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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y 12. 2023

*60년 지기 친구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73)

*60년 지기 친구

코로나라는 역병이 길을 막기 전에는

1년에 너 댓 번은 만나며 살았다.

네 사람 생일을 핑계로 만나서 점심 먹고 차 마시고 기분 내키면 노래방에도 갔었다. 그러고도 1년에 한두 번은 1박 2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그렇게 함께 마음을 포개며 중학교 2학년 단발머리 소녀들은 어느새 칠십 중반의 문 앞에 서 있다.


염색으로 겉모습만 슬쩍 감춘 머리카락 아래엔 희끗희끗 복병이 숨어서 언제라도 뚫고 나오려 눈치를 보고, 주름 자글자글한 얼굴엔 거뭇거뭇 검버섯꽃이 얄궂게도 피었다.


70고개를 넘고 나니 배우자를 멀리 떠나보낸 친구도 있고,

큰 수술을 하여 건강이 바닥을 쳤던 친구도 있다., 큰 병은 없어도 이제는 네 사람 모두 금 간 항아리 같아서 만나서 밥 먹고 수다 떠는 일도, 하룻밤 어딘가로 함께 떠나는 일도 쉽지가 않다.



계절은 변함없이 이팝꽃 아카시꽃  등꽃향기로 어질머리를 앓고,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초록으로 물들 듯한 오월이다.

아직도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꽃을 보면

가슴이 설레고, 푸르른 나무아래 서면 한 그루 그리움으로 물드는 나무가 되는데, 우윳빛 살빛 연분홍으로 물들던 두 뺨은 어디에 흘리고 왔을까?

삭아도 참 많이 삭은 할매들 넷이 그래도 이만하기 얼마나 다행이냐고, 한 번이라도 더 자주 만나자고 웃으며 주름투성이 두 손을 잡았다.

(할 수만 있다면 무정한 세월을 붙잡고 싶었겠지만^^)



며칠 뒤의 생일을 앞당겨 축하한다며

손 없는 날을 잡아서 만났다.

맛도 분위기도 깔끔한 집(모산방)에서 여유롭고 맛있게 포식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은파호수 우거진 숲길을 한 바퀴 돌아 전망 좋은 찻집으로 옮겨서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눴다.


두 명의 친구는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바래다주고, 한 친구는 집 앞에 내려주고 돌아오는데 괜스레 코 끝이 시큰거렸다.

앞으로 우리 네 친구가 함께 할 5월이 몇 번이나 될까?  내가 친구들을 태우고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이렇게 싱그럽고 향기로운 계절, 이토록 좋은 날 좋은 생각만 하기도 모자랄 텐데 이 무슨 청승인지...


내 오랜 친구들아, 부디 오늘 만큼만 건강하자. 그래서 우리 호호할머니 될 때까지 오래오래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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