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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y 05. 2023

*어떤 고백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72)


가끔 내가 가진 사유의 뜨락이 너무 좁고 얄팍하다는 생각, 내가 지니고 내가 사용하는 어휘가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에 묻어가며 제법 그럴싸한 교사라는 직업으로 말 품 팔아 이만큼 살아왔으니 말의 극빈층은 면했겠지만, 어쩌다 찬찬히 내 안을 들여다보면 가난한 생각의 살림살이가 너무도 초라해서, 여기저기 속살이 드러날 듯 남루해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


말랭이마을 책방에서 색다른 음모(^^)가 시작된다.


이러고도 배운 버릇 개 못 준다고, 누군가 살살 등을 긁어주면, 어설픈 훈장질을 해보겠노라 덥석 미끼를 문다.

5월 4일~ 오늘도 나는 분수도 모르고, 결코 가볍지 않은 어떤 일을 시작하고 말았다.

틀림없이 설렘과 기대를 한아름씩 안고 왔을 그분들에게 앞으로 40시간을 무엇으로 채워드려야 할지 무거운 중압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어쩌랴!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서두르지 않고 기죽지 말고 함께 보폭을 맞추며 마음 밭을 일궈가기로 했다.


푸른 5월 사랑의 계절


초등교단에서 36년간 꼬마대장을 하다가, 정년을 6~7년쯤 남기고 명퇴를 신청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나름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도 없다고 자부한다.


2008년 2월 말 명퇴를 하고, 이제부터는 오롯이 나를 위해 살자고 다짐했었다.

자유인으로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야심 찬 결의도 다졌다.

그러나 뜻대로 되어진다면 세상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끊어내고 돌아선 세상과는 또 다른 緣으로 묶여지고, 새롭게 엮어진 연결고리에서 독립된 자유를 외칠 수는 없었다.


습관이 굳어져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생각은 말이 되어 행동으로 나타나고,

행동을 반복하다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여 운명이 된다고 했다.

유복하지 못한 유년시절을 지나며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복합적인 목마름, 권리의 주장보다는 양보와 체념을 저 학습했던 큰 딸, 내 감정의 표현보다 홀로 세파에 맞서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이 컸던 아이, 애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는 혼자 해결하고 혼자 견디는 일에 익숙했다.

자신도 모르게 습이 되어버린 혼자서 견디는 일이란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은근히 속병이 드는 일이기도 했다.


어머니를 실망시켜 드려서는 안 되었기에  공부를 잘해야 했고,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어야 했고, 행동거지가 바른 모범생이어야 했다. 그래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다행히 그렇게 인정받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기껏 작은 도시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의 자랑이고 기쁨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꽁당보리축제장에서 한시예 낭송가님들


나는 하나의 여자사람이라는 알맹이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포장지에 싸여서  때로는 숨이 멎을 것 같았지만, 오랜 습관처럼 견디고 포기하고 순종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때로는 억울하고 분하기도 했지만,

정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소박한 바람으로 타박타박 걷다 보니, 일흔 고개를 넘어 인생의 가을 숲으로 깊숙이 걸어가는 할머니가 되었다.

이렇게 오늘도, 오늘 하루만큼 알맞게 익어가는 중이다.


청보리밭 축제장에 걸린.


5월의 초록비가 시원스레 내린다.

봇물 터지듯 와르르 내달아 오는 꽃들이

봄인지 여름인지 헷갈리게 하더니

빗줄기가 확실하게 가르마를 타주려나?


"여기까지는 봄, 여기부터는 여름 예쁘게 줄 서 보자~"



거리마다 이팝꽃은 소복소복 밥상을 차리고, 윤기 자르르한 초록이 사정없이 자리를 넓혀간다. 푸른 5월이 봄과 여름의 혼성합창을 지휘할 모양이다.


아카시꽃, 등꽃의 향기가 남실댄다. 감꽃의 입술이 쫑긋거리고, 철쭉과 황매화의 웃음이 예사스럽지가 않다. 요 며칠 밤마다 앞 산 뒷 산 소쩍새는 은근한 노래를 주고받더니만 숲 속에 신접살림이라도 차리는 모양이다.


사랑의 계절 5월이다.

물고 빨고 자식사랑에, 반려동물 반려식물까지 내리사랑에만 야단법석 떨지 말고, 늙어가는 부모님과 힘 떨어진 노스승도 찾아보는 치사랑도 기억하는 5월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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