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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y 28. 2023

* 옥정리 사람들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77)

귀농귀촌을 환영하며 함께 나누는 점심식사



옥정리~

이름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듯 옛날에는 맑고 시원한 물이 풍부하게 샘솟았다고 한다. (샘물은 지금 지하수로나 잠기고 집집마다 상수도 물을 쓴다)

나지막한 산자락이 마을을 감싸고 산자락 따라서 윗뜸 중간뜸 아랫뜸으로 옹기종기 촌락을 이루었고,

같은 성씨의 집성촌을 이루고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어서, 몇 안 되는 다른 성을 가진 사람들은 적잖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논농사, 밭농사를 지으며, 푸성가리나 산나물을  시내에 내다 팔며 살았다고 한다.


전에는 제법 큰 마을이었지만 자동차 전용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면서 마을이 반으로 줄고, 이어서 산업철도가 놓이고(2022년완공), 산업단지로 들어가는 대형가스관이 지나가는 바람에(2018년) 가구수는 급격히 줄고, 주민들의 고령화까지 겹쳐 마을은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2007년 이 마을에 집을 지어 정착을 했고, 그다음 해에 남편과 동시에 명퇴하고 완전한 자유인이 되어 이 마을 주민으로 합류하였다.

그러나 시내에서 살다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집을 지어 사람들과 섞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전문 농사꾼도 아니고 퇴직한 후 조용히 노후생활을 하자고 들어온 시골살이~ 그러나 오래지 않아 시골에서 사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자성이 번쩍 들었다.


우리 부부가 하는 일은 무엇을 해도 흉이 되고, 시빗거리가 되었다.

식구도 많지 않으면서 집을 크고 높게 짓는다고, 농사는 짓지 않고 마당에 꽃을 심고 나무를 심는다고, 마당에 잔디는 왜 심느냐고, 쓸데없이 길가에 꽃을 심는다고...


장미와 함께 울타리를 덮고 있는 인동초꽃


처음 5~6년간 미운 오리새끼가 되어 우리는 지독한 텃세를 받으며 고통 속에 지냈다.

게다가 바로 이웃에 아주 고약한 사람이 우리 땅과 붙어있어서, 사사건건 민원을 넣는 바람에 아주 골머리를 앓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소화불량에도 시달렸다.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내보려고 나름 애를 썼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4년 마을원로 어르신과 몇몇 주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투표를 거쳐 이장일을 맡게 되었다.

처음 2년, 재임 3년까지 5년간 최선을 다했고, 관내 33개 마을 중 유일한 여성 이장이었음에도,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울타리를 덮고 있는 장미


옥정리 사람이 된 지 올해로 17년 째다.

작년에 새로 이장이 된 분은, 타성받이 이장 세 번째다.

전에는 같은 성씨들 친척들이 돌아가며 이장일을 보다가, 내가 타성받이 1호 이장이었고, 지금 이장님이 3호인 셈이다.

이분은 어려서 이곳을 떠나 타지에 나가 오래 살다가 돌아왔지만, 옥정리가 고향이고, 부모님이 남겨주신 땅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우리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주민들로부터 선뜻 환영받지는 못했지만, 선임자로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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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성실하고, 행정적인 업무처리 능력도 있고, 특히 부인이 부녀회장 일을 맡아서 하며 손발을 맞춰나가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마을이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구간을 나누어 쓰레기도 줍고


금요일(5월 26일) 체육공원에 주민들이 모두 모여 마을 청소를 했다.

집집마다 한두 명씩 빠짐없이 나와서 세 구역으로 나뉘어서 시간 반 정도 마을 구석구석 쓰레기를 줍고 청소를 했다.


12시부터는 우리 마을에 귀농귀촌한 두 가정을 환영하는 마을 잔치가 있었다.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나누며 웃음꽃이 피었다.


옥정마을 작은 체육공원

집집마다 계절꽃이 환하고 온마을에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하다.

작년부터 부녀회장을 중심으로 애써 가꾼 마을 체육공원은, 앵초꽃 금계국 기생화 달맞이꽃 망초꽃 등 이 예쁘게 피어서 잔치마당의 분위기를 환하게 받쳐주었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서로 존중하며 상생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금 새로운 결의를 다지고 있다. 더 좋은 우리 동네, 와서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한마음으로 마을을 가꾸고, 창조적인 일거리를 찾고 만들어가는 중이다.


맑고 풍부한 물이 샘솟던 옥정리,

인정이 넘치던 그 옛날의 뿌리에 닿아서 더 살기 좋고 아름다운 옥정리로 거듭나기를 우리 모두 소망하며 희망의 나무를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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