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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l 06. 2024

학습 컨설팅으로 마주한 간절함이 일상이 되는 꿈

어제 저녁 여름방학 무료 영어 자기주도학습 컨설팅으로 고1 학생과 학부모님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컨설팅 안내를 올리자마자 거의 바로 신청해 주셔서 놀랐었다.


신청 동기를 여쭙자... 아이가 기말고사 영어 성적이 잘 안 나와서 밤새 고민하고, 블로그, 유튜브 등을 검색하고 있었는데... 다음 날 새벽에 눈여겨봐두었던 내 블로그에 컨설팅 안내를 보자마자 신청하셨다고...


컨설팅 실시 여부도 고민했고, 그 안내 시기도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마치 그 학부모님과 학생의 고민의 시기에 딱 들어맞는 이런 신기한 타이밍이라니... 부디 그 고민의 응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청의 글에 이미 절실함과 간절함은 넘쳐나고 있어서... 공지했던 컨설팅 실시 기간과 관계없이 바로 약속을 잡았다.



30분 정도를 한 세션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웨일온과 줌이 계속 튕겼다. 10분간 오류도 찾지 못하고 접속을 반복하며 어색함만 더해갔다.


그래서 사전에 준비한 컨설팅 자료를 PDF로 전송해 드리고, PDF를 보면서 전화통화로 진단평가 후 컨설팅을 진행했다.


개인정보 공개 없이 카톡오픈채팅방과 웨일온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이런 비상사태에 어쩔 수 없이 내 전화번호를 공개해 드렸다.


음성만으로도 학생의 간절함과 경청, 몰입이 느껴져서... 1시간 40분가량 이어갔다.


학생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고, 어떤 도움을 받았고 어떤 소감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이미 성공적인 컨설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학생의 수준과 기질에 맞춰 전반적인 자기주도학습 방향과 기본과 원리 이해에 초점을 둔 영어학습 방향을 제시하고, 내 영어코스를 단계별로 활용할 수 있는 구글클래스룸도 안내했다.


<서진이네2>에서 줄 서서 식당을 찾는 장면을 보며, 손님이 많은 것이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오히려 더 힘이 나고 기쁘고 행복하다는 것을...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바라볼 때, 그런 반응을 듣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고 보상이 되는지.. 교사의 입장에서 감정이입했다.


요즘 기말고사 끝난 중3 학생들에게 이 시기의 간절함에 대해 예비고1로서의 행복교육의 출발점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은 소수였다. 그나마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해서 해줘야 집중을 했고, 자신들의 행복한 현재와 미래의 준비 방향보다 애들의 강요로 얘기해 준 내 첫사랑 얘기에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외부 강의나 수업에서 상처나 후회로부터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간절함을 마주할 기회가 늘 있지만... 일상에서도 그런 간절함을 마주하던 그날들이 그립다.


고등학교에 있던 24년간 고3의 간절함이 가장 크지만, 그럼에도 가장 희망의 크기가 가장 큰 고1을 고집하면서 아이들의 간절함을 키워주었고... 그럼에도 좀 더 많은 학생들의 간절함을 이끌어내지 못함이 안타까운 불만이었는데...


4년간 중3 학생들에게서 간절함의 불씨조차 찾을 수 없어, 오히려 무한대에 가까운 희망의 크기를 낭비하고 있는 현실을 확인하게 될수록 더 큰 좌절과 무력감을 느낀다.


어제는 졸업생들이 기말고사 끝나고 학교를 찾았다. 시험공부하면서 애들이 내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작년에 중간, 기말고사에 포함해서 억지로 공부시켰던 내 필수어휘 1300개의 단어가 기억이 나서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그래서 후배들에게 얘기 좀 해달라고 간청했다. 후배들은 단어를 시험범위에 포함한다고 불평불만만 늘어 놓는다고ㅠㅠ


하긴 그건 졸업생들이 작년에 중3일 때의 반응이기도 했다.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아침에 전체 방송으로 이렇게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 주에 여러분들 여름방학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2학기 시험범위에 포함될 영어단어 열공합시다."


처음에 선물이라는 말에 잠시 설렜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원성과 야유가 터졌다고 한다. 이게 뭔 선물이냐고...


받아야 선물이지만, 거절당할 각오로 교사는 매순간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강제로 받아들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선물이었음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


그런 확신에서 욕먹을 각오로 밀어붙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간절함은 아이들의 간절함의 투영이 아니라 오롯이 나만의 간절함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더 간절하고 절실해서 나의 선물을 주는 대로 받아들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이루지 못할 생각이 그리움처럼 가득하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그런 학생들과 젊은 교사들의 간절함을 마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8월, 9월에 예정되었던 강의도 취소되었다. 기획 과정에서 나를 초대했던 분들로부터 미안한 마음이 담긴 연락을 받았다. 결재권자인 윗 분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것 같았다. 취소된 사연을 들었고, 충분히 납득도 되었다.


그들이 미안해할 일은 아니고, 내 권리를 주장하듯 내가 불만을 가질 것도 아니라서 정말 괜찮다고 마음 쓰지 말라고 했고 정말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것도 연달아 취소가 되는 일을 겪으니, 내게 무슨 치명적인 결함이나 결격사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몇 년 전 <올해의 스승상> 2배수에 들었다가 탈락했을 때, 전국의 초중고 교사 중에 2배수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감사하는 마음보다, 자격이 없어서 내쳐진 것 같은 상실감에 괴로웠던 기억이 소환되었다.



내가 강의를 다니는 건 원래 내 것이 아닌 것이었다. 그저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것만이 나의 소명일 뿐. 강의를 많이 다니면서 우쭐해지고,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내 강의가 그렇게 훌륭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으로, 절실함을 일상에서 마주하기 어렵다는 나의 교사로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 애썼던 나 자신이 안쓰러웠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나 강사도 아닌 내가, 그동안에 기적처럼 주어졌던 만남이 내게 과분한 축복이었다는 것을 객관화할 수 있는 아픔이라 다행이었다.


학교에서 애쓰지 않아도 내 수업을 들을 아이들이 강제로라도 배정되는 일상에서 마비되어 가고 있지만... 아이들이 원하지 않으면 교사는 설 자리가 없는 거였다. 초대되지 않으면 강의는 안 하면 되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일상이야말로 교사로서 내 삶의 디폴트 값이라는 것...


이런 다짐 속에서도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자초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미련을 가지며 무료컨설팅을 기획했는데... 개설 후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수 있는 마음 상처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기적처럼 마주하게 된 간절함과 신뢰에, 그 기회 자체로도 큰 위로를 받았다.


래포를 형성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초면의 학생의 절실함을 마주하며 시간제한 따위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이후 학생의 스케줄을 확인한 후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학생의 절실함을 마주하며, 내가 채울 수 있는 역할에 전율하며 행복해했다.


어머님은 감동적인 컨설팅이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나중에 좋은 결실 맺게 되면 꼭 연락하시겠다는 다짐과도 같은 메시지에 더해 내게 전해주셨지만...


난 이렇게 답했다.

경청하고 몰입해 주는 학생을 만나는 것도 교사의 행운이고 축복입니다. 어머님의 신뢰에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잘 할 거라고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글 포스팅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감사하게도 어머님께서 감동의 댓글을 남겨주셨다. 아래 댓글로도 확인가능하지만... 함께 나누며 함께 응원받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아래 공유하려 한다.

어제 무료컨설팅을 받은 고등아이 엄마입니다.

고1 첫 학기 시험을 치르고 영어과목에 자신없어 하는 아이가 안타깝기도 하고

앞으로의 공부방향에 갈피를 잡지 못해 컨설팅을 신청하게 되었는데

너무도 정성을 다해 준비해주시고

2시간 가량 잘 이끌어주시고 설명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방학특강 안내 문자가 하루에도 여러 번 오는 정신없는 요즘

사실 갈 길이 헷갈리며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역시 고등공부의 핵심은 기본기라는 걸 다시 한번 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음에 조급해 어려운 단어장을 골라야 하나 무슨 강의를 들어야 하나...했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구멍을 메꾸고 다시 다지고 기본 단어에 더 충실하고

지문이해와 추론능력 키우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공부방향이 명확히 서게 되었습니다.

안내해주신 청블리의 영어코스대로 이번 방학 잘 따라가 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는 학생들이 아직은 간절함이 생기지 않아 지금은 잘 보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 아이와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ㅠㅠ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년이면 깨달음이 꼭 올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좋은 자료와 강의 무료로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잘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에 올려주시는 글 계속 보면서

저희도 늘 선생님을 응원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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