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텔의 아들
뽀골 파마를 한 구멍가게 아줌마는 눈꼽이 낀 부스스한 모습으로 가게 앞 평상에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난 되도록 땅에 가까워지기 위해 고개를 있는 대로 꺾어 지나다 아줌마의 관심에 덜미가 잡힌다.
뭐가 그리 궁금한 건지 나를 보면 뭐라도 한 마디 걸어보려고 애쓰는 그 여자는 시간도 모르고 밤새 컹컹거리다 새벽에는 지쳐 널부려져 잠이 드는 그 집 개처럼 늘어진 한잠을 자고 나온 모양이다.
그날 따라 나는 유난히 몸이 피곤했다. 며칠 동안이나 계속되는 무기력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체육시간엔 하늘이 핑 돌아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안 줄곧 운동장 구석에 앉아 있었다.
샛노랗게 질린 내 모습을 안스럽게 바라보던 선생이 고맙게도 교실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엉덩이에서 배어나온 땀으로 못생긴 사과모양이 모래 위에 찍혀 있다.
갑자기 누나가 끊어지지 않게 예쁘게 깎아내던 사과껍질을 손톱으로 꾹 눌러내는 장난을 하고 싶어진다. 결국 나는 조퇴를 한다. 교실에 남아 재미없는 자연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등지고 나는 부러 운동장을 빙 둘러 교문으로 나간다.
내가 이렇게 아픈 건 해결되지 않은 골치덩이들 때문이야. 그게 뭘까 나는 하나씩 헤아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김없이 아줌마가 나와서 인사를 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창백한 내 얼굴 탓인지 아줌마는 심각하게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니?"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몇 개인지 세고 있었어요.”
아줌마는 안타까운 눈으로 혀를 끌끌 찼던 것 같다.
“이마는 좀 어떠니?”
아줌마는 조그만 반창고를 붙인 내 이마를 살짝 눌러본다. 하지만, 민감하게 무언가를 살짝 건드리기에 아줌마의 손가락은 짧고 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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