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에 커피 한잔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 문장을 본 누군가는 '하루 한잔 커피가 건강에 도움이 된데'라고 이해하기도 하지만 저는 어찌 보면 직업병과 같은 생각들을 하곤 합니다.
"커피는 믹스? 스O벅스? 아메리카노와 라떼는? 카페인 용량은?"
등등의 꼬리들이 이어지죠. 이쯤 되면 저에게 이렇게 말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참 피곤하게 산다"
신문기사의 한 문장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런 방식의 소통을 꽤나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명확하다고 믿고 하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의 경험이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글쓴이에게 커피 한잔은 스O벅스에서 파는 아아였더라도 저에게는 라떼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합니다.
결국 소통의 명확성을 위해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 문장에서 커피 한잔은 OOO를 기준으로 한다와 같은 기준 말이죠.
기업 내에서는 이러한 소통의 기준점이 일상적인 경우보다 좀 더 중요합니다. 소통의 오류와 해석은 기업에게 주어진 자원 중 시간과 인력이라는 자원을 소모시키고 자칫 자원을 재투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방법론으로 구체성을 이야기합니다. 일에 있어 논쟁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구체적인 상태를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대화하는 방식입니다. 하루 커피 한잔이 아니라 스O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도 한 잔 기준이라거나 혹은 도움이 되는 이유가 특정 성분에 기인한 것이라면 특정성분 그램 수를 기준으로 소통하는 것이죠
"인사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끔 받는 이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을 하곤 합니다
"소통을 잘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어디선가 결국엔 뻔한 이야기라며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소통을 잘한다는 건 소통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들의 소통, 특히 인사에서 소통에서는 앞서 커피 한잔에 담긴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성, 협력, 성실과 신뢰 등의 단어들이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합니다.
상대방 관점에서 생각하기
소통을 이야기할 때 많이 하는 이야기가 상대방 관점에서 생각하기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본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가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상대방 관점에서 생각하기도 이와 같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안다면 우리는 대화의 구조를 사전에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는 제법 긴 시간의 노력과 연습, 시행착오를 포함한 경험을 요합니다.
공통의 기준점을 찾기
상대방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화에서 공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기준점을 찾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장'이라는 단어처럼 '성장을 원하시나요?'라고 물었을 때 '싫어요'라는 대답이 나올 가능성이 낮은 주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기업에서 이러한 공통의 기준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저는 조직문화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조직문화는 단순히 기업 혹은 인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최소한 암묵적 동의가 형성된 조직문화를 말합니다.
조작적 정의를 하기
통계를 배우다 보면 '조작적 정의'라는 단어를 만납니다. 여기에서 '조작적 정의'는 '사물이나 현상을 객관적이고 실험적으로 기술하기 위한 정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혁신적으로 일을 해야 해'라고 말하는 대신 '신상품 개수' '특허 개수' 혹은 척도를 활용하여 '우리 기업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데 적극적이다'라는 문장에 대한 상대방의 응답 수준을 확인하고 이를 대화의 기준점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소통은 어렵습니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상대방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소통 과정에는 항상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소통에 더 신경 쓰고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나은 소통을 위한 우리들의 노력에 이 글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