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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Apr 30. 2023

*구름을 두르고 이슬비 걸치고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71)


7시 45분에 집을 나서서 선배 한 분 태우고 전주 집결지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도내 각 지역에서 모인 표현문학(회장 조미애) 동인들의 나들이길~

하루의 시작은 두껍게 드리운 비구름이었지만 다행히 크게 심술을 부리지 않은 이슬비 덕분에 잠깐의  비바람과, 물기 머금은 흐린 하늘마저 하룻길의 운치를 더했다.



충남 강경의 소금문학관에 들러 작가를 만나서 치열한 작가정신과 소설의 배경이 된 이야기들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박범신 소설가는 지금 자기 나이가 78세인데, 젊어서는 들어보지 못한 청년작가라는 말을 이 나이에 듣는다고,   늙어가며 그렇게  불리어지는 일이 매우 즐겁다고 했다.

청년작가라는 말은 아직도 자기가 끝없는 그리움과 갈망으로 치열하게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환하게 웃었다.


청바지에 티셔츠, 얇은 점퍼와 운동화차림의 박범신 작가에게서는 나이답지 않게 청년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반백이 넘은 아무렇게나 빗어 넘긴 듯한 풍성한 머리칼, 거침없이 유쾌한 언변,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냥 편안하고 멋진 중년의 남자로 보였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글을 잘 쓸 수 없다는 말에 동감이다.

결핍 때문에 글을 쓰고, 결핍 때문에 사랑을 하고, 결핍 때문에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모두 맞는 말이다.

채우지 못한 정신적 공허와 결핍을 메우기 위해 나 또한 시를  쓰고 잡문을 끄적이고 있으니까.


박범신 작가의 글쓰기의 원천인 금강변의 강경에는 소금문학관 외에도 돈암서원, 근대역사의 흔적들, 천주교 박해의 성지와 최초의 'ㄱ'자 교회 , 유명한 강경상고 (교정엔 울보시인 박용래시인의 시비와, 천상병시인과 어깨를 겨루던 기인 김관식 시인의 시비도 세워져 있었다.) 등 기대이상으로 둘러볼 곳이 많았다.

젓갈의 고장답게 곳곳에 늘어선 젓갈 판매처가 눈에 띄었고 맛집도 많다고 들었다.

점심식사는 그중의 한 식당에서 젓갈정식(?)을 먹었다. 괜찮았다.


전주로 돌아오는 길에 가람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정갈하고 아담하게 가꾸어져 있어서 정감이 가는 곳이다.

문학관을 둘러보고 뜰에 서있는 별탑 아래에서 가람이병기선생님의 시 "별"을 합창했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마루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싱그러운 초록에 담뿍 물들며, 4월의 끝자락을 알차고 멋지고 맛깔스럽게 마무리했다.

서럽고 아프고 찬란했던 4월이여

그러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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