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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남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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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Sep 17. 2020

59일의 북극항해 그리고 140일의 남극으로

59일, 아라온호가 7월 17일 광양항을 출항하여 다시 광양항으로 돌아오는데 소요된 날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초 즈음, 14일 동안 승무원 및 탑승 연구원 55명은 두 번의 코로나 검사 과정과 격리를 거치고, 알래스카를 기항하여 연구원을 태우고,  중간 보급을 받던 예년과 달리 무보급과 무기항(항구에 입항하지 않는 것)으로 긴 시간을 항해하고 돌아온 것이다.


올해의 북극항해는 포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기류도 있었지만 기후 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원들의 열정이 강했던 의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연구해야 할 과제들이 북극 기후와 해빙 등 북극해 환경 변화에 대한 것들이라 한해 건너뛰기가 안 되는 일이기도 했다. 감사스러운 일은 무기항 59일을 인정받아 광양항 입항 후 승선자들이 코로나 검사 음성 판정만으로 격리가 면제되었다는 것이다.


59일 만에 재회


아라온호가 입항하는 광양항에서 그리 호사스럽지 않은 환영 행사로 무사 항해완수를 축하하는 현수막이라도 걸어 흔들어 주고 싶었는데 올해는 안타깝게도 시국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부두에는 오직 분주하게 홋줄 잡는 줄잡이와 관련자 몇 명 만이 있을 뿐이었다. 결국 제일 모양새가 빠진다는 형태, 즉 마음만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출항 전 생활 격리, 자가격리, 강제 격리를 포함하여 70여 일을 사회와 분리된다는 것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이었을까?


59일동안 외부와 고립되었음에도 지침에 따라 55명 전원 검사


아라온호에 굳이 오르지 않았다.  서로가 불편해질 것 같아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선장님에게 59일 동안의 항정에 수고하심에 감사를 드렸을 뿐이다. 피로와 피곤함이 역력히 보이는 얼굴에 사명감만을 강조할 수 밖 없는 상황이 죄송스러울 뿐이었다.


이후의 일정도 만만치 않아 또 희생만 강요해야 하기에 짠한 마음은 계속이다. 추석이 지나면 다시 승무원과 연구원 85명은 이제 너무 담담할 정도로 반복되는 시절 강제 격리 2주를 거쳐 10월 31일 광양항을 출항하면 아무도 중도에 내릴 수 없는 약 140일간의 남극 장보고기지, 세종기지 보급과 월동대의 교대 그리고 다시 연구항해를 수행하는 기나긴 남극 횡단의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유류와 식품 공급도 넉넉하지 않은 고립된 환경에서 85명 인원이 남극 연구와 2개의 기지의 보급과 월동대 교대 임무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은 지금까지 남극 프로그램에서 경험해본 적이 없는 코로나 시대에 위대한 도전이 될 것이지만 85명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상황이 개운치 않는 것은 아마 미안한 감정 일 것이다.


지금 세상의 끝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 가는 사람들, 그 들에게 박수와 응원의 마음을 보낼 때다.



남극, 장보고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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