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일간의 항해, 아라온호
5개월 여만의 출장길, 차가웠던 기운은 어느새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계절이 되었고, 차창밖 풍경에는 연한 연두색 이파리 촉들이 여기저기 풀, 줄기, 나무에서 보였다.
광양항의 아침, 봄 답지 않는 찬바람에 전과 달리 적은 환영 인원이 옹기종기 모였다. 139일의 길었던 남극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아라온호, 승무원, 연구원 그리고 월동대원을 마중하고 환영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이때쯤 남극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 들을 맞이 하는 마음은 경건하였지만 올해는 유독 힘들고 긴 시간이었으니 한 번 더 옷매무새를 고치고 존경은 마음으로 입항을 기다렸다.
아라온호와 승무원 그리고 남극 연구원들은 작년 10월 31일부터 지금 3월 18일까지 꼬박 139일을 남극 바다에서 보냈고, 세종, 장보고 기지 월동대원들은 거의 16개월을 남극에서 그리고 다시 귀국길 45일 여를 아라온호를 타고 온 것이다.
18일 입항 후 그들은 바로 그리운 가족 곁으로 가고픈 심정이야 굴뚝같겠지만 당장 갈 수는 없었다. 마지막 길고 길었던 마침표가 남은 것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코로나 검사를 해야 했고 음성 판정전 까지는 아무도 탈수도 내려올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코로나 정국의 현실이었다.
다행히도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광양항까지 39일의 무정박 항해가 격리로 인정되었고 다음날 85명 전원 음성 판정과 함께 모든 분들이 환영 속에 하나둘씩 전국의 각자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애태우고 긴장했던 139일의 시간 동안 많은 일들과 작업 그리고 임무들을 해냈음에도 매년 발생해왔던 크고 작은 사고들이 한건도 없었다는 것은 노심초사 긴장의 끈을 놓치고 있지 않았던 관계자들에겐 이보다 더 고맙고 감사한 일은 없었다.
보람스러운 게 우리 국민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위기에 강하고 극복하는 과정과 저력은 무엇과도 비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시작한 남극 시즌 시작과 종료의 역사에 함께 하고 적게나마 공헌할 수 있다는 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19가 괴롭혀도 남극에 대한 우리의 도전과 열정은 중단될 수 없다. 대한민국이니까!
남극 항해를 마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귀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