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감정반응

발생한 상황에 감정반응이 없어서, 시간이 지난다음에 반응이 와서 힘드신분

지연된 감정반응: 느린 감정의 발견

혹시 살면서 어떤 상황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후 갑자기 그 감정이 떠오르거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집에 돌아온 후 갑자기 화가 나거나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나요? 이런 경험은 생각보다 흔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지연된 감정반응’을 겪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감정반응과의 차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특정 상황이 발생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 중에 즉각적으로 감정을 느끼고 이에 반응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감정을 느끼더라도 사회적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이를 참아내며 절제된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연된 감정반응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몇 년이 지나서야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며 억울함이나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무시당했거나 권리가 침해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분노를 느끼고 대처하지 못하면, 나중에 상황이 지나간 후에야 감정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거나, 불공정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과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심리학자들은 지연된 감정반응의 주요 원인으로 **트라우마(trauma)**와 **해리(dissociation)**를 꼽습니다.

 • 트라우마와 감정 분리: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 그 고통을 덜 느끼기 위해 몸과 감정을 분리하는 방어 기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해리 현상이 반복되면 감정을 즉각적으로 인식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약화됩니다.

 • 장기적 영향:

감정 인식 능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감정보다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상적 세계나 개념에 의존하여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 세계가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의 행동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서도 오해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개인적인 경험

저 역시 이러한 지연된 감정반응으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떤 상황은 몇 달이 지나서야 떠오르며 분노하거나 후회한 적도 많았습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아, 나도 화를 냈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감정이 즉각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머리로 상황을 해석하고 반응을 결정해야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세대를 넘나드는 감정의 전이

최근 저는 가족세우기 워크숍에 참석하며, 이러한 지연된 감정반응이 개인을 넘어 세대 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는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해소하지 못한 채, 그 감정을 자녀들에게 투사했습니다. 그 결과, 자녀들은 그 떠넘겨진 감정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이 고리를 끊지 못하면 트라우마가 다음 세대로 계속 전이됩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 고통의 근원을 찾아내어 언어로 표현하고 해소한다면, 희망과 소망을 담은 감정의 유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 감정 인식 훈련: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이를 안전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일기 쓰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세대 간 대화: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묵은 감정을 풀고, 세대 간 트라우마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 전문적인 도움:

트라우마로 인해 해리를 경험하는 경우, 심리 치료나 상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감정을 다시 연결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글을 통해 지연된 감정반응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그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천천히 들여다보세요. 변화의 첫 걸음은 작은 인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