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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영 Sep 16. 2017

롯티 : 애완동물 로봇 가게

 1화 애완동물 로봇 가게를 시작하다.

    이런저런 대학에서 수학과 시간강사로 용돈을 벌어쓰던 나는 상당히 고수익을 올리던 남편이 지난 5월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실직을 한 후 실질적인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던 와중에도 자신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내가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대곤 했다. 대학원 학생을 거쳐 시간 강사나 학원 과외를 주로 하던 내가 애당초 남편만큼 고수익을 올리기 어려웠다. 고심 끝에 나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로봇 애완동물을 팔던 가게를 제법 싼 가격에 인수했다. 수학 강사에 쫄보였던 나로서는 대단히 과감한 결정이었다.

    재작년부터 우리 집에서 키우는 아리는 전형적인 로봇 애완동물로서 토끼 새끼와 고양이 새끼를 섞은 듯한 아주 귀엽고 어리게 보이는 아이였다. 배터리 충전 상태만 신경을 써주면 되고 잔고장이 없기 때문에 2028년 9월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애완동물 로봇이기도 했다.

    남편과 아이를 놓지 않기로 하고 약 15년 전에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키우기 시작했던 고양이 설탕이 나이가 들어 저 세상으로 가고 나서는 반려동물을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외국 지사로 갑자기 떠나게 된 후배가 키우던 거의 신상품에 가깝던 아리를 헐값에 데려왔다. 바쁜 남편을 기다리는 대신 그렇게 나는 아리가 피우는 재롱을 지켜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리는 지능을 가졌고 대화모드는 선택사항이지만 사람의 말까지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천연덕스럽게 진짜 동물 인양하는 자연 모드가 있었고 활동 모드는 주인인 내가 좀 우울할 때 귀염을 더 돋우게 했다. 보통은 로테이션 모드로 두어서 앞의 여러 모드들을 아리의 인공지능이 내 상황을 봐가며 번갈아 행동했었다.

    2년을 같이 살아보니 앞으로 진짜 반려동물보다는 인공지능을 가진 반려동물 로봇이 더 각광받겠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레 사업까지 시작했다. 실제로 아리와 같이 반려동물 로봇 기종들이 등장하면서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급격히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었다. 야생화한 개가 특히 공격성을 띠면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홀로 등산하던 체구가 작은 젊은 여성 등산객을 들개떼가 순식간에 잡아먹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퍼졌다.

    가게를 인수받은 곳은 지금은 사립 대학이 통합되었지만 과거 국민대라 불렸던 내부 순환로 근처에 있던 32평 남짓되는 2층 가게였다. 특별히 인테리어가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인수 비용은 많이 들지 않았다. 이 가게는 보통의 가정집의 거실 분위기를 연출한 상태에서 직접 반려 동물 로봇들을 만져보고 생활을 해보는 체험을 하는 특징이 있었다. 아무리 디지털 커머셜의 최전선에서 VR 체험까지 성행한다고 해도 오랜 기간을 같이 지내야 하는 반려동물 로봇을 고르는 일은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선호되었다. 사람들은 털을 직접 쓰다듬어 봐야 했다. 털의 감촉이 아이들의 가격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간혹 짓궂은 아이들이 반려동물 로봇을 던지는 것 외에 사업을 시작하고 큰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개업을 하고 SNS 마케팅이며 입양 상담을 하고 보니 그동안 스스로를 계륵이라고 생각하던 마음이 좀 풀렸다. 극심한 학생수 감소로 2024년부터 국사립대학이 통폐합되었고 대학교수들의 퇴출이 본격화되면서 대학 시간 강사 사회에도 엄청난 희생이 일어났다. 나는 다행히 남편이 반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태풍을 견뎠지만, 말로만 듣던 20세기 후반의 IMF 시절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았다고들 했다.

    나는 그 험난한 시기를 지나자 남편의 실직을 핑계로 어차피 밥벌이는 절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학생의 존경이나 명예조차 없는 강사일을 별 미련 없이 때려치웠다. 누군가 차라리 그때 그만뒀으면 다른 남자 강사가 살아남았을 텐데라며 나에게 눈을 흘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2028년 9월 1일 자로 대학부터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시간강사까지 근 20년 가까이 생활했던 대학생활을 미련 없이 접었다. 나는 자유였고 <롯티>라는 애완동물 로봇 가게를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되었다.


(* 작가의 말 : 딱히 연재 요일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1주에서 2주 사이로 2028년 9월부터 애완동물 로봇 가게를 운영하게 된 여자의 이런저런 일상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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