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1004)의 섬에 천사가 살까?(152)
*천사(1004)의 섬에 천사가 살까?
詩를 소리로 그리는 '시낭송예술원'(회장 채영숙) 식구들이 남녘으로 봄나드리를 다녀왔다. 1004개의 섬을 품고 있다는 신안의 여러 섬 중에서 몇 곳만 뽑아서, 서울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여행작가이고 시인이신 이형권시인의 해설을 곁들인 알찬 하룻길이었다.
8시 정각에 군산을 출발하여 7개의 섬을 육지로 연결한 암태도 천사대교(Angel Bridge)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 잠깐 내려서 사진을 찍고, 방송을 타며 유명해진 기동삼거리 동백꽃 할머니벽화를 보러 갔다.
처음엔 할머니만 그려져 있었으나 할아버지가 샘을 내셔서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풍성한 동백꽃 화관을 머리에 쓰고 사이좋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울안의 동백꽃나무를 담장의 그림 위로 배치하여 화관인 듯, 뽀글이 파마머리인 듯 너무 잘 어울렸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참 절묘한 배치다. 조금 아쉬운 점은 삼거리 길가의 담벼락이다 보니, 오고 가는 차량을 피해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그다음엔 자은도 분계해변의 소나무 숲길을 산책했다.
거센 해풍과 설탕가루처럼 고운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바닷가에 심어놓은 해송들이 낙락장송이 되어 운치와 실용을 겸하고 있었다.
많은 소나무 중에 미인송이라는 이름의 소나무를 만났는데, 마치 알맞게 통통하고 늘씬한 여인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듯한 자태를 드러낸다. 잘 보니 배꼽부위까지 갖추고 있고 美人松이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인의 몸매(?)이다.
일찍 나서서 아침식사를 못한 분들이 있을 거라고 차 안에서, 꽃천사님이 직접 뜯은 쑥을 넣어 만들어온 따뜻하고 쫄깃쫄깃 맛있는 쑥 인절미와 회장님이 준비한 김밥을 나눠 먹었는데도 어느새 시장기가 들었다. 점심때가 되어 예약한 식당으로 옮겨갔다. 농가맛집 '맛나제'의 상차림은 남도의 맛깔스런 손맛과 주인의 넉넉한 인심으로 충분히 맛있게 자알~ 먹었다.
점심식사 후에는 자은도 배길리 면전해변을 산책했다. 처음 작은 바닷가의 모래밭을 살랑살랑 걸을 때까지는 우리에게 유격훈련 같은 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숲길을 한참 걸어가면 더 아름다운 해변을 만난다는 인솔자의 꾐(?)에 숲길을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봄날은 간다' 노래도 부르며 한껏 여유로웠다.
아! 그런데 고사리가 문제였다. 가는 길 여기저기서 고사리들이 예쁜 주먹을 내밀며 유혹을 해대니, 누가 살림꾼 아니랄까 봐 여인네들의 발길은 자꾸만 느려졌다.
그런대로 잘 따라가던 일행들은 모래사장으로 내려서기 직전 고사리밭을 만나고는 아예 두 패로 갈라지고 말았다. 계속 전진하는 팀과 고사리 밭에 홀린 팀!^^
시간이 늦어질까 봐 그랬을까?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을 지나서 우리는 길도 아닌 가파른 산비탈을 기어오르는 고행을 해야 했다.
다음코스는 안좌도 추상 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가의 생가를 둘러보았다. 천석 군 부농의 아들인 그가 모든 농지를 소작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자신은 가난한 예술가의 삶을 선택했다니, 통 큰 나눔 진짜 예술가의 면모를 알게 되었다.
보라색섬으로 이동하여 퍼플교와 박지도 하이킹까지 우리들의 하루는 알차고 즐겁고 아름다웠다.
오가는 길, 차창 양쪽으로 한참이나 이어지며 흘러가던 하얀 배꽃들, 초록 물결의 대파밭, 은빛 갈기를 세우고 달려오던 파도...
1004개의 섬 일부를 둘러보며 우리는 천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제각각 상상의 날개를 달고 천사가 되어보는 환상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서녘하늘을 채워가는 금빛 노을 속으로 버스는 달리고 달려, 만개한 벚꽃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군산으로 돌아온 시간은 늦은 일곱 시 삼십칠 분이었다. (2024. 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