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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면씨 Jun 25. 2019

여행 준비

포르투

또3개월 그리고 3개월을 지나, 또다시 3개월.

나 홀로 다녀온 여행이 끝나고 포르투에 머문 시간이 3개월이 되었어.

그 말은 내가 또다시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야.

하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어.

제이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어.




우선 발권부터 해야 했어.

첫 번째 여행지로 정한 곳은 영국이었어.

홀로 여행을 떠났을 때 갔던 영국을 그와 함께 가기로 했어.

그뿐만 아니라 이번 영국 여행은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을 쫒아가는 뜻깊은 계획이 있었어.

언제 사야 돈이 저렴할까, 눈치를 봤어.

기다리다 딱 저렴한 가격의 비행 편이 떴고 바로 결제했지.

포르투갈과 영국은 사이가 좋아서인지 비행기 값이 저렴한 편이야.


영국은 입국 수속이 까다로운 것을 알기에 편도 티켓은 안될 거라 생각했어.

다음 여행지인 멕시코행 티켓을 구매했어.

그리고 영국에서 머물 때 지낼 숙소도 예약했지.

물론 현지 주소도 미리 메모해뒀어.

준비할게 많은 성가신 나라라니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짐을 최소화해야 했어.

매일 그의 커피를 책임졌던 네스프레소 머신과

우리가 밥을 지어먹었던 미니 밥솥은 챙길 수가 없었어.

수건과 옷걸이 식재료 등을 커다란 이케아 쇼핑백에 넣었어.

우리가 유용하게 잘 썼던 것들은 담은 가방은 친한 친구인 제나에게 건넸어.


포르투에 살고 있는 사랑스러운 내 친구 제나.


여행을 떠나 있을 동안에 혼자 있어야 할 제이의 미니.

제이는 야외 주차장에 두는 것을 걱정했어.

긁힘이나 문콕은 상상하기도 싫었겠지.

공항에서 안전하게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곳을 알아냈어.

제이는 바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지.


여행을 하며 어떻게 하면 경비를 아낄 수 있을까 생각했어.

식비로 쉽게 경비를 줄일 수 있겠더라고.

중국 마트에 가서 간단하게 장을 봐왔어.

간장, 고춧가루, 컵라면 등을 장바구니에 챙겨 넣었지.

그리고 핑구도세에 가서 작은 공병을 몇 개 사 왔어.


사온 공병에 간장과 고춧가루, 설탕과 소금을 넣었어.

포르투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주고 간 고추장 튜브와 참기름, 후추도 챙겼어.

이 정도면 현지에서 재료만 장 봐서 맛난 한 끼를 해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가방에 옷과 생필품을 챙기기도 전에 식재료부터 넣었어.

각종 양념재료와 라면을 테트리스 하듯이 맞춰 넣었어.

쌀은 현지에서 리조또용을 사면 우리나라 쌀처럼 찰진 밥을 해 먹을 수 있어서 굳이 챙기진 않았어.


제나의 집에 놀러가 매운 닭발에 술을 마시기도 했다.


제이와 내가 함께 머문 집을 떠난다니 마음이 이상했어.

이곳에 많은 여행객들이 묵었고,

부모님도 왔었고,

제이의 친한 형들도 왔었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와인잔을 기울였으니.

정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우리가 가진 짐을 정리하고,

항공권을 발권하고,

배낭에 짐을 하나 둘 챙기고,

여행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 때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 만나기였어.


마리아를 불러 한식으로 차린 저녁을 함께 먹었어.

저녁을 먹는 내내 마리아의 표정은 굳어있었어.

평소의 밝고 수다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식사가 끝나고 마리아는 억지로 미소 지어 보였어.

집으로 돌아간 마리아에게서 카톡이 와있었어.

[잘 다녀와! 보고 싶을 거야.]


한국인만큼이나 정이 많은 마리아.


다른 날엔 제나와 함께 제나가 좋아하는 와인 바로 갔어.

와인 한 병을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

제나는 이 곳에 제이보다 일주일 먼저 온 워홀러(워킹 홀리데이를 온 사람)로 제이가 처음 포르투에 와서 정착할 때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맛난 밥도 해 먹였던 좋은 친구였어.

늘 제나와 함께 이곳을 잠시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내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엔 제나의 배웅을 받게 되었어.


떠나기 하루 전에 우리는 외출을 했어.

잠시 떠날 포르투가 그리워질 것을 알기에,

두 손을 마주 잡고 포르투의 골목과 거리를 거닐었어.

날씨는 살짝 쌀쌀해졌고,

해가 지는 시간이 조금 빨라졌어.

어느덧 가을이 된 거야.

마음에 이 계절의 포르투를 저장했어.


5살이던 아들 도현이와 세계여행 중이던 보영언니는 나와 제이에게 맛난 저녁을 지어주었다.


이번 여행은 혼자 아니라 설레었어.

그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더 설레었지.

이 여행으로 우리는 더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우리의 관계는 더욱 견고해질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는 서로 앞뒤로 배낭을 메고 손을 잡고 집을 나섰어.


Hasta Luego Oporto! (또 보자 포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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