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의 푸른 빛깔과 그 짠맛까지 생생하게!

<씨 비스트>

by CINEKOON

우리의 대양을 잔뜩 어지럽히는 초거대 바다 괴물들. 그 사악하고 폭력적인 놈들을 모조리 토벌하여 우리네 인간들의 번영에 앞장 서리라! 이런 외침으로 시작되는 영화인데 제작년도가 1960년대도 아니고 2020년대인 애니메이션이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 영화가 숨긴 본심을 간파할 수 밖에 없다. 그 바다 괴물들, 알고 보면 꽤 괜찮은 놈들이지? 알고보니 나쁜 건 결국 또 우리 인간이었던 게지?


우리의 모험을 가로막는 것들은 모조리 다 없애버리겠다-는 프론티어 정신은 이미 지난 세기에 끝났다. 이제 자연은 더 이상 신비로운 개척의 영역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지켜줘야만 하는 보호의 대상이 되었다. 짐승이나 괴물들은 더 이상 절대악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본능의 존재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기조들이 21세기의 여러 영화들, 특히 애니메이션들에 잔뜩 투영되었다. 일례로,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작품으로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가 있다. <씨 비스트> 역시 <드래곤 길들이기>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영화가 맞고.


다만 <드래곤 길들이기>는 드래곤과 바이킹 사이의 오해일 뿐이었다. 생존하기 위해선 분쟁이 아니라 공존을 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동일했을지언정, 드래곤과 바이킹은 그냥 상호 간 오래된 폭력의 역사 때문에 그 오해가 깊어진 것. 그러나 <씨 비스트>는 바다 괴물들과 인간들의 이러한 오해를 왕조가 계획하고 촉발시킨 것으로 본다. 그와 관련해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작품이었던 <씨스피라시>가 떠올랐다. 매스미디어는 해양 오염의 이유를 플라스틱 컵과 플라스틱 빨대에서 찾고, 그래서 그걸 많이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켜왔다. 하지만 <씨스피라시>는 말했다. 플라스틱 컵과 플라스틱 빨대도 해양 오염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1%가 안 될 거라고. 오히려 해양산업, 그리고 그와 연결된 여러 기업들이 만들어낸 폐기물들이 해양 오염의 주범이라고.


<씨스피라시>를 보았기 때문인지, <씨 비스트>의 그러한 구도는 <드래곤 길들이기>와는 살짝 다른 결로 느껴졌다. 자연을 보호하고, 또 그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응당 당연하다. 그러나 어쩌면 정말 노력해야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아닐까? 우리가 힘을 쓸 때, 그들은 용을 썼는가. 그런 디테일들이 <씨 비스트>에서는 더 짙게 느껴졌다. 영화 그 자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무언가를 더해 그 이전 작품들보다 어떻게든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노력 같은 게 찰랑이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러한 주제적 맥락 외에도, <드래곤 길들이기>를 자꾸만 떠올리게 만드는 여러 요소들 때문에 <씨 비스트>는 가끔씩 그 활력을 잃는다. 주인공 콤비와 레드 블래스터의 관계가 아무래도 가장 그렇고. 그외에도 주인공 소녀가 너무 안하무인이라는 점, 영화의 주요 갈등이 너무나 싱겁게 해결된다는 점 등도 영화의 큰 단점. 하지만 <씨 비스트>에는 청아한 시원함이 존재한다. 요즘 CG 애니메이션들의 기술력 좋은 거야 이미 다 알고 있던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씨 비스트>의 드넓은 바다는 기가 막힌 청량함을 선사한다. 살인적인 더위에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요즘, 선풍기 틀고 온가족이 둘러 앉아 넷플릭스로 보기에 딱 좋은 기획인 것이다. 넓은 바다의 푸른 빛깔과 그 짠맛까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영화. 수박까지 먹으며 보는 금상첨화일 것 같다.


img.png <씨 비스트> / 크리스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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