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먹는 피임약 개발엔 페미니스트 있었습니다

신간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by 씨네프레소

먹는 피임약 개발엔 페미니스트가 있었습니다.

산아제한 운동의 창시자 마가릿 생어. 그는 여성이 스스로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이름은 마가릿 생어(1879~1966). 일평생을 여성주의 운동에 바친 인물이죠.

그가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는 어머니의 사망이었습니다.

무려 18번이나 임신한 모친은 50세에 숨을 거두는데요. 생어는 어머니를 여러 번 임신하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을 넘어 여성의 인권을 향상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그는 "어머니가 될지 아닐지를 여성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먹는 피임약을 만들 방법을 모색합니다.

물론 신약 개발엔 돈이 들어가죠. 그에겐 든든한 동지가 있었는데요. 사업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거액을 상속받은 캐서린 매코믹(1875~1967)입니다. 그는 여권 신장에 투신한 생어에게 개발비를 지원하겠다고 결심하죠.

경구 피임약 Enovid를 개발해 FDA 승인까지 받은 그레고리 핀커스

이제 실제로 약을 개발할 사람이 필요했죠. 그는 세상의 비난을 받던 생식 생물학 연구자 그레고리 핀커스(1903~1967)였습니다. 그는 인공 수정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신의 섭리를 어긴 프랑켄슈타인 박사'라는 오명을 쓴 학자였는데요. 두 70대 페미니스트에겐 자신들의 여성 해방 계획을 구체화해줄 연금술사였습니다.


세 사람은 먹는 피임약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연방대법원이 피임을 인정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신간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엔 이처럼 인간에게 한 줄기 빛을 비춰준 치료약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몰개성한 모양의 약들에 실은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꿨던 수많은 인물의 개성이 녹아 있음을 드러내죠. 책을 쓴 약사 정승규는 천연두 백신, 탈모약, 코로나19 치료제, 우울증약에 관한 지식과 이를 만든 사람들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얽어냈습니다.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 정승규 지음 / 반니 펴냄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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