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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빠무

프롤로그 2025.8.3

by 이철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는 계단을 내려가서 코너를 돌자 여러 젊은 여러 사나이들이 늘어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내들은 계단을 내려온 남자를 향해 모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고개를 다시 든 사람들은 계단을 내려온 남자 뒤에 따라오고 있는 여자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 여자는 예쁘장한 편이었으며 약간은 퇴폐적인 분위기에 이를 풍기고 있었다.


검사와 퇴폐적인 여자의 조합은 이들 사회에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방탕한 생활을 하던 검사가 부인과 이혼하고 평소 자주 다니던 룸싸롱의 마당 등과 살림을 차리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너무나 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공공기관 더군다나 국정원에까지 그런 여자를 데리고 온다는 것은 결코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자는 자신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자 싱긋하고 웃었다. 이 또한 보통 검사를 따라 들어온 여자들이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여자는 상당히 센스 있게 옷을 입고 있었지만 유흥가의 냄새가 나는 그런 패션이었고, 화장 또한 점잖는 양가집 사모님이라기보다는 유흥가나 연예계의 화장에 가까운 것이었다.


당연히 몸매나 패션 센스도 상당한 것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 기묘했다. 그리고 여자의 얼굴에는 약간 푸르다고 할까, 녹색이라고 할까 그러한 빛깔이 고개를 좌우로 돌릴 때마다 얼굴의 사이드 쪽으로 햇볕이 부딪혀서 산란되는 쪽에 비쳐 보였다. 일반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국정원의 숙련된 요원들의 눈에는 그 또한 놓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잠시 사내들의 관심을 즐긴 듯해 보이는 여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남자의 등 뒤로 다시 숨었다. 남자는 오만방자한 태도로 국정원의 남자들에게 말했다.

"어디에 있나?"

그러자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인사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이쪽입니다 하고 외치고는 길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남녀 두 사람은 어둡고 길어 보이는 복도를 이리저리 돌아야 했다. 그리고 결국 도착한 곳의 문에는 바로 의료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의료실로 들어가자 이미 대기하고 있었던 의사 또는 의사, 그리고 간호로 보이는 사람들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시체인 듯한 물건이 흰 가운을 덮어쓰고 있는 침상으로 안내했다. 남자는 예의 그 거만한 표정으로 말도 꺼내지 않고 국정원의 팀장으로 보이는 국정원 사람을 향해 고개를 까딱했다. 그러자 길을 인도했던 국정원 간부가 시체를 감아서 던 하얀 가운을 내렸다.


얼굴과 목 부위까지 내려놓고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남자는 "다 치워"라고 소리쳤다. 국정원 간부는 움찔하더니 가운을 모두 버역해 뛰어내려 까운 아래에 있던 실체를 드러냈다. 침상 위에 있는 시체는 아주 젊은 여성이었다. 동양인이었고, 피부색은 마치 양지 기름과 같이 윤택했으며, 머리칼은 길고 풍성하고 두꺼웠다. 봉긋한 가슴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았고, 사내들의 마음을 열 번은 흔들어 놓은 듯한 그런 것이었다.

허리 아래 굴곡을 지나 아랫배에는 소중한 것인 숨겨져 있는 작은 덤블이 나타났다.

덤불은 윤기가 있었고, 사람의 몸에서 자랐다기보다는 마치 밀랍 인형기에 기름을 바른 인조털을 심어 놓은 듯한 그런 인상을 주는 체모였다. 다리는 길고 매끈했다. 엉덩이는 약간 작은 듯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슬렌더한 몸매에 너무 크지 않지만 절대 작지 않은 가슴을 달고 있는 한마디로 고혹적인 몸이었다.


남자의 입이 헤벌쭉해지자 뒤에 있던 여자가 나서며 옆구리를 콱 찔렀다. 남자는 움칫하고 놀라더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비켜났다. 남자를 따라온 여자는 허리를 숙여 침상 위에 있는 여자 시체를 찬찬히 세밀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여자의 입술을 손가락을 내밀어 매만졌는데, 여자가 죽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라고는 그 입술이 붉고 밝은 핑크빛이 아니라 약 퇴색한 어두운 어둡고 엷은 거무죽죽한 붉은색이라는 것 외에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시체의 복부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었다.


여자는 시체의 입술을 몇 번 매만지더니 시체의 가슴에 귀를 갖다 대고는 무엇인가 들으려 애를 썼다. 마치 지금이라도 심장이 뛰고 뛰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자가 귀를 갖다 시체에 귀를 갖다 대고 있으니 시체의 가슴과 배꼽 사이에 있는 상처 구멍이들이 여자의 눈 앞에 서 떠올랐다. 그것은 총상이라기에는 너무 컸고, 그러나 무슨 파이프 같은 그런 상이나 파이프 같은 것으로 뚫렸기에는 모양이 너무 이상했다.

마치 화산의 분화구처럼 그런 식의 상처였던 것이다.


여자는 이윽고 몸을 바로 하더니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국정원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 시체는 내가 가지고 가겠다. 원장님하고는 다 얘기를 해 놨으니 그리 알고! 자! 대기해 놓은 차량에 잘 갖다 놓도록 해!"

아는 말투가 명령형 밖에 없어 보이는 남자의 말을 들은 국정원 요원들은 서로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지만, 뭐 어쩌겠는가 너무 알려고 하면 안 되는 것이 이 국정원의 생활인 것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국정원에서는 검은색 관용 승용차가 떠났고, 그 뒤로는 엠뷸런스 한 대가 뒤를 이었다. 멀어져 가는 그 차량들을 바라보며 국정원 사람들은 무엇인가 씁쓸하달까, 찜찜하달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리더로 보였던 그 간부는 주변에 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 오늘 일은 절대 비밀이니 발설하지 않도록 해. 그런데 말이야. 감이 좋질 않아. 이 일이 뭔가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거든?

류지영, 너는 오늘 저 검찰총장이 와서 했던 모든 행동을 기록하고 CCTV 비디오를 카피를 떠서 안전한 곳에 보관을 하도록 해.
그리고 송병규! 너는 의무실에 당장 가서 그 의료실 두 사람에게 그 시체에 대한 보고서를 달라고 하고 원본은 폐기하도록 해. 그리고 모든 의료 기록과 그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기록해서 보관을 하도록."


리더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즈막히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나의 명령이 있기 전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개하면 안 된다. 그게 우리의 목숨줄이 될지도 몰라."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리더에게 말했다.
"저 원장님께도 말입니까? "

그러자 리더는 대답했다.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마. 원장도 말이다. 원장이 총장의 요구를 들어준 걸 보면 모르겠어?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그렇잖아. 뭔가 찜찜한 예상은 벗어나는 법이 없잖아."

그러자 두 남자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는 고개를 저요 검찰총장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국정원 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국정원의 문은 다시 무겁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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