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에서 만난 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진심

by 청블리쌤

학교 투어가 포함된 특성화고 입학설명회를 다녀왔다. 3학년 담임쌤들도 초대 대상이었지만, 우리는 마침 시험기간과 겹쳐서 내가 대표로 갔다.



학교설명회에 이어 학교 투어가 이어졌다. 홍보 나오실 때마다 학교시설에 대해서 강조하셨었는데 그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사진에 담아오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실습실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그저 추상적이고 이론적이었던 학과명과 그곳에 진학한 제자들은 물론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상도 실체로 다가왔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대학진학을 위한 일반고의 선호도가 높고 직업계고에 대한 편견의 장벽이 높다.

일반고 진학이 성공적인 대입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학생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하여 학부모님께 슬며시 특성화고를 권하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그런 인식이 아직은 문화나 현상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 합격컷에서도 드러난다.



직업계고에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가 있다. 그나마 마이스터고는 인식이 나은 편이다. 실제로 취업률도 더 높고 더 선호하는 직장에 갈 확률도 더 높다. 좀 더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학교 성적과 태도 등이 취업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학생들 중에서는 대기업이나 공사 등에 취업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학생은 중학교 내신 10-20%라도 상업계 특성화고를 간다. 상업계열 마이스터고가 드물고 지역별로 다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고를 선호하는 장벽을 넘지 못하는 것처럼, 특성화고 중에서 공고는 보통은 마이스터고의 장벽을 잘 넘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마이스터고에서 애매한 성적으로 합격할 학생들은 특성화고에서 더 역량을 잘 발휘해서 더 유리하게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성화고 선생님들의 설명이었다.



직업계고가 일반고에 비해 대학가는 것이 더 수월할 수도 있다. 마이스터고는 선취업 후진학이 전제이기 때문에 경력을 쌓고 나서 명문대에 진학하기도 한다. 특성화고는 졸업 후 바로 대학진학이 가능한데, 수능대비를 하지 않았더라도 내신만으로 특성화고 전형 동일계열 대학에 진학하기가 수월하다. 그리고 간호과 등의 일부대학의 일부학과는 동일계열이 아니라도 가능하다고 한다.

일반고의 치열한 경쟁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진학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도 있다. 물론 공부를 전체적으로 덜하는 분위기에서 중심을 잡고 공부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이며, 일반고에서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진학하는 학생들보다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에 다소 어려움은 있겠지만.



특성화고에서는 산학협력교육으로 연계된 전문대에 진학할 경우 전문대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한 상태로 경력을 쌓고 수입을 얻으면서 학위까지 딸 수도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특성화고에 예산지원도 많이 되는 편이다. 대학진학과 취업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일 것이다.



보통 직업계고 진학하는 학생들은, 특히 특성화고의 경우에는 성적에 관계없이 처음부터 적성을 생각하고 진학하는 경우보다는 일반고 컷에 이르지 못해 내몰리듯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다는 것은 공부머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성실한 습관의 차이가 아닐까?

성실한데도 성적이 낮을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때로는 그런 학생들도 있다.

그리고 공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성적만으로 그 적성까지도 결정하는 분위기라서 좀처럼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성적이 최고 수준에 가까울수록 의사가 적성이 되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설명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학교 고입 담당 쌤이 나를 반겨주셨다. 고입이 다가오면서 홍보책자를 전해주시면서 몇 번 방문하시던 선생님을 호스트로 만나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입장이 완전 뒤바뀐 거였다.

반겨주는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이런 느낌이셨겠네요"

그러니까 웃음으로 격하게 공감하셨다.



중3 학년부장이 되니 각 고등학교의 홍보와 학교 안내를 먼 길을 오시는 분들을 맞아야 하는 중요한 미션이 주어졌다.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어떻게든 친절한 진심을 전하려고 애썼는데, 정말 더 그래야겠다는 다짐을... 정말 진심으로 반겨주시는 담당선생님을 보고 더 하게 되었다.



각 학과별 부장님들과 함께 실습실을 둘러보고 안내를 받으며 뭔가 모르게 가슴이 찡해졌다.

실습 수업중인 아이들도 지켜볼 수 있었다. 모두가 사뭇 진지하게 교육을 받고 있었다.

직업교육이 공부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삶과 진로를 일상으로 받아들인 아이들의 모습이 막연하게 일반고와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보다 삶의 무게와 현실을 먼저 마주한 듯 보였다. 이 아이들이 부디 자신의 진로와 역량에 맞게 삶을 잘 개척해가기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대입도 수시 정시가 다르듯이 살아가는 모양도 다 다를 것이다. 대학을 꼭 가야만 한다는 인식을 넘어서 그들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며 그들만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차올랐다.



실습실을 안내하던 스마트 전기과 쌤은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했다.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는 당장 대학전공한 학생들에 다소 못 미칠 수 있음을...

그러나 그러고 나니 오히려 고등학교 교육여건 내에서 그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그들만의 경쟁력과 뚜렷한 교육목표가 보였다는 말씀을 이어가셨다.



일반고의 상위권 학생들, 마이스터고에서 모두가 성실하게 교육에 임하는 학생들과 출발점은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선생님들은 비판하거나 무력해하거나 그들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놀라웠다.



나는 그동안 고등학교에서 상대적으로 학업에 의욕 있는 학생들만 만나왔던 거다. 그러다 중학교 와서 찡찡거리고 있는 건 그만큼 편하게 교사 생활을 했다는 증거였다.

준비된 아이들, 스스로 하려고 마음먹은 아이들, 실은 내 역할 없이도 잘할 수 있는 아이들을 주로 만났었던 거다.



일반고에 있을 때 매년 일반고컷이 어떠냐에 따라 애들을 지도하기 수월할지를 따졌던 젊은 날이 부끄러워졌다. 일반고 컷 언저리나 다소 높은 그 중복 지점부터 일반고 컷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현장에서 뵙고 나니 그분들이 너무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특히 우리학교 담당선생님께서 자신의 무대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하는지 보여주셨는데, 그 전문성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하시려는 열심까지도 너무 멋있었다.

선생님은 내게 학교 내에서 실제로 중점을 두는 인성교육과 기본습관 교육을 강조하셨다. 근태와 같은 성실도가 너무 중요한데 준비가 안 된 아이들이 많다고. 이미 준비가 된 아이들은 일반고를 갔거나 마이스터를 갔을 것이니까...

그래서 더 힘들지만 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은 기술보다 우선인 성실도와 태도와 인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게 아이의 평생 자산이 될 거라고..

그렇게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커질수록 교육적 성과나 효과가 바로 드러나지는 않는 아이러니를 견디시며 애쓰시는 모습에 감동했고,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 학교에 계시는 모든 선생님들도 같은 마음이신 것 같았다.



사회와 세상의 편견과도 맞서야 하는데, 그 편견과 각기 다른 사연으로 상처받은 아이들도 품으며, 그 어려운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의 삶을 마주하는 그 진정한 교육의 모습에 숙연한 마음까지 들었다.



학교의 엄청난 시설과 훌륭한 교육여건도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시작부터 전해졌던 진심을 다한 환대의 감동에 각 과별 선생님들의 애쓰심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 특성화고는 공립학교라서 뭐 이렇게까지 열심히 설명회를 하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을 것도 같았는데, 게다가 최근의 경향으로 볼 때에 미달이 될 가능성도 없을 텐데.

그러나 진짜 아이의 미래를 위한 관심이 그 안에 있었다.



우수한 학생들을 더 유치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겠지만, 선생님들의 노력과 진심이 왜곡되거나 잘 전달되지 못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할 거라는 염려와 애씀의 마음이 더 크게 전해졌다.



특성화고 학교 투어 설명회는 인문계 고등학교만 23.6년, 중학교 4년 차인 내게는 완전 신세계였다. 그들도 어려움과 극복해야 할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사회에 나가기 전 그들의 편에 서서 포기하지 않은 어른 한 사람의 관심과 응원의 마음을 보여주시는 선생님들의 존재가 그들의 이후 삶에 큰 버팀목이 되어 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른들이나 사회시스템이 적어도 그들에게 걸림돌만 되지 않기를... 그런 최소한의 응원만이라도 가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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