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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주 Nov 06. 2021

2화 이사 떡을 돌리고 받은 것

층간소음을 부탁해

 2021년 12월 9일은 첫 애의 출산 예정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홈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물론 여기서 홈은 아내의 홈이고, 나는 처음으로 부산을 떠나 김해 시민이 되었다. 이사를 했으니 떡을 돌리는 것이 인지상정-!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또 딱히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했다. 어떻게 할까나.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는데(알쓸범잡 6편, tvN, 2021.),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층간소음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있다. 건축적으로는 아파트가 기둥식 구조가 아니라, 벽식구조라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벽식구조는 층 간 바닥을 아무리 두껍게 해도 근본적으로 벽 자체가 위아래로 연결된 하나의 몸 같기 때문에, 소음에 취약하다. 바닥이 울리면 벽을 따라 소리가 이동하는 탓이다. 반면 기둥식 구조는 아래위층이 직접 연결된 곳이 기둥이므로 소리가 기둥을  타고 가기에 소음이 낮다.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둥식이 아닌 벽식구조로 아파트를 짓는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건설 비용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사한 집이 바로 그 벽식구조로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다. 그러니까 층간소음이란 이제 나에겐 자연의 소리가 되는 것이다.


 처음 여기로 이사 온 날에 내가 느낀 가장 큰 소음은 층간 소음이 아니고, 하늘 소음이었다.  ‘세상에! 비행기의 창문 수도 셀 수 있겠다!’ 김해에는 김해공항이 있고, 나는 그 공항의 날갯짓 아래로 온 셈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소음 속에 자란 아이다. 삼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집에서 부모님이 떡을 만들기 위해 돌리던 기계 곁에서 컸다. 그러니 소음에 그리 예민하진 않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랬는데도 들렸다. 일상을 파고든 비행기의 날갯짓 소리가.


 놀라운 건 아내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행기 소음은 늘 들어왔었기에 그 소리가 달팽이관을 지나도 뇌는 시큰둥하다. 그녀는 말한다. “너도 곧 나와 같이 될지어다.” -아, 아멘.


 층간소음도 그럴까. 사실 층간소음은 생활 소음의 일환이다. 심각해지는 건 거기에 감정이 묻을 때다. 해가 갈수록 층간소음으로 인한 폭력 사건이 증가한다. 해가 갈수록 층간소음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편이 나오고 있음에도 그렇다. 뇌는 처음 드는 소리에 민감하다. 하지만 이 소리는 익숙해지면 둔감해진다. 반면 감정이 묻은 소리는 점점 더 잘 들리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예전에는 그리 크게 여겨지지 않던 그 발소리가 너무 세게 또 빈번하게 들린다. 며칠 전 마주한 위 호의 입주자가 미안한 기색은커녕 도리어 내게 예민보스라며 혀를 찬 탓이다. 텔레비전 소리를 아무리 크게 틀어도, 비행기가 아파트의 머리에 부딪힐 정도로 날아도, 내게는 그놈의 발소리만 들린다. 우리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무엇보다 적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했다. 그리고 그 원수가 바로 위에 있다. 그런 식이라 하여


 떡을 돌리기로 했다. 우리도 층간소음의 일부가 되겠지만, 중한 건 이웃이 되는 것일 테니. 


 이사 떡을 돌리지 않는 것이 요즘의 국룰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말일까? 게다가 나는 히키코모리형 인간이라 막상 떡을 돌리려 하니 긴장이 됐다. ‘어이구, 무서운 세상인데 괜히 엉뚱한 트러블이 생기는 거 아냐?’ 우리는 떡이 포장된 도시락에 인사 글을 쓴 포스트잇을 붙였고, 여차하면 문고리에 걸어 놓고 튈 수 있게 봉투도 준비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비행기가 우리 아파트를 스쳐 날 듯 그렇게 돌았다. 그리고


 내가 누른 초인종 소리만큼 우리 집 초인종도 울렸다. 떡을 받은 손들은 귤을, 김치를, 비닐팩을 내줬고, 무엇보다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뱃속 아기도 그 환영을 받았다. 좀 더 찬 바람이 부는 날이 오면, 아기는 큰 울음으로 이에 응답할 것이다. 


 이사 떡은 이웃의 위장에서 곤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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