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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아름다운 황금기

연인 간의 사랑에 관련된 시 3편

by 제갈해리

여러분은 어제가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바로, 연인들끼리 포도주를 마시는 날인 와인데이였는데요. 비록,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날이지만, 와인을 마시며, 연인들 간의 애정이 깊어지는 계기로는 손색이 없는 날인 것만 같습니다. 술은 지나치게 마시지만 않고, 가끔씩 적당히 마시게 되면 사람의 감정과 분위기를 좋게 해 주는데요.


오늘 연인 간에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달큼한 와인 한 병 따 보는 건 어떨까요? 와인 한 병에 용기를 내어 연인에게 선뜻 건네지 못했던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해 보기도 하고, 따스한 손 한 번 어루만져 잡아보기도 하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토닥이면서 포옹 한 번 해보기도 하고... 비록 와인 한 병이지만, 와인에 담긴 사랑의 마음은 와인 한 병의 값어치보다 더 오래 묵혀져 영원히 남기도 하는 법이랍니다.


물론,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술이 주제였으면 하시겠지만, 오늘의 주제는 바로, 연인입니다. 가을은 사랑과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죠. 연인 간의 사랑이 있으면 부부 간의 결혼이 있고,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랑의 결실인 아이까지... 인생의 아름다운 황금기인 사랑의 시기를 노래하는, 연인 간의 사랑을 다룬 시 세 편이 여기 있습니다. 그 시들은 바로,


유치환의 《그리움》, 문정희의 《찔레》,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


입니다. 그럼 시를 감상하러 가 보실까요?


그리움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나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뇨.
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자, 시 세 편을 감상하고 오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시인들마다 다른 자신의 방식대로 연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사랑이라는 것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사랑이 있는 한, 버틸 수 있도록 해주니까요. 특히, 부모님의 사랑과 연인 간의 사랑이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랑의 방식이나 모습은 제각각이겠지만, 사랑이 있어 그 시간이, 추억이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연인 간의 사랑에 관련된 시 세 편을 감상하고 왔는데요. 제갈해리는 다음번에도 더 좋은 시들로 찾아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대학 때 썼던, 연인 간의 사랑에 관한 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인생의 아름다운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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