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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jwk Nov 01. 2021

10월의 무성의한 일기장

이게 뭐라고…..

https://youtube.com/watch?v=UANLvlQKYcI&feature=share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10월에 나는 전에 느껴본 적 없는 떨림을 거의 매일 느꼈다. 그러는 내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그리고 오랫동안. 두근거리는 가슴의 진동이 천천히 사지로 퍼져나가고 나면 그때부터는 내 몸이 내 몸이 아닌것만 같이 느껴지는 낯설고 짜증나는 긴장이었다.

10월 1일. 첫 도로주행 수업을 받았다. 장내기능 시험을 기적적으로 한 번에 합격하고, 다음 날 바로 도로주행 수업을 받았는데 옆 좌석에 앉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클러치 밟고 기어 3단으로 올리세요. 액셀 밟으세요. 액셀 때세요. 브레이크 밟으세요. 좌측 깜빡이 켜세요. 클러치 밟고 기어 4단으로 올리세요.” 장내 기능때는 기어를 1단으로 놓고,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주행을 했던 지라 실제 도로에서 운전석에 앉아 내가 액셀을 밟는 만큼 올라가는 속도를 느껴보니 운전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선생님도 잘 하고 있다며 격려를 해 주었고, 1종이라고 특별히 어려운건 아니구나, 도로주행도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을것만 같은 자신감도 얻었다. 이후로 2번의 도로주행 수업을 더 받으면서 4개의 코스를 익혔고, 시험 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코스 영상을 보고, 보고, 또 보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다. 시험 당일, 긴장감 때문인지 자꾸만 소변이 마려웠다. 필요 이상으로 긴장을 느끼는 내 자신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지, 그냥 어서 이 시험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 뿐이었다. 다행히도 막상 내 순서가 되자 긴장감이 조금 가라 앉았다. 코스를 선택하고(제일 어려운 코스 당첨!), 안내 멘트에 따라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동을 켜고, 주차 브레이크를 내린다. 좌측 방향 지시등을 켜고 기어를 2단에 놓은 다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클러치에서 발을 천천이 뗀다. 그러면 차가 천천히 출발하고, 그때 방향 지시등을 꺼준다. 차가 움직인다. 이제 수업에서 배운 대로만 하면 된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달리고, 우회전을 하고, 달리고, 기어를 변속하고, 신호에 맞춰 차를 멈추고, 기어를 중립에 놓고, 클러치에서 발을 떼고, 다시 출발하고, 머릿속으로 외운 순서를 그대로 실현하면서 차가 달리는 거리가 늘어갈 수록 긴장감도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시험의 절반을 알리는 유턴지점에서 나는 좌측 깜빡이를 켜고, 아무생각 없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앞차량 뒤에 붙었다. 문제는 그 차는 좌회전을 기다리는 차량이고 나는 유턴을 해야한다는 건데… 차가 멈춘 그 시점에 나는 아뿔싸! 유턴은 하얀 점선이 있는 구간에서만 가능한건데. 제기랄! 깨달았고, 그 자리에서 실격 당했다. 학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시험관은 내게 처음 운전하는 것 치고는 잘 한다, 이 실수만 아니었으면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을텐데… 라고 말해주었다. 아… 당장 당일이라도 재시험을 치고 싶었지만 최소 3일이 지나야 재응시가 가능한 시험인데다가 코로나로 인해 시험이 밀려 학원에서는 2주가 지나야 다음 시험을 치를 수가 있었다. 그래도 어쩔수 있나, 가능한 날짜에 시험 재접수를 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차라리 잘 떨어진거라고, 그렇게 배우는 거라고, 위로해주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 번째 시험일이 왔다.  매일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실제로 내가 핸들을 잡아본 시간은 열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2주만에 트럭 운전석에 앉는게 아니던가. 시험이 시작되고, 시동을 걸고 차가 앞으로 나가는 그 순간, 나는 그래도 다 까먹은 건 아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부디 끝까지 주행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작하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실격당했다. 좁은 2차선 도로, 오른쪽에는 주정차 차량이 줄서있고, 맞은 편에서 차량이 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내가 오른쪽으로 붙어서 간다고 생각을 안했는데,  “브레이크! 브레이크! 이것 보세요. 백미러 부딪치려고 한다. 실격.” 시험관이 얼른 내려서 뒷좌석에 타라고 했다. 하… 내 66000원이 또 이렇게 사라지는 구나. 하지만 만약 면허를 따고 나서 운전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땐 더 큰 비용과 스트레스가 들겠지? 하면서 또 위로했다.

학원으로 돌아와 다음 시험 날짜를 물으니 역시나 2주 후에나 가능했다. 음… 그때는 이사준비로 바쁠텐데,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다가 학원이 아니라 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시 일정도 학원보다 여유있고, 가격도 25000원으로 무척 저렴해서 나는 내 응시원서를 반납받고 집으로 돌아와 3일 후 도로주행 시험을 예약했다. 동영상으로 본 코스도 꽤 단순해서 실제로 달려본 적은 없지만 왠지 잘 할 수 있을것 같았다. 뭐, 할만 하네. 하다가도 가슴 깊은 곳에서 떨림 덩어리가 진동하고, 그러다가 또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다가 사지가 차가워지면서 가슴이 쿵쾅거리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시험 당일 화장실에 가고, 가고, 또 가고, 입은 자꾸만 마르고….

동영상으로 볼때는 매우 느긋해서 끝까지 여러번 보기에 조금 지루한 코스였는데 막상 운전석에 앉으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바빴다. 내 두눈과 팔, 그리고 다리가 내 것이 아닌것만 같이 느껴졌고, 마치 연습을 제대로 못한 사람에 의해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 인형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어째저째 차는 굴러갔고, 나는 또 실격 당했다. 이번에는 우회전을 할때 너무 빨리 핸들을 돌리는 바람에 뒷바퀴가 연석을 밟았다가 철컹 내려온 것이다. 하… 3번의 실격. 어떻게 한 번을 끝까지 완주조차 못한 것인지… 그 전까지는 실격을 당했어도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는데 3번을 실격당하니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과연 다음이라고 합격할 수 있을까? 이러다 면허를 못따고 이사를 가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과 패배감에 빠져 우울한 기분으로 다음 시험을 예약했다.

떨림으로 가득했던 3일을 보내고, 제발 마지막 시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제 코스 영상은 볼만큼 봤다. 머리 속으로도 모든 길이 다 그려진다.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깊은 숨을 내쉴때마다 약간의 긴장이 빠져나갔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가슴을 세게 때리면서 나를 흔들었다. 아씨,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냐고!!! 지난 몇 년동안 긴장할 일이 너무 없어서 이렇게 쫄보로 변했나? 이 시험 하나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네…

시험관이 들어와 내 이름을 호명했다.

네!

달려 나가 신분증을 제출하고, 트럭에 올라타 코스를 선택했다. 가장 쉬운 코스가 나왔다. 앞서 시험을 본 두 사람 모두 합격을 했다고 시험관이 말해주었다. 이번엔 운이 좀 따르려나?

시험이 시작되고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오른 다리가 달달 떨릴만큼 긴장했지만 이번에는 종료지점까지 완료를 했다. 차를 세우고, 기어를 중립에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내리고 방향지시등을 끄고, 시동을 끈 다음 기어를 1단으로 놓고.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합격이라는 소리를 들었을때 합격 그 자체에 대한 기쁨보다 이제 다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앞으로의 안전 운전이 더 중요하겠지만 일단 떨리는 마음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이 끝났다는 게 그게 좋았다.

지난 한 달동안 운전을 배우고, 동영상을 보면서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만 운전이라는 게 꽤 복잡한 사회적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누군지도 모르는 타인들과 어떻게든 조화를 이루면서 편리의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매우 개인적인 공간안에서 모두의 공간을 움직이는 사회적인 행위 말이다.  

9월 초에 필기시험을 치고, 중순에 학원 등록을 해서 10월 마지막 주에 면허를 취득했다. 2달의 시간이 걸렸고, 총 922,000원의 비용이 들었다. (도로 연수를 받으면 여기서 또 수십만원이 추가된다.) 이 비용이 아까운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와 운전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기엔 10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시험으로 과한 긴장감은 내게 약간의 후유증을 남겼지만 도로 연수를 앞두고 있는 지금, 느긋하게 안전운전 하면서 운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첫 도로주행 시험에 불합격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진정 시키기 위해서 나는 면허 취득 후에 데려오려했던 고양이를 그날 데려와야겠다 결심했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 보살피던 길고양이인데 녀석이 일주일 넘게 보이지 않던 적이 있었다. 이때 만약 녀석이 돌아온다면 내가 데려가야지, 하고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와 저녁, 다음날까지 시험생각은 전혀 나지 않을 만큼 태어나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길에서 생활했던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예상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고양이라는 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너무도 무지했던 것이다. 워낙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한 녀석이라 정말 수월하게 데려올 수 있을줄 알았는데 이동장에 갇히는 순간부터 녀석은 겁에 질려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전에 들어본적 없는 서러운 울음을 울었다. 이동장을 끌어안고 택시기사님께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정말 감사하게도 기사님은 짜증섞인 목소리 한 번 내지 않으셨다.) 우는 녀석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처음 느껴보는 공포에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줄어들 줄 몰랐다. 집에 도착하고, 이동장 문을 열자 녀석은 몸을 잔뜩 낮춘 자세로 밖으로 나왔고, 나는 서둘러 츄르를 뜯어 주었다. 녀석은 츄르를 먹고는 조심스럽게 집 안을 둘러보다가 복층으로 도망치듯 올라갔다.

 에휴… 가엾어라. 그나저나 목욕은 한참 후에나 시켜야겠네…

겁에 질린 녀석을 보자 내가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닌지,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날 밤 녀석은 조심스럽게 복층에서 내려와 화장실과 현관 입구를 서성이며 서럽게 울었다.(이 울음은 2주 동안 왔다갔다 계속되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밥도 먹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아 얼마나 속이 탔는지 모른다. 감사하게도 11시쯤 알아서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식사를 마친 다음 나의 낚시대 놀이에 조금 동참해 주더니 내 손길에 도망가지 않고 얌전히 안겨주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빗으로 털을 빗기고, 좀 더 기다릴 수도 있었겠지만 어서 녀석을 끌어안고 뽀뽀하고 싶은 마음에 목욕을 시작했다. 또다시 서러운 울음이 터져나왔다. 녀석은 내 손을 벗어나려 안감힘을 썼고, 그때마다 나는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녀석을 강하게 끌어안았다.녀석도 나도 흠뻑 젖은 상태로 목욕이 끝났고, 울음소리도 그쳤다.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신기한건 이 공포스러운 순간에도 녀석이 내게 손톱 한 번 세우지도 않고 물지도 않았다는 거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계속 귀엽고….

우리집에 온지 이제 4주가 된 녀석은 어느 날 갑자기 집고양이가 된 자신의 상황에 천천히 적응해나가고 있다. 복층을 자신의 구역으로 완전히 정하고 집 안 구석구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잠을 자고, 밥 시간에만(전에는 내가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치기만해도 달려와서 허벅지 위로 뛰어 올라와 안기고 그랬는데…) 내게 와서 몸을 부비며 온갖 애교를 떨고, 잘 먹고, 너무 잘 먹고, 활동량이 줄었는데도 배변활동 활발하고, 너무 활발해서 놀라울 따름이고, 놀이 시간에도 잘 놀고, 그런데… 조만간 장거리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내 마음이 무척 무겁고 무섭고 걱정이다. 하… 이 또한 지나가고, 지금 적응하고 있는 것 처럼 또 잘 적응해나가겠지 그렇게 위로하는 수밖에… 그래도 내가 준비하고 예방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해주고 싶은데, 그게 또 말처럼 쉽지가 않다.

녀석이 오고 아침에 해야할 일들이 늘었다. 일어나자마자 녀석의 밥을 챙긴다. 그러지 않으면 졸졸 따라다니면서 삐약삐약 울기 때문이다. 밥을 먹인 다음 잠깐의 휴식시간(나의 식사 시간)이 끝나고 나면 화장실 청소와 사막화(고양이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떨러지는 모래로 인해 바닥이 더러워지는 일-는 꽤 성가신 일이지만 신기하게도 짜증이 나지는 않다.)로 더러워진 바닥 청소한다. 이제 빗질을 하면서 죽은 털을 털어낼 시간이다. 너무 싫어하는 양치질은 2-3일에 한 번씩 하는데 아직은 엉터리 양치질이다. 그리고 나면 수고했다고 간식을 준다. 장난감으로 조금 놀아주다가 녀석도 나도 이제 각자의 하루를 시작한다. 녀석은 창가에 앉아 밖을 보다가 구석에 가서 자다가 일어나서 밖을 보다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면서 보낸다. 아…. 평생 살던 곳을 떠나 어느날 갑자기 정말 납치 되어 왔는데 잘 적응해 주어 고맙다. 그리고 부디 이사를 가서도 지금처럼 잘 적응해주기를, 그것이 지금 나의 가장 큰 걱정이자 바람이다.


이번 달에는 도로주행과 초보집사로서의 일상으로 정신 없었다. 저녁엔 긴장된 마음을 달랜다고 정말 많은 드라마를 보았다.

<핸드메이즈 테일> 시즌4, <보드워크 엠파이어>, <몸을 긋는 소녀>, <유토피아> . 모두 재밌게 본 드라마들이다. 따로 정리가 필요할 만큼.

그리고

리들리 스콧의 <라스트 듀얼>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하루종일 그 영화를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이었다. 이것도 따로 리뷰가 필요하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극장에 갔는데 영화비가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아이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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