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베이더의 변명

아버지라는 갑옷

by 영화평론가 최재훈

<스타워즈> 속 다스 베이더는 검은 철가면을 뒤집어쓴 채 권력과 지위를 손에 넣고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삶이 되어버린, 왜곡된 남성성 혹은 영웅의 이미지에 갇힌 아비를 상징해 왔다.


아들의 칼에 쓰러져 죽으며 그제야 자신이 그의 아버지라는 말을 저주처럼 내뱉는 다스 베이더는 가부장제라는 그늘에 갇힌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권력과 재물이 힘의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제 몸 하나 제대로 설 자리를 못 찾은 남자들이 가지는 또 다른 이름, ‘아버지’.


사회와 가족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가지지 못하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버지로서 할 역할을 배워보지 못한 아버지들은 그렇게 늘 주춤거리며 가족이라는 구심점에서 점점 멀어져 왔고, 어쩌면 늘 옆에 있지만 존재하지는 않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아비를 잃은 가족들은 아비 없는 생존법을 터득해야 했다. 다스 베이더의 신화는 그렇게 가부장제의 뿌리가 깊은 동양에 오히려 더 적합한 상징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