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년간 신입사원 교육을 하며 매년 수많은 신입사원을 만나왔다.
예전에는 그들에게 인사할 때 사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경 합니다.라는 의례적 인사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수많은 자격증과 높은 학점, 여러 차례의 면접과 인턴을 거쳐 어렵게 얻은 취업의 영광, 그 무게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내게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가끔 퇴사를 고민하며 보내오는 개인 메일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왜 이렇게 많은 신입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것일까?
상담도 해보고 메일도 주고받으며 여러 원인을 살펴볼 때 몇 가지 공통된 지점을 발견했는데 이를
"신입사원이 회사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네 가지 법칙"으로 정리했다.
신입사원의 흔한 착각은 뭔가 곧바로 성과를 내야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마케팅팀 6개월 차 A 사원은 어느 날 팀장님께 우리 회사 제품과 경쟁제품의 비교해서 팀 회의 때 발표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A는 드디어 자신이 팀에서 중요한 존재인가를 알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 며칠간 자료조사도 하고 주말까지 준비하면서 멋지게 발표했지만 발표당일 선배들에게 여러 질책을 받았다.
A는 실망이 컸다.
선배들의 질책이 따가웠고, 열심히 했는데 인정을 못 받는 것을 보니 자신은 마케팅 직무와 잘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A에게 이렇게 말했다.
“팀장님이나 선배들이 A에게 원한 것은 멋진 아이디어나 참신한 자료가 아니에요
기본적인 자료준비와 발표가 회사 프로세스를 잘 따르고 있는가? 팀장님이 지시한 주요 내용을 빼놓지 않고 반영했는가? 준비과정에서 얼마나 선배들에게 중간중간 확인하고 피드백을 요청했는가?
그리고 오늘 발표 중 선배들의 피드백을 잘 메모했고, 이후 업무에 적용했는가?
또 지적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파악한 실수가 있었는가를 복기를 통해 배우는가?
결과가 아닌 태도를 보기 위함이죠”
지식, 숙련도가 없는 신입사원이 당장 성과를 못 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래서 회사는 신입들에게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은 엉뚱하게도 뭔가 잘하려고 한다.
어렵사리 회사에 입사를 했으니 빨리 이 회사에 성과를 내서 일 잘하는 사원이 되어야지!
신입사원은 성과를 내는 존재가 아니라 선배들에게 잘 배워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존재이다.
이러한 믿음을 주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얼마나 기본에 충실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고,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려고 하였는가로 평가받는 것이다.
성과를 내려하지 말고 믿음을 얻어라!
그렇다면 믿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 구체적 행동과 관련한 원칙인데
신입사원 B와 C는 기획팀의 입사동기인데 최근 신규사업 프로젝트팀 막내팀원 차출과 관련해서 담당팀장은 C를 추천했다.
실망한 B는 왜 자신에 비해 문서작성 능력이나 아이디어가 떨어지는 C가 참여하게 된 것이지 궁금했다
팀장님은
“나도 너를 추천했는데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스마트폰 보느라고 이사님께 인사를 안 했다면서? 그래서 커트당했어..”라고 말했다.
"아차~"
B는 그때 상황이 잠시 떠올라 아차 했지만,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왜 일에 대한 업무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사 안 한 것 하나로 평가하는 거지?
너무 부당하지 않냐면서 내게 메일을 보냈다.
직장인들은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 자기 업무 하는 것도 힘에 버겁다. 그래서 타인에게 신경 쓸 에너지가 별로 없다.
따라서 누군가를 판단할 때 일의 결과물, 말하는 방식, 전체적인 맥락, 앞뒤 구조를 총체적으로 파악해서 그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
그냥 누군가가 그에게 평가하는 것을 듣거나, 잠깐 보고 느낀 모습으로 그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런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사람이 좋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나쁜 평판으로 무너지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는 말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긍정적 모습에 주목하기보다 부정적,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쉽게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다. 따라서 우리는 직장에서 타인에게 호감을 주려 애쓰는 것보다는 비호감을 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데 너무 중요하다.
신입들이 부정적인 모습이 보이면 겉으로는 말을 안 해도 많은 선배들이 속으로 또는 자기들끼리
”야.. 00팀 신입이 말이야... “라고 하면서 공유를 한다.
내가 생각할 때 신입사원의 부정적 모습의 90%는 스마트폰에서 나온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회사 내에서 그 사람의 부정적 태도를 보여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스마트폰을 보느라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정말 치명적인 부정적 평판으로 작용된다.
회의 중에 스마트폰을 보느라고 집중하지 않는 것, 업무 중에 메시지를 자꾸 확인하거나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찍히기 딱 좋은 모습이다.
가끔 회의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하는 신입들이 있는데 절대 말려야 한다.
조금 귀찮더라도 스마트폰을 놔두고 펜과 다이어리를 들고 참여하라고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차라리 업무시간에는 과감하게 스마트폰을 꺼두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웬만한 연락은 회사 전화로 올 것도, 카톡 등 메신저도 대부분 업무용 PC로 활용가능하니 회사 내에서는 가급적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신입의 좋은 설루션이라고 말한다.
신입사원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르면 물어보고, 배우려고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질문도 예의가 필요하다.
예의 있는 질문과 관련하여
먼저 찾아볼 것을 다 찾아본 다음에 질문하라! 이다.
기초적인 용어, 검색만 하면 금세 알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하면 선배들은 짜증 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대리님! 제가 시장조사 프로세스는 업무매뉴얼로 확인을 했는데요, 이것이 이번 세일상품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그다음으로 상대방 시간에 대한 양해를 구하라!이다.
”과장님 제가 작년 신상품 기획서를 보다가 궁금한 사항이 있어서 질문드릴 게 있는데요 10분 정도 가능하실까요? “
마지막으로 질문을 해서 답을 얻었으면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다시 피드백하는 게 좋다.
”대리님. 지난번에 알려주신 기획서 내용으로 오늘 팀장님께 답변드렸더니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취업을 하는 과정이 너무 어렵다 보니 회사에 입사한 신입들은 회사가 엄청나게 대단하고, 인생의 모든 것을 걸 만한 곳이라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뭐든지 잘하고 싶고, 누구와도 잘 지내고 싶고, 어떤 상황도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실수도 하고, 실력도 부족하고, 때로 이상한 선배를 만나 억지나 강압에 멘털이 흔들리기도 한다.
이때 많은 신입들이 자책하거나 더 잘하려고 밤늦게 야근하며 인정을 받으려고 하지만 또 좌절을 겪는다.
회사는 그냥 내가 일 하는 장소이고 회사 사람들은 그저 일로 만난 사이기 때문에 일이 사라지면 내 인생에서 사리질 사람들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 너무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실수에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다.
실수하면 그냥 죄송하다고 다음부터는 안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회사를 경험하면 된다.
이상 네 가지 원칙은 신입사원이 회사를 처음 경험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혼란과 불안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원칙들을 단순히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와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회사 생활은 점차 익숙해지고, 신입사원 스스로도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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