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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랑을 말해야 사랑에 빠지지

by 별경

브런치에 글을 쓰다 덮은 지 7개월째다. 글쓰기 알람도 싫어서 브런치 앱을 지웠었다. 7월 23일 새벽. 구석에 두었던 노트를 꺼내 토해내듯 글을 썼다. 큰일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근래 마음이 어수선했다. 분명 행복하게 지내는 중인데, 내 마음 안에 나를 살게 하는 것과 죽게 하는 것이 공존함을 느낀다. 흐르는 일상 속 불편한 한마디, 한마디가 남아 마음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22일 밤이 그랬다. 남편과 아이가 잠든 밤 나는 봉은사에 갔다. 답답함, 두려움, 무서움, 안도감, 미안함..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느낀 날이다.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해 주방 스탠드를 켜고 앉아 식탁에서 미친 사람처럼 글을 썼다. 엉망이던 내 마음속 실타래가 스르륵 풀렸다. 글쓰기를 멀리하고 책을 멀리한 지 7개월 만이다.


브런치를 다시 깔았다. 예전에 썼던 글들이 부끄럽다. 오그라들어서 보고 싶지 않지만 추려서 다시 보고 싶은 글은 오직 아이의 메시지.


요즘 나를 살게 하는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말들. 아이는 내 인생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보물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며 진하다. 투명하고 달콤하다. 위로를 받고, 안심이 된다.





며칠 전 이야기다.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 나 사랑해?"


남편의 대답.

"꼭 말로 해야 아나.. 뭐 필요하나? 사랑하지."


딸의 말.

아빠, 말로 사랑을 표현해야
사랑에 빠지지!


우리는 훌쩍 커버린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너무 빨리 크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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