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혼이 흔한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뉴스에서 접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랬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 정말 이혼할까 봐. 이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흔하지 않았다. 그는 학창 시절 누구보다 화목한 가정을 꿈꾸던 특별한 친구다. 추상으로 얼어붙은 나의 마음에 도끼가 박혔다.
우리집도 대개의 가정처럼 딱히 화목하진 않았다.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함께 식탁엔 앉았다. 밥상에선 밥상머리 교육이 시작되기 일 수였고, 이럴 거면 따로 먹는 게 낫겠다는 심정이 들곤 했다. 그랬지만 어쨌든 한 상이었다.
친구의 집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집은 없다. 그랬겠지만, 어쩌다 가끔 따로 먹게 되던 집은, 종국에는 영영 따로 먹게 된 집이 된다. 그런 이야기를 씩씩하게 했다. 자기는 그런 가정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며 거듭 다독이고 자신하며 다짐했던 소년이었다. 그런 소년은 장성하여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고 결혼도 했으며 아이도 낳았다. 그렇게 한 가정의 구름이 되었다. 그랬는데, 그 구름은 이제 먹구름이 되어 비가 된다. 내리는 빗속에서 다 큰 소년은 생각한다. 자기 부모의 이별을, 다시.
이혼을 꿈꾸며 시작하는 결혼은 없겠지만, 화목의 꿈은 수시로 깨지기 마련이다. 인생에서 이별만큼 흔한 건 없지만, 아이에게 세계가 쪼개지는 이별은 각별하다. 흔한 뉴스는 원래 너무 아픈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무슨 말을 한 것일까. 부슬비가 된 너는 조용히 그냥 들었고, 나는 무슨.
돌아오는 길에 아델의 곡을 들었다. ‘Easy On Me’였다.
“흘러가는 물속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난 물에 잠겨만 가고, 이 침묵 속에서는 도저히 헤엄칠 수가 없어. 날 조금만 이해해 줘, 아가.”(I know there is hope in these waters. But I can't bring myself to swim. When I am drownin' in the silence. Baby, let me in.)
나도 비가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