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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 Aug 16. 2024

익숙해진다는 것

다시 한번 경계해야 할 것

05:15.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에 부지런히 아침을 재촉해 나선다. 첫 차를 타고 잠깐 눈을 붙였다 뜨면 어느새 해가 훤한 아침에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서 있다.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 지 한 달. 자리를 잡아가는 생활패턴에 익숙해지고 있다. 너무 빠르게 익숙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는 요즘이다.


이전 직장에서 팀장님의 퇴사 이야기에 나를 돌아보며 가장 크게 느꼈던 건, 누구보다 주도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사실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굳이 시선 둘 필요 없이 의존하고 있었나 하는 점이었다. 내게 주어지는 문서 하나하나에 집중할 뿐 전체적인 흐름에는 다소 약했던 나는 팀 내 최선임으로 팀장 대행의 역할을 하면서야 전체를 살피고 파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확인할 것들이 늘어나면서 MD 확보가 어려워지니 자연스럽게 일정들이 예상 속도와 안 맞기 시작해서 처음 몇 주는 잦은 야근으로 자리를 지켜야 했다.


새로운 직장에서 다시 상급자가 있는 환경에 놓이면서 나는 조금 아니, 많이 안일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고 하기에는 익숙한 동네를 지나는 출퇴근길에 쉽게 친숙해졌고, 익숙한 업무와 사람에 조금 빠르게 적응했다. 강점이라고 마냥 자부하기에는 그만큼 빠르게 예전의 태도가 다시 나왔다는 자기반성이 뒤따른다.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상급자에게 의견을 구하고 확인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로 편리함을 꾀하고, 어떤 것들은 하던 습관으로 또 어떤 것들은 장소가 바뀌었으니 달라지지 않겠냐는 의문으로. 내 편한 대로의 태도를 취하며 조금쯤 적당히 해 보려드는 건 아니었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아직 한 달도 안 된 사람이라는 말로 웃어 넘기기에는 경력직이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너무 쉽게 익숙함에 취해 자신만만하게 굴고 있었던 것도 같다.


아차 싶은 순간들이 올 때마다 나를 돌아보지만 무심코 다시 돌아오는 습관에 나 스스로를 채찍질해 보는 한 달 차의 저녁. 이제는 그저 한 사람의 주니어가 아니라 시니어로서의 시각과 책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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