 있다. 업계지는 호텔, 관광, 항공, 관광청, 여행사 등 관광업계에 배포되는 신문, 잡지 등을 말한다. 그 외에는 또 뭐가 있을까. 요즘은 인플루언서라고 인스타그래머, 블로거, 유투버가 대세다. 그들로 인해 미디어의 힘이 대폭 감소된 경향도 없지 않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세에 따라서 콘텐츠의 질을 따지기보다는 노출과 예쁜 사진이 사람들을 매혹한다. 아니 그러니까 누가 요즘 긴 글을 읽냐고. 매번 긴 글을 쓰는 우리도 말한다. 누가 요즘 긴 글을 읽어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장문의 글을 써야 한다고, 그래서 더욱더 길게 쓴다는 한 선배의 말을 듣고 나도 맘을 고쳐먹었다. 내 궁극의 꿈은 소설가니까. 글을 멀리하지 말아야지.


아무튼 한 달에 한 권의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여행기자는 한 달을 먼저 살아간다. 여름에 가을 기사를 쓰고, 겨울에 봄꽃 사진을 찾아다닌다. 한 달이 2주처럼 흘러간다. 사무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시간만 따진다면 정확히 2주. 나머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취재를 하건, 행사를 가거나, 취재를 하거나, 다. 정말 잘 나가는 매거진은 한 달에 출장이 두 번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메이저급은 아니었지만 잘 자라나고 있는 매거진이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꼭, 출장을 가곤 했다. 나는 막내였는데 내가 입사하고 난 6개월 뒤에 처음으로 대만에서 크루즈를 타고 여행하는 출장을 갔다. 그걸 시작으로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많게는 한 달에 세 번까지 해외 출장을 나갔다. 회사를 2년 되었는데, 생일은 모두 타국에서 보냈다. 다행히 쓸쓸하지 않았다. 생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남들이 본다면, 쟤 또 여행 가네, 쟤 또 어디 나가네, 부럽다, 하겠지. 물론 좋다. 좋은 건 좋은 거다. 남들 다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일할 때 밖으로, 그것도 해외로 (심지어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더더욱) 나가서 다양한 곳을 둘러보고 이국의 음식을 먹고, 또 좋은 호텔에서 잔다. 사진을 찍고,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돌아다닌다. 어떻게 보면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좋긴 좋았지만 덥고 땀이 줄줄 났고, 비린내가 심했다.



여행 같은 출장을 떠나는 것


사람마다 다르긴 하다. 누구는 즐거울 수 있다. 나는 글쎄, 모르겠다. 처음에는 내가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해서 즐거웠다. 고마웠고, 감사했다. 박물관이나 관광지는 절대 가지 않는 나로서는 진짜 유명한 관광지와 레스토랑, 호텔에서 자는 것이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여행자의 삶을 잠깐 살았기에 늘 호스텔과 1유로밖에 안 하는 바게트를 먹고, 두 발로 걸으며 사진은 찍고 싶을 때만 찍고, 카페나 펍에서 하루 종일 앉아 책을 읽거나 엽서를 썼던 과거의 나와 여행기자의 삶을 사는 나는 분명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좋은 건 이런 거다. 많은 나라를 가고, 자주 가고, 많이 먹고, 내 돈은 거의 안 든다. 예를 들자면 나는 분명 몰디브는 내 돈 주고 절대 가지 않을 정도로 나 자신에게 메리트가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취재를 빌미로 풀빌라에서 혼자 잤다. 모히또나 마시면서. 물론 쉬는 시간 틈틈이 원고를 썼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고, 쉬는 시간은 없었지만. 이런 것들. 내가 가지 않을 곳, 가보지 않을 장소, 먹지 않을 음식과 경험 등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



그보다 더 명확한 단점은 사실 케바케


그러나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주말이 없다. 하루 근무 시간을 초과한다. 시차 적응의 시간적 여유도 없고, 물론 한국에 와서도 그렇다. 때때로 노트북을 들고 가서 원고를 보거나 쓰거나 한다. 사진이 혹시 다 날아갈까 매번 걱정해야 하고, 모든 풍경을 눈이 아니라 사진의 뷰파인더를 통해 먼저 본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으로 찍는 시간이 더 많다. 그 와중에 가이드나 담당자의 말을 들으며 외워야 한다. 외우지 못하니 휴대폰 메모장과 음성 녹음 파일함은 꽉 차있다. 사진이 흔들리면 안 되니까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찍어야 하고, 다른 기자들보다 더 좋은 사진 멋진 풍경을 찍으려고 한다. 콘텐츠가 부족할 때는 밤늦게 나와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내 돈을 주고 뭔가를 사 먹거나 새벽 일찍 일어나서 마을이라도 둘러보며 기삿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회사가 돈 다 주지 않냐고? 천만에, 돈을 주겠냐고요. 그렇게 한국에 오면 찌들어 있다. 쉬는 날을 주는 것도 아닌지라 나가서 다른 기사에 대한 자료를 찾고 전화를 돌린다. 그 와중에 상사의 뒤치다꺼리는 모두 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주말에는 거의 잠만 잔다. 


진짜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나는 그렇다. 일단 내 시간이 없다. 전 혀 없 다. 만들면 있다. 본인이 체력이 우수하다면, 뭐 그럴 수 있지. 나도 초반에는 친구들을 막 만나고 다녔다. 다만 집에서 개인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다음에는 약속을 어기게 된다. 갑자기 잡힌 출장 때문에 여러 약속을 동시에 취소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더 이상 약속을 잡지 않게 되고, 친구들은 언제 보냐고 성화다. 이런 상황을 설명해주어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 한 달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너무, 너무나 빠르게. 눈 감았다 뜨면 1년이 지나버린다. 뭘 했는지 어딜 갔는지 기억 정리가 잘 안된다. 출장 갔다 와서 기사 쓰고, 마감하고, 책 나오면 또 출장. 이런 삶의 반복이다. 이러다가 한 달 출장이 없어지만 바닥부터 지독한 허무함이 치밀어 오른다. 정말로, 삶이 순간 다 재미없어진다.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가끔 기억이 안나고, 이와중에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보이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는 그들의 무지에 화가 날 때도 많다.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뚝뚝 나더라. 여행이 아니예요, 여행이 아니라니까요; 



기사를 쓰는 일


여행기를 쓴다니 누가 보면 멋진 일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글을 쓰지 못한다. 그건 전적으로 편집장을 위한 글을 쓰게 한다. 그가 원하는 내용의 원하는 스타일의 글을 쓰다 보면 나중에는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했는지, 뭘 써야 하는지, 이게 과연 '내 글'인지 알 수 없다. 나는 항상 어떻게 써야지 내 개성을 살리면서 편집장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좋은 기사를 쓰고 싶었고, 좋은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 글을 쓰고 싶은 욕구만 강해졌다. 여행도 그랬다. 출장을 갈 때마다, 다른 나라에서 머무를 때마다 나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원래 내가 했던 여행. 배낭을 메고 두 발로 걷는 여행. 누군가에게는 호화로운 호텔에서 자고 맛있고 비싼 음식을 먹는 게 여행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게 아닌지라 늘 해외로 나가도 여행을 꿈꿨다. 늘 지금도 그렇다. '내' 것을 하고 싶다.


근데 뭐, 이것도 내가 불평불만 투성이에 특수 케이스라서 그럴 수 있다. 여행기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행복한 직업일 수 있지만. 그러니 인생은 등가교환이고 케바케지만 내가 잃은 것은 얻은 것만큼 크다. 그러니 제발 쉽게 덤비지 말 것. 여행을 하고 싶다면 그냥 본인의 여행을 떠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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