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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Jun 13. 2024

힘을 뺀 의사소통, 힘 있는 의사소통

식품회사 신제품 개발팀의 이팀장은 고민이 많다.  

핵심 팀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로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가 여러 차례 삐걱거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PM을 고 차장에게 맡겼다. 

고 차장은 아주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명쾌하고 강력한 어조로 프로젝트를 이끈다. 결론중심의 군더더기 없는 소통 스타일이고 주저함이나 의심 있는 표현을 매우 싫어하며 자기주장이 명확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 고차장의 프로젝트가 팀 내에서는 괜찮았지만 타 부서와 협업과정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협업의 가장 핵심팀인 R&D 팀에서는 고차장이 빠지지 않으면 자신들은 협조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아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후속조치로 심 차장으로 PM을 교체했다. 

R&D팀의 협조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었다.

심 차장은 고차장과 전혀 다른 소통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전형적인 경청스타일이다. 말하는 것보다는 질문이나 듣는 것을 잘하고 명확함보다는 불확실하고 애매한 소통을 주로 하는 스타일이다.

 급한 상황에서도 꼭 의견을 물어서 확인하고, 혼자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못 견뎌한다. 아무리 신입사원이라도 정중한 어조로 존댓말을 하고, 조화로움을 가장 중시한다.


문제는 R&D 부서와 협력이 끝난 다음부터였다.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로 국내 주요 대형마트와의 협상을 통해 제품 출시 일정을 확정해야 했는데 상대측인 대형마트의 베테랑 영업사원들이 심 차장의 업무스타일과 소통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끈다고 하면서 신뢰할 수 없다면서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1. 강력한 의사소통과 힘을 뺀 의사소통


Alison R. Fragle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 방식으로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강력한 의사소통으로 직접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자신감 있고 간결한 스타일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명확한 실행계획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다른 하나는 힘을 뺀 의사소통으로 잠정적이고 간접적이며 공손하고, 질문, 겸손한 방식으로 상대의 승인이나 동의를 구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주의 깊게 접근하여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 해결하려고 한다. 


이 두 가지는 각각이 다른 상황에 효과를 보여준다.


2. 청중의 상호의존성


청중이 하고 있는 일은 상호의존성에 따라 구별할 수 있다. 

개별 담당자가 자신의 고객과 주어진 목표를 책임지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역할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 개별영업,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등등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상호의존성이 낮고, 개별적 조직문화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로 상호의존성이 거의 없다.


반면에 팀단위로 움직이는 의료팀, 구성원의 협업과 조정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기여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프로그램 개발팀, 앞 단계의 일이 완성되어야 뒷 단계의 일이 가능하여 서로 유기적인 관계가 있는 조립라인 제조팀 등은 전형적인 상호의존성이 높은 조직이다.

 이들은 집단적 조직문화가 강해서 조직관점의 일을 한다.


3. 상황에 따른 매칭


상호의존성에 따라 설득의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상호의존성이 낮은 독립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각 개인이 자신의 필요와 결정을 하기 위해 강력한 의사소통이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강력한 의사소통을 통해 청중은 집중력과 동기부여를 높이고, 그렇게 해주는 화자에게 권위와 영향력을 부여한다.


 상호의존성이 높은 협업, 유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호 존중과 협력적인 분위기를 조성시키는 힘을 뺀 의사소통이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질문, 경청, 피드백 구하기 등을 통해 화자는 청중으로부터 협력과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다.


이팀장은 이후 전략을 전면 바꾸었다.

상황별 다른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먼저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를 이팀장 본인이 스스로 담당하면서 직접 일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팀 사람들을 설득할 때는 강력한 언어를 사용했다. 팀원들에게 목표와 일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고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단계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라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집중력을 높였다.


협력부서와 협업할 때는 심 차장에게 일을 위임했다.

심 차장은 평소 잘하는 힘없는 의사소통 방식으로 R&D 팀과 협업을 이끌어 냈다. 

"이번 협업이 여러분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불확실하지만 공손하게, 가급적 상대의 의견과 민감한 정서를 살피면서 함께 협업을 진행하여 많은 도움을 얻어냈다.


국내 대형마트 영업사원들과 협상할 때는 고 차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트 영업사원들은 개인의 성과를 중시하며, 실질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인지한 고차장은 자신의 적극적인 업무스타일로 밀어붙였다. 빠른 의사결정과 얻게 되는 이득중심의 제안, 결론중심의 메시지로 베테랑 영업사원들을 매료시켰다.

결국 모든 의사소통은 상황에 맞게 전략적으로 해야 하며 이는 일의 상호의존성이나 업무 스타일을 잘 반영하여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이 팀장은 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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