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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국 Sep 07. 2022

장르 혼종, 모호함에 가려진 화려한 시도

영화비평 <외계+인>


<외계+인> 1부
최동훈



'도사는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고, 땅을 접어 달리고…….' <전우치>(2009)의 대사 중 하나이자, <외계+인>에서 무륵(류준열)이라는 도사의 입을 통해 인용된 대사이기도 하다. 동시에 2021년도 국어 모의고사 지문의 일부로 출제되기도 하며, 평단에서 인정받는 최동훈 감독의 각본 집필 능력이 다시 한번 증명되기도 했다. <타짜>(2006), <도둑들>(2012), <암살>(2015) 등의 작품에서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각본과 연출에 대한 기대가 더해졌다. 무협 사극과 판타지, SF를 결합한 장르인 <외계+인>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을까?




<외계+인 1부> 공식 스틸컷



영화는 외계의 죄수들을 인간의 뇌 속에 수감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 죄수들을 모두 탈옥시키려는 외계의 공격을 막기 위해 그들과 함께 시간 속에 갇혀버린 인간, 그리고 그 안에서 흘러가는 또 다른 시대, 고려의 이야기가 작품 진행의 주를 이룬다. 복잡하고 장황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라인이 이안(김태리)의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의 이해를 도움으로써 비교적 균형 잡힌 전개의 흐름이 이어진다. <타짜>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준 정마담(김혜수)의 내레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만 그 흐름이 모든 전개를 설득시키진 못했다. 가족 오락영화의 모습을 띠다가도 다소 난데없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등장하며 흐름을 끊었다가, 다시금 이어지는 능청맞은 분위기는 몰입하는 데 있어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는지는 알겠지만, 굳이 영화의 결을 해치는 자극적인 장면을 선택했어야 하나 의문이 드는 것이다. 예컨대 허벅지에 칼을 꽂는 장면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은가.




<외계+인 1부> 공식 스틸컷



신선한 소재들로 화려한 장면들이 연출되었지만, 볼거리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여러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본 뒤에는 귓전에 맴도는 대사가 하나씩은 남기 마련이었는데, 이 작품은 아무리 곱씹어도 인상적인 대사를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 그 자체로 매력이 있는가? 그렇다고 하기엔 인물 개개인의 개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느낌이다. 줄거리는 잊혀도 캐릭터는 계속해서 언급되던 인물 중심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외계+인 1부> 공식 스틸컷



“슬럼프가 온 시기에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가장 만들고 싶었던 영화를 만든 것”이라 말한 인터뷰에서도 느껴지듯 이 작품은 감독에게도 새로운 시도이자 불확실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2부로 나눠진 영화인 만큼 현재로서는 작품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1부를 별개의 작품으로 봤을 때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의 영화를 재밌게 관람해오던 사람들은 물론, 감독 자신도 그토록 원했던 ‘최동훈만의 SF’는 소재의 새로움만을 남기고 모호한 시작을 열었다. 이질적이고 낯선 소재들이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지기 위해서는 1부에서 채워지지 못한 다수의 요소들을 충족시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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