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환대의 힘 : 한 사람에 대한 진심

by 청블리쌤

우리 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들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학년 부장인 나와는 상관없는 평판이다. 나조차도 담임선생님들의 배려와 친절함에 기대어 부장 업무를 하고 있으니.

대개는 학교마다 학년 교무실이 따로 있어서 같은 학년이 아니면 서로 교류할 일이 없고, 심지어 1년이 지나도록 다른 학년 선생님들의 이름도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

어쩌다 다른 학년실을 찾게 되었을 때 누가 눈치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어색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다른 학교를 방문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중3 학년실에는 특히 고입 원서 접수 시즌이 되면 각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홍보를 나오신다. 특히 특성화고 선생님들은 학생 상담에 큰 도움을 주시기도 한다. 학교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어 연락드리면 한 명의 학생이라도 만나러 와주신다.

그분들을 맞이하는 것은 학년부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대개는 사전에 메신저나 문자로 시간을 조율해서 방문하시는데, 한 번씩 내가 수업이나 출장 중일 때 나오시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3학년 담임선생님들 중 누구든 따듯하게 그분들을 환대해 주시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특히 비사교적인 나는 학교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어떤 심정이고 어떤 어색함일지 누구보다 더 잘 알 것만 같아서, 학년부장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라는 명분에 기대어, 없던 사교성까지 끌어모아 그분들을 맞이했다. 그저 비즈니스적 관계의 별 의미 없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내가 받은 명함에 대한 답례로 그분들께 드릴 명함도 사비를 들여서 제작하기도 했다. 언제든 원하실 때 먼저 연락하셔도 된다는 메시지와 이 만남이 내게는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담임선생님들과 함께 있을 때는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가, 학교 지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주시려고 학생상담을 기다리시는 동안에 일부러 가서 말벗이 되어드리기도 했다. 어색하고 낯선 장소에서의 침묵은 자신이 왜 여기에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과 어색함으로 이어질 것만 같아서였다.


방문하셨던 한 선생님께 학생을 기다리는 동안 침묵의 시간을 견디셔야 할 것 같아 일부러 대화를 청했는데 그분이 뜻밖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어떤 중학교에 가면 아는 척도 잘 안 하고 외부에서 영업 나온 사람처럼 대하기도 해서 배당된 학교임에도 가지 말까 고민도 하고, 다녀와서는 몸살까지 날 정도로 마음이 힘들기도 했다고.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모두 편안하게 대해주시고, 말도 걸어주시고, 차도 대접해 주셔서 너무 따뜻했고 너무 감사하다고.

그래서 나도 격하게 공감했다. 이 선생님들은 부장인 나조차도 1년 내내 그렇게 환대하듯 대해주고 계신다고.


홍보 업무로 나왔고, 개인적인 친밀함을 기대하는 만남은 아니겠지만, 어떻게든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주시러 나오시는 분들인데... 혹 우리와 상관이 없게 느껴지더라도 학교를 찾은 분들께 어색함을 깨는 한 마디의 말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고 큰 힘이 되는지 선생님들과 대면하여 대화를 하면서 더 절실하게 느꼈다.


적어도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그런 다정함과 따듯함을 모두가 실현해 주셔서 내가 다 감사했다.


홍보를 나오시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단 한 명의 학생이 있더라도 달려오겠습니다. 관심 있는 학생 있으면 연락 주세요."

감동이었다. 우리 학교는 대구시 외곽에 위치해 있는데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달려오시겠다는 각오는 단지 고등학교의 입장만을 대변한 것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 어떤 분은 특성화고 원서 접수할 때까지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 먼 거리를 운전하시거나 지하철로 자주 다녀가셨고, 마감하는 순간까지 상황을 알려주시며 원서접수를 도와주셨다.

물론 추가로 두 명의 학생들의 지원까지 챙겨주셨다.

합격하게 되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잘 교육하겠다는 진심도 보여주셨다.


전화로 문의를 받거나, 나오셨더라도 일찍 떠나셔도 되었을 텐데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 원서접수 직전까지 상황을 알려주시면서 모든 정성을 다 쏟으신 분도 계셨다.


학생들도 그 마음을 아는지 자발적인 진심의 감사인사를 선생님들께 드리는 모습을 보고 울컥하기도 했다.


계산해서 나오는 이득과는 거리가 있는, 단 한 사람을 위한 관심과 진심. 그 대상이 학생이든, 홍보하러 나오시는 선생님이든 그래서 더 큰 감동의 서사가 된다.



고입 지도가 너무 힘들어 다시는 중3 담임을 안 하겠다고 다짐한지 올해로써 4년째, 특히 올해는 학년부장으로 더 큰 책임의 무게를 져야 했지만, 어느 해보다 그 감동으로 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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