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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y 14. 2023

*기형도시인의 곁에 서보다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74)

스물아홉~ 너무 빨리 우리 곁을 떠난 기형도시인의 곁에 서보다.



오월 둘째 토요일, 군산문인들이 한 무리를 이뤄서 기형도 문학관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서서 1차 집결지로 향했고,  8시 5분에 출발하여 저녁 9시 즈음에 집에 도착했으니 오늘도 짧지 않은 하루를 쓴 셈이다.


어느 분이 가까운 공원에 산책하듯이 기형도 문학관을 둘러보고 왔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우리는 일부러 버스를 대절하고 하루 종일 품을 팔며 돌아볼 곳을, 이웃집에 마실 가듯 하는 그분이 너무 부러웠다.


출발할 때 군산의 날씨는 들뜬 우리들 마음처럼 화창하고, 차창으로 스쳐가는 풍경은 푸르름으로 가득 출렁거렸다.

지천으로 하얗게 피어있는 아카시나무 꽃들과 간간이 섞여있는 연보랏빛 오동나무 꽃들이 초록을 배경으로 꿈결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산도 들도 온통 초록이 무성했다.


흘러가는 풍경 속으로 하얀 찔레꽃도 다문다문 꽃덤불을 이루고, 자잘한 들꽃송이들이 노랗게 흔들리기도 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무슨 수로 향기를 맡을까마는 나는 분명 아카시꽃, 찔레꽃의 달고 아릿한 첫사랑의 향기에 취하고, 저 끝모를 초록의 물결에 둥둥 떠가고 있었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11시 40분쯤 문학관에 도착했다.

광명문인협회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사무국장을 겸한 전주출신의 박갑순시인) 미리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기형도문학관의 안내는 문학관 관장님이 직접 해주셨는데, 기형도 시인의 일곱 살 터울의 친누님이라고 했다.

직접 업어서 키운 피붙이 친누나가 들려주는 설명은, 곳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랑스런 남동생의 이야기에 귀를 모으게 했다. 가족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정감이 갔다.


문학관장님은 기형도 시인을 직접 업어키운 친누나라고 했다.


문학관의 구조는 우리들 고향마을의 골목길을 연상하듯, 구불구불 골목을 돌면서 천재 시인의 스물아홉 해 짧게 머물다간 삶의 궤적을 읽을 수 있게 꾸며 있었다.

도를 넘치지 않고 소박한 듯 멋스럽고, 무딘 듯 예리한 꾸밈이 곳곳에서 발길을 붙잡았다.


스물아홉 해~ 너무 짧게 사람들 곁에 머물다 갔지만 그의 빛나는 작품들은 시들지 않는 꽃으로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다.


광명동굴 빛의 커텐을 들추고


문학관 답사를 마치고 , 차로 10여 분쯤 이동하여 광명동굴을 구경했다.

동굴이라 하여 종유석이나 석순을 기대했지만, 그런 동굴이 아니라  광석을 캐내던 폐광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곳이었다.

한 번쯤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만하였다.


오고 가는 시간이 각각 세 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버스 안에서 노래와 시낭송 등 조용한 여흥을 즐기며, 우리는 한층 가까운 사이가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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