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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Jun 19. 2016

#98,99 Brighton

그리고 세븐시스터즈

금요일은 여행준비를 마무리했다. 지금 정말 바쁘다. 다음주 화요일 부터 떠나는 Bratislava 부터 시작해서 Vienna, Prague, Amsterdam 까지이어지는 2주간의 대장정이다. 티켓도 뽑고, 도시내에서 어디 둘러볼지 정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아니였다. 짐도 싸야하고, 필요한 물건도 사야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아니다. 이 여행이 끝나고 3주정도 뒤에 다시 또 여행을 떠난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을 거치는 일정이다. 이때는 주 목적이 프랑스에서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였다. 아무튼 이것도 금요일에서야 모든 예약이 끝이났다. 모든 예약이 끝나고 걸레짝이 되어 집에 도착하고나니 당장 내일 또  브라이튼으로 친구들과 놀라가기로 했다. 아침일찍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쓰러져서 잠에 빠졌다.


그래서 토요일 오늘의 이야기를 하자면 학원의 한국인 친구두명과 함께 브라이튼에 다녀왔다. 한명이 다음주가 마지막인데 공교롭게도 다음주는 내가 여행을 떠나는 주라 볼 수 있는게 이번주가 마지막이였다. 그래서 뭔가 느낌이 작별여행같은 기분이였다. 아무튼 작별이고 뭐고 떠나서 한가지 확실한건 오늘 정말 즐거웠던 하루였다. 장소가 좋았던 것도 있었고, 동갑내기 친구들끼리 타지에서 놀러가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


우리나라에서 어학연수지로 유명한 브라이튼은 해안 도시다. 해안도시라고 하면 당연히 바다가 있고, 그 앞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진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다보니 이게 좀 묘한게 뻔하다보니 한국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부산사람이다보니 해안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봐왔기 때문에 더 심했다. 영국에 오자마자 왔으면 그래도 건물의 특이함과, 사람들의 다양함에 다름을 느꼈겠지만 이미 런던에서 3개월 지냈고, 익숙해진 상황에서 브라이튼에 오니 진짜 부산에 해운대에다가 그냥 건물만 영국식이였다. 심지어 해변가는 진짜 거짓말안하고 해운대를 빼다박은 듯한 모습이였다. 그나마 한가지 특이했던점은 백사장이아닌 자갈밭이라는 점이다. 모래가아닌 맨들맨들한 조약돌로 해변이 이루어져있는데 독특했다. 아무튼 다른 친구들은 여기가 어느 영화에서 나온 촬영지라고 정말 아름답다며 좋아했는데 나도 한번 그 영화를 보고 올걸 그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조금 더 느끼고, 즐길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사실 오늘 주된 목적은 바로 브라이튼 근처에 있는 세븐시스터즈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세븐시스터즈? 영국에도 무슨 칠공주파 같은게 있는건가? (라는 개그를 쳤다가 맹렬히 비난받았다.... 나도 늙은건가) 세븐시스터즈는 바로 일곱개의 해안절벽을 가르키는 말이다. 처음에 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이 절벽이 저번에 내 친구들이 영국에 여행왔다가 버스시간 놓쳐서 가보지 못한 곳이였다. 내가 알기로는 영국에 3일정도인가 머물렀던걸로 알고있었는데 그 짧은 기간동안 가기로 생각했다는건 그만큼 좋은 곳이란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기대를 품고 브라이튼에서 세븐시스터즈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어야했는데 버스티켓을 내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가방을 확하고 잡아당겼다. 순간 소매치기인가 싶었는데 아니였다. 영국인 어르신이였는데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새치기를 했다고 판단했는 것 같다. 어안이 벙벙해서 멍때리고 있는데 뒤에 있던 다른사람이 가서 사과해야 한다고해서 얼떨결에 사과까지하고 버스에 탔다. 아니 웃긴게 버스 줄이있었다면 모르겠는데 사람들 전부 아무데나 막 서있다가 버스가오기 시작하니 버스가 있는 곳으로 졸졸졸 몰려가서 타길래 거기에 따라서 탄 것 뿐인데... 나이먹었다고 유세떠는 것도 아니고.. 어이가 없었다. 시골이면 오히려 더 느긋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런던이 이런부분에 있어서는 더 깔끔하고 신사적이였다.


살짝 기분을 망쳤지만 그래도 뭐 가볍게 넘겼다. 다시 볼 사람도아니고. 브라이튼에서 세븐시스터즈까지는 거리가 꽤 있어서 한시간 정도걸려서 도착했다. 세븐시스터즈 센터에서 지도를 받은 뒤, 절벽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는 드넓은 목초지가 펼쳐져있었고 그 위에는 소들과 양떼가 노닐고 있었다.


날씨는 구름낀 흐린 날씨였는데 해안가라 해가 떳으면 좋았겠지만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하늘도 꽤 잘 어울렸다. 게다가 절벽에 오르는데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오는데 선선하고 기분이 좋았다. 바다의 짠내도 코끝을 스치는데 그리운 냄새였다. 아마 바다가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앞서 7개의 절벽이 있다고하기는 했지만 전부가보지는 못했다. 전부 다둘러봤다가는 돌아가는데 시간이 엄청 걸리기 때문에 3개가 다 였다. 그래도 첫번째 절벽이후는 절벽이 그렇게 크거나 웅장하지는 않아서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한가지 빼먹은게 있는데 절벽 위는 전부 푸른 들판으로 되어있는데 거기에는 하얀색 돌맹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절벽의 색도 흰색이였는데 아마 그 지대자체의 암석이 흰색을 띄어서 그런것 같았다. 역시 생각의 동물 사람 답게 이렇게 의미없이 굴러다니는 돌맹이를가지고도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이 돌맹이로 글자를 남기는 것이다. 초록색에 흰색. 꽤 잘어울리는 조합이였다. 그리고 언덕 중턱에서 글자를 만들어 사진을 찍으면 해안가도 같이 찍혀서 흔히 말하는 인생사진같은 것도 건질 수 있고 갔다왔다는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점에 있어서 재밌었다. 물론 단순히 돌을 얹어 놓은 것이라 누군가의 발길질이나 다른 이름의 재료로 쓰이기위해 파괴되겠지만 말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찬 하루였다. 요새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정도다. 이제 푹쉬고 여행 준비를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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