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의 9월 24일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서쪽으로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철도 노선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또한 베트남이 국경을 통과하는 3개의 철도 노선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을 설득하여 오랫동안 폐쇄된 동해 항구의 재개를 허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뉴욕 타임스는 이런 시도들이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한 중국의 11년 역사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최신 단계라고 분석하고 있다.
https://cn.nytimes.com/business/20240924/china-trade-russia-north-korea/
실제로 중앙아시아로의 철도는 일대일로의 주요 계획이며 이미 유럽발 열차가 중국의 서쪽 국경을 통과하여 중국 내륙을 지나 산둥의 칭다오에서 배에 선적된 후 한국이나 일본, 심지어 북미 대륙으로 운행되고 있다.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도는 노선이다. 또한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하여 싱가포르까지 고속 철도를 연결하려는 노력도 중국은 10년이 넘게 추진해 왔다. 이제 베트남 지역에서 얼마 남지 않은 거리만 남겨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북중러 삼각 지역의 물류망 연결은 지금까지 소리 소문 없이 추진되어 왔으며 지정학적인 이슈들로 인하여 거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사실 북중러 삼각 지역에 대한 뉴스는 얼마 전인 8월 22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는 중국의 황해 진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중러의 접근에 초점을 맞춘 기사였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의 압력에 대응하여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가운데 북극 항로 관련 합의가 근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5월에 리창 중국 총리와 러시아 총리 미하일 미슈스틴이 베이징에서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북극 항로 개발에 합의하는 공동 성명서에 서명했다며 이는 양국이 석유 및 가스 생산 분야에서 전통적인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과학 기술 및 디지털 경제와 같은 신흥 분야에서의 협력을 발전시키겠다는 더 큰 약속의 일환이라고 했다.
물론 북극 항로의 개척은 중러 모두에게 큰 경제적 이점을 가져다줄 프로젝트이다. 중국은 정세가 험악해지고 있는 중동 지역을 멀리 돌아가지 않고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안전하게(서방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유럽과의 화물 운송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북극 항로는 사용 가능 기간이 1년 중 5개월 정도조차 보장이 되지 않는다. 1년 365일 무역을 해야 하는 것이 현대의 경제 환경이다. 그리고 그리고 만일 서방과의 무력 충돌 사태라도 일어나게 되었을 때 1년에 일정 기간만 사용할 수 있는 공급망에 크게 의지할 수가 없다.
그런데 리창과 미하일 미슈스틴은 중국, 러시아, 북한 사이의 주요 수로인 두만강 하류에서 중국 화물선이 동해 또는 동해로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기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즉 9월에 '폐쇄된 옛 항구의 재개"를 추진하는 것은 이미 5월에 있었던 중국 화물선이 동해로 직접 빠져나가거나 환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의 결과인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그러나 북러는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수로를 개방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북러 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하지만 북중 간의 관계는 지금 그 언제보다도 삐걱거리고 있다는 신호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중국은 3국 간 동맹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이후에도 적어도 당분간 유지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 또한 북러와의 3각 축에 끌려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즉 중국 또한 러시아나 북한과 같은 패거리로 취급당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보다 전인 5월 31일에 영국의 BBC가 이미 북러중 3국의 협력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5월 17일 푸틴의 중국 방문 시에 중러 간에 극동 지역의 협력이 논의되었다는 것이다. BBC 중국 전문가는 푸틴 대통령이 두만강 하구에 인접한 극동과 북한(북한) 국경 개방 등을 언급하며 극동 지역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동방으로 눈을 돌리려는' 모스크바가 중국의 동북공정 경제협력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때 양국이 두만강 하류를 통해 바다로 나가는 중국 선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처음으로 공동 성명에서 밝혔다. 이바오중(衣保中) 중국 지린대 교수는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지린성의 경우 바다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 과거부터 동해에 접한 동쪽 바다로의 접근을 희망해 왔다며, 과거 러시아 나홋카 항에 주로 의존했던 것에 비해 두만강이 개방되면 화물 운송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분석에 따르면 양측은 항상 중국의 자본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러시아의 자원과 지역 내 지리적 이점을 결합하여 중국 북동부와 러시아 극동의 경제를 활성화하여 윈윈 상황을 만들기를 희망해 왔다. 그 결과 중국과 러시아는 중국 북동부와 러시아 극동 지역 간 협력 개략 계획(2009-2018)에 서명했고, 계약이 만료된 후 다시 러시아와 중국 극동 지역의 협력 및 발전 계획(2018-2023)에 서명했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world-69075754
이렇게 중러의 극동 협력은 경제 개발을 위한 협력으로 보이지만 이 동해 지역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이다. 중국의 선박이 동해로 직접 진출한다는 것은 즉각 일본과 한국은 물론 미국의 주의를 끌게 되는 일이다. 제1도련이나 제2도련과 같은 개념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BBC의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일본 니케이 아시아의 관련 보도가 있었다. 현재 중국 선박은 지린성 내륙의 동쪽 끝에 있는 팡촨 마을까지만 두만강을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 여기서 동해까지는 15킬로미터 구간에 불과하지만 이 수역을 항해하려면 러시아와 북한의 허가가 필요하다. 구소련 시대에 만들어진 7미터 높이의 다리도 대형 선박의 통행을 막고 있다고 한다.
중국 인민대학교 중양 금융 연구소의 왕원 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두만강과 관련한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왕 소장은 지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중국 선박이 두만강을 항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 후쿠오카 규슈대학교에서 중국 외교 정책을 연구하는 마스오 치사코 교수는 중국이 동해로 직접 항해하기를 희망하는 대형 선박에는 해안 경비대 순찰선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인가 점점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사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별 다른 주의를 하고 있지 않으나 북중러 일련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방향성이 확실해 보인다. 게다가 이러한 움직임은 금년에 시작된 것도 아니다. 이미 작년인 2023년 6월 1일부터 지린성이 2023년 6월 1일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중국 내륙 화물 중계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중국해관총서가 발표한 바 있다. 즉, 경제적인 목적으로 수출과 같이 외해로 나가지 않는다는 전제로 중국의 선박이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운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래 지도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 "중·러 블라디보스토크 내륙 중계항 이용 합의의 주요 내용과 전망"에서 발췌한 예상 중국의 내륙 중계항 이용 경로이다. 확실히 자원과 중공업이 위주인 동북 3성으로서는 내륙 지역의 물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지역에서의 빈번한 중국 선박의 움직임과 그 인프라 건설은 유사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작전에 지대한 기여를 할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소문이기는 하지만 이미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 지역의 작은 섬에 소규모의 중국 잠수함 기지가 비밀리에 건설되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오호츠크 해 등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있는 등 일본과 한국이 서쪽으로 온전히 군사력을 투사하지 못하도록 견제를 시작했다. 북중러 삼각 지대가 과연 각국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활력을 받을지 주목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