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열릴 "제 93회 오스카 시상식"의 후보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바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원제 : Nomadlands)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스카 작품상, 감독상 및 여우주연상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노매드랜드>는 4월 1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미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및 감독상,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포함하여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약 200개의 상을 쓸어 담은 화제작 <노매드랜드>는 보수적인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감독의 작품인 만큼, 의심할 여지 없는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노매드랜드>는 2017년, 제시카 브루더의 동명의 수필 "Nomadland: Surviving America in the Twenty-First Century"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네바다 주의 경제 붕괴 이후 작은 밴을 타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 위의 세상으로 떠나는 현대 유목민 '펀'과, 그녀가 길 위에서 만난 또 다른 유목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2018년 9월 South Dakota에서 크랭크인 한 영화는, 드넓은 미서부를 실.제.로 정처 없이 떠돌며 촬영한 작품입니다. 6개월 동안의 계절의 변화와 그곳에 살고 있는 실제 '유목민'들의 삶이 잘 녹아든 작품은, 인생이라는 끝없는 여정을 헤쳐나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기도 한데요. 미국 내에서도 험준한 곳으로 떠나는 '로드 무비'이기에,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 속 도시들은 더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노매드랜드>를 따라 떠나는 미서부 랜선 투어를 기획해보았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픽 밴과 함께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 되길 바랍니다.
Empire, Nevada
영화는 광업의 종말과 함께 피폐해진 마을 '네바다 주'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펀' 또한 공장 폐쇄와 함께 직업을 잃었고, 그녀의 남편은 얼마 전 목숨을 잃었죠. '펀'은 더 이상 그곳에 남아있을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이후, 그녀는 소지품을 실은 'Ford Econoline' 밴을 타고 돌아올지 모를 여정을 떠납니다. 네바다는 매년 8월 열리는 축제 블랙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자, 끝없는 모래바닥이 펼쳐진 곳입니다. 그리고, 아마존 물류 센터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죠. 매우 일시적인 이곳은 '펀'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로케이션으로 특별히 요청한 곳이라고 합니다.
Desert Rendezvous, Arizona
'펀'은 동료 린다로부터 초대를 받습니다. '유목민'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Arizona의 야영지는 '밥 웰스'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죠. 영화에도 등장하는 '밥 웰스'는 1995년부터 밴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대 유목민으로, 매년 Rubber Tramp Rendezvous'라는 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목민들이 길 위에서 살아남는 '생존 방법'을 알려주는 이 곳에서 '펀'은 다른 유목민들을 만나고, 알아가며, 길에서 혼자 살아가기 위한 방식을 배워 나갑니다.
Badlands National Park, South Dakota
'펀'은 네바다를 떠나 거친 황무지(Badlands)로 향합니다. 한 야영지에서 그녀는 또 다른 유목민 '데이브'를 만나게 되죠. 그들은 이후, South Dakota에 위치한 Wall Drug에서 종업원 일자리를 찾게 됩니다. '자오' 감독은 영화 속 로케이션 선정에 있어 원작을 많이 참고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South Dakota 만큼은 그녀에게 있어 매우 의미있는 곳이기에, 특별히 선정하였다고 하는데요. '클로이 자오' 감독은 전작인 <Songs My brother Taught Me>(2015)와, <The Rider>(2018) 두 편을 모두 이 곳의 인디언 보호 구역에서 촬영하였다고 합니다.
The Beet Harvest, Nebraska
'North Dakota'에 위치한 대규모 비트 농장은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많은 노동자들이 위치한 곳입니다. 촬영진은 당초 이곳에서의 촬영을 계획했었죠. 하지만, 촬영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대신 Nebraska에 위치한 작은 사탕무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펀'은 이 사탕무 농장에서 새 일자리를 찾고, 잠시 머무르게 됩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녀의 낡은 밴은 고장나버리고, 이를 수리할 돈이 없는 '펀'은 결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여동생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California
'캘리포니아'는 많은 도시가 속한 큰 '주' 입니다. Hollywood가 속한 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 속 '캘리포니아'는 우리가 알던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집니다. '펀'은 여동생 집에서 나와 '데이브'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데이브'는 그녀를 향한 그의 마음을 밝히며 함께 살자고 제안하죠. '펀'은 거절합니다. 그리고 그 길로 바다로 향하죠. 그리고 우리는 LA 동부에 위치한 San Bernardino National Forest의 맑은 물과 울창한 숲 속에 놓인 '펀'을 봅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그렇게 대륙의 끝인 해안에서 여정을 끝냅니다.
그녀는 다시 그녀가 남편과 함께 살았던 곳으로 돌아가지만, 이내 다시 도로로 나설 준비를 합니다.
의지할 사람도, 의지할 공간도 없는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은 스스로 Nomad가 되어 길 위로 향합니다. Wanderlust(방랑객)와 같은 말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현대 유목민들은 결국 사회가 길 위로 내몬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광활하다 못해 황량한 자연과 그곳에 놓인 유일한 사람 '펀'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굴러가는 바퀴처럼 살아가겠지만요.
모두 영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
씨네랩 에디터 Camm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