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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주 Feb 12. 2022

3화 흔한 기적 속에서 꿈이가 오다

말 못 하는 울음이 냄새가 되어 집에 그득하다

 예정일은 넉넉히 남았지만, 뭐든 예정대로 되지만은 않는 법이다. 담당의는 아기가 아직 많이 위에 있다며 운동을 권했고, 우리는 그날도 그렇게 할 예정이었다. 그럴 생각이었는데, 그날이 그리될지는 몰랐다. 아내의 몸만이 은밀히 알았을까? 그날 아침, 양수가 터졌다. 우리는 거북이가 되어버린 자가용을 겨우 움직이며 병원으로 갔다.


 주말인 탓에 담당의는 없었고 그의 동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출산이었기에 유도 분만이 시도되었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분만은 그다지 유도되지 않았다. 별수 없게 되자 의사는 쓸데없는 고통을 지속하기보다는 수술이 낫다는 수를 내놓았다. 아침에 시작된 아기의 탈출 시도는 해가 기울 때까지 계속됐다. 나는 설명을 듣고는 있지만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한 채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고 있었다. 의사는 ‘별일 없을 거고, 이것이 최선’이라고 했고, 나는 그저 아내의 고통이 덜어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수술이 시작됐고 나는 대기실에서 가족을 비롯하여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다. 축하와 위로, 놀림과 응원이 돌아왔고, 몇 개의 기프티콘이 남았다. 조금 멀어졌다고 생각했던 한 친구는 느닷없이 동료가 되라며 당(sugar)과 카페인(caffeine) 교환권을 보냈는데, 나는 아내가 이걸 먹을 수 있는가 의아했다. 어쩌면 내 몫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두 돌이 된 아들을 둔 아버지다.


 수술은 잘 끝났고, 나는 중력을 견디며 폐호흡을 하는 꿈이(태명)를 만났다. 으앙으앙 울고 있었는데, 내게는 쿠와앙 쿠와앙 우는 것처럼 들렸다. 간호사는 의식을 치를 준비를 했다. 우는 꿈이를 보면 나도 우앙 울게 될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나온 희귀종을 보는 기분이었다. 꿈이를 보는 내 눈이 초롱초롱하여 간호사는 웃었고 우리는 함께 몸을 씻겼다. 그새 훌쩍이라고 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꿈이는 삼 개월 차가 됐다. 초보 부모의 서툰 걱정을 꿈이는 누적된 유전적 반응으로 돌파했고, 우리는 함께 곤고했다. 피로가 집을 지배하지만, 덕분에 조금씩 안도하게 된다.


 신혼 때는 찾아오지 않았던 아기는 우리의 생식기능이 괜찮은가 싶어서 병원을 갔을 때 왔다. 다행이다 싶어서 안도하던 시기에는 조기 자궁수축이라는 판결 속에서 입원했고, 영문을 들어도 쉬이 설득되지 않은 시절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온 꿈이는 악착같이 제 아비의 손가락을 쥐었고, 그러는 사이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온갖 동료들이 등장했다. 다들 위대한 육아의 항로에서 항해 중이던 것이다. 낚시로 가득 찬 원피스를 향한 탐험에 나도 합류했다. 


 나에게 기적은 드물다. 그래서 기적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적은 흔하다. 그런 게 기적이다.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먼저 라이선스가 나왔다. 부모는 그 자격을 앞으로 증명해야 한다. 2021년의 끝자락에 만난 꿈이는 나와 아내의 반복을 꿈꾸며 유일무이하게 자랄 것이다. 우리는 반복의 착각 속에서 꿈이의 독립을 응원하겠다. 흔한 모험이 기적을 타고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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