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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01. 2020

남극 항해 139일의 시작

감사 한분들에 대한 인사

드디어 남극 139일의 시작일이다. 10. 31 14:00, 총 인원 84명이 승선한 아라온호가 광양항 부두에서 길고 우렁찬 기적소리 세 번을 울리며 출항했다. 운영인원 32명, 남극 세종기지, 장보고 기지 월동대원 35명 그리고 남극해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할 연구원 17명이 승선하였다.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는 아라온호


84명은 남극에로의 코로나 유입 방지 원천 봉쇄를 위해 10. 18일 코로나 1차 검사 후 2주간의 감옥과 유사한 강제 격리에 임했고 다시 2차로 27일 검사 후 전원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출항 당일 아라온호에 승선할 수 있었다.


2주간의 격리도 힘들었던 과정일 텐데 길게는 상상도 하기 힘든 139일의 항해, 짧게는 30일간의 항해 후 1년간 남극에서의 월동 생활은 코로나 19 극복에 대한 도전이자 대한민국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코로나 19로 극지활동에도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비행기로 교대되었던 월동대는 하늘길이 막힘에 따라 남극에 유일하게 갈 수 있는 뱃길인 아라온호을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어 대원들은 장기간의 뱃 생활을 감내해야 하고, 성대하게 열렸어야 할 파견식은 최소화되었다.


코로나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시행된 남극 과학기지 월동 연구대 및 아라온 출항식


아라온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85명, 필수 승선인원인 월동대에 우선 배당을 하고 남은 자리 17석에 연구원이 파견되었지만 예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원과 축소된 아라온호 일정은 연구 양적인 면에서는 아무래도 역 부족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긴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을 부두에 두고 점점  멀어져 가는 아라온호의 뒷모습은 뭉클하다. 현장 책임자로서의 139일 동안의 돌발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또한 대응에 대한 머릿속의 큰 그림을 미리 그려두어야 하는 복잡한 심정과 몇 달 동안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해준 고마운분들이 생각나기도 해서이다.


고마운 분들에게는 모두 일일이 감사의 전화를 드렸다. 그냥 말로만 감사를 드린 다는 게 죄송하였지만 할 수 있는 한의 예의를 표했다.


32명의 운영인력 격리에 들어가자 급작스레 아라온호의 안전을 지켜준 김현식 선장님, 격리기간  묵묵히 모범을 보이며 운영인력을 독려한 김광헌 선장님, 광양항에서의 복잡 다양한 일을 자기 일같이 성심껏 처리해준 대리점 L 소장님, 방호복 착용을 기꺼이 협조 해준 도선사 협회 K 후배, 특별하게 부두까지 나와 비대면 출국심사를 해준 출입국 사무소장님,  짓는  전화  통화에 화순 격리 지원을 해준 K 전기장님, 부두 접안과 행사를 허락하고 지원 해준 여수, 광양 항만공사 운영팀 직원 분들, 화물 선적과 시험항해 출항에 편리를 봐준 세관 소장님, 욕먹어 가며 묵묵하게 우리  계획대로  따라준 stx 마린서비스 L 차장님 , 뉴질랜드 입항 허가를 받아 주신 대사관 L 서기관님, 그리고 격리지에서 부두까지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운전을 해주신 기사님들, 그리고 자잘한 일까지도깔끔하게 처리 해준 우리  직원님 들이  감사의 대상이다.


이젠 긴 이별, 먼길을 떠났다.


현장에서 느끼는 코로나 19에의 대응은 어느 곳이나 누구나 할 것 없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또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일부터 한 마음이 되어 지켜주시고 도와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힘이라 믿기에 점점 극복이 가능하다는 용기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 아라온호의 뒷모습이 뭉클하였지만 그래도 희망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139일 그리고 1년 동안의 남극 생활에서 선원들과 월동대원들이 사고 없이 모두 건강하게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원해 보기 때문이다.


부디 4개월 후, 1년 뒤에는 코로나가 없는 세상에서 축복받는 환영 귀국행사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韓 쇄빙선 아라온호, 코로나 19 뚫고 남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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