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마치며
시간이 참 빠르게도 간다. 어느덧 한국에 돌아온지 11개월이 지나고, 만 1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막 다쳐지는 새로운 환경과 일, 눈 딱감고 저질러본 학업이라던가, 틈틈이 챙겼던 여행과 관계들까지 후다닥 지나가버린 기분이다. 뭐하나 손에 딱 잡히는 것 없이 저물어버린 듯한 2025년에게 안녕을 고한다.
2025년은 무엇보다도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 편이었다. 3년만에 돌아온 집이, 내 곁에 있는 부모님의 존재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좋아서 더 대화해보려고 했던 것도 있었고, 유난히 부모님의 또래분들도 이제 아프시거나 하늘로 가시는 일들을 종종 접하며 나의 시간이 흐른만큼 엄마, 아빠의 시간이 흘렀고, 엄마아빠의 시간이 흐른만큼 우리가 함께 할 남은 나날들은 더 줄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했다. 주말이나 연휴 때 부모님과 외출, 혹은 여행을 여러번 다니기도 했지만, 연말에는 더 자주 함께하고자 했다. 특히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여유로워진 다음에는 더 그러고자 노력했었다.
이번 성탄 연휴 때도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추운 날씨에, 더 추운 강원도 산골짜기로 향했지만 따듯하다 못해 뜨겁게도 느껴지는 온돌과, 맑은 날씨 덕분에 무수하게 많이 보이는 별들과, 청명한 하늘에 느껴지는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와, 높이 솟은 소나무가 아직도 푸른잎으로 장식해놓은 풍경들을 보면서 잘 힐링했었다. 간만에 함께 연말을 맞이하는 만큼, 2년 전 우리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며 했듯이 부모님과 연말정산 인터뷰를 해보았다. 개중에는 올해의 드라마, 영화, 음악, 사람, 문구 등을 나누는 질문들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이런 것들이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좀 오래 고민하다가 나오거나, 혹은 '없다'가 답변이 되기도 했다. 부모님은 마지막 질문이었던 2026년의 목표에, 내년 연말에는 이 질문들에 모두 분명하게 답변하길 추가했다.
당장 31일에도 부모님과 손잡고 교회에 가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다. 간만에 참 많은 생각을 하며 설교를 들었던 것 같다. 2025년에 대한 반성, 2026년에 대한 기대. 항상 새해라는 이유만으로 오늘과는 다른 나를 내일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기회. 싱숭생숭함 때문에 좀처럼 마음도 정신도 어디 딱 붙여놓지 못하고 부유했던 작년의 나를 제대로 끊어내고 나다운 나를 다시 만날 올해 따위를 그리며...
1일이 되었고, 나호로 집과 내 방을 대청소해 보았다. 지난 1월까지 외국에서 머물며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생각을 정돈하고 싶을 때 집을 몇시간이고 청소하며 몸을 움직여 댔었는데, 오늘이 딱 그와 같은 날이었다. 더러워진 것들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원래 위치와 배치를 바꿔서 새롭게도 놓아보고 하면서 새로움이라는 걸 마음으로만 느끼기보다 눈앞에 놓아보고 싶어 노력했다.
이렇게 시작한 나의 2026년은 분명히, 더 다채롭고 즐겁고 사랑이 넘칠거라고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