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봄(태명)의 출산 예정일에 벌어진 일이었다.
새벽 1시경부터 7시까지 총 4번의 심한 구토를 겪어야 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구토. 구토를 할 때면 내 몸 안의 모든 장기가 거꾸로 뒤집혀 서로를 옥죄는 느낌이다. 그 비틂과 압박 속에 위에 남아있던 모든 것들이 위쪽으로든 아래쪽으로든 나오지 않고는 못 배겨 서로 나오겠다고 밀치고 싸워대는 통에 그 싸움장을 제공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주 죽을 맛인 거다. 진짜 구토하는 나는 딱 저 말이 맞다. 죽을 맛.
그 죽을 맛을 출산 예정일에 맛본 거다. 출산하는 경험도 거의 저 세상 갔다 오는 느낌인데(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첫째 출산 당시 그 고통으로 기절했던 나였기에.).
출산의 고통도 모자라 온몸을 쥐어짜 내 몸속 모든 것을 빼내는 듯한 구토의 경험까지 버텨야 했던 나… 그날 마지막 구토는 음식물은 전무했고 더 이상 나올 게 없어 노란색 점액질만 무성했더랬다.
그런데 그날 겪은 모든 것은 나의 어리석음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실수를 반복하는 한 인간의 어리석음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실수란게… 자연분만을 할 예정이었던 나는 곧 출산일이 다가올 거란 생각에 최근 2~3일 동안 먹고 싶은 음식들을 미련하게 다 먹은 것이었다. 어쩌면 과식을 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출산하면 이젠 다이어트가 기다렸으므로.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할 것이기에.
첫째 출산 당시엔 양수가 터져 급한 상태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 거의 빈 속으로 자연분만을 해야 했기에 더 힘들었다. 엄마가 아기를 출산하려면 힘을 내야 하는데 힘을 낼 수가 없는 안타까운 상황…
둘째 출산은 만반의 준비를 했던 거였다. 최후의 만찬처럼 내가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을 최대한 즐긴 후 그 음식들이 줄 힘으로 자연분만에 성공하자는 의지.
출산예정일의 그 수차례 구토는 나의 실수가 맞았다. 그 외 증상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열도 없고, 설사도 없고 구토만 하니 과식으로 인한 체함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임산부는 호르몬의 영향과 뱃속 태아의 자리차지로 인해 소화가 느리단다. 그럼에도 과식을 하면 위에 쌓인 음식물이 적체되어 체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수차례 과식을 하고 탈이 나 꼭 밤이나 새벽에 구토를 하곤 했다. 누군가는 구토를 하면 속이 시원해서 자기는 오히려 좋다고 하던데 나는 항상 죽을 맛이더라. 그래서 매번 후회하곤 했다. 왜 과식을 해서… 또… 예전에도 그래놓고…
어리석게도 출산일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결국 아침에 산부인과로 달려가 초음파로 아기의 상태를 확인 후 링거를 맞았다.
과식과 구토로 뱃속에서 고생했을 둘째를 생각하니 또 죄책감이 눈앞을 어른거렸다. 그리곤 속으로 둘째 봄에게 말을 했다. 잘 내려만 와. 그 뒷 일은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결국 둘째의 자연스러운 출산을 기다리던 나는 다음 날 유도분만을 해야 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