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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마음에 없던 힘까지 내어 본다

by Writer Choenghee

아침 8시까지 병원에 도착해 출산을 위한 수속 및 준비를 하고 10시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진통을 위한 걷기부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걷고 관장, 무통 주사, 내진 등을 거쳐 12시 넘어서 가족분만실에 남편과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봄(둘째 태명)은 14시 31분에 태어났다.


그 과정을 좀 더 풀어보면 이러하다. 서서히 진통이 시작되더니 점차 참기 어려운 진통이 시작되었다. 옆으로 돌아 눕자 점점 봄이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더라는 것. 그럴 땐 입으로 호흡을 하기보다 정말 볼일을 보듯 숨을 참고 힘을 줘야 아기가 더 내려간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바로 자궁문이 다 열려버렸고 봄이 쭉쭉 내려가 엄마 몸 밖을 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곤 정말 힘 세 번 주고 봄이 태어났다. 둘째 출산이었음에도 출산 며칠 전부터 유튜브에서 자연분만 호흡법, 후기, 브이로그 관련 영상들을 통해 미리 예습을 했더랬다. 그리고 첫째 자연분만 유경험자라 더 잘했을 수도.


위의 글만 보면 쉽게 나은 듯 느껴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참기 힘든 진통이 시작되었을 땐 첫째 때처럼 포기하고 제발 제왕절개 해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했다. 그럼에도 첫째 때 어렵사리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했었다.


둘째 자연분만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건 더 이상 둘째를 고생시키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임신 기간 동안 손가락 뼈 골절로 수술, 첫째 폐렴이 옮아 계속 기침을 하며 복압이 몇 주간 계속 주어졌던 것 등을 생각하면 둘째를 순산해야 했다. 그러므로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끌어모아야 했다.


속으로 봄에게 말을 걸었다. 봄아 넌 밑으로 내려오기만 해. 엄마가 온 힘을 다해 널 세상 밖으로 꺼내줄 테니까. 그 생각만으로 봄에게 계속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고통스러운 진통과정을 견뎌냈다.


정말 기적처럼 힘 세 번 주고 봄이 세상 밖으로 짜잔 나왔고 내 배 위에서 남편이 봄의 탯줄을 잘랐다. 따뜻한 봄의 체온이 나에게 그대로 느껴졌고 감동의 눈물이 아니라 감동의 미소가, 엄마로서 힘겨운 허들을 하나 제대로 넘겼다는 성취감과 행복감,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보다 힘들진 않을 것이라는, 어떤 일이든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둘째 봄은 첫째 바로(태명)에 비해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많은 일을 겪어야 했다. 그 점이 둘째에게 엄마로서 많이 미안했다. 걱정될 때마다 산부인과 진료로 아무 이상 없이 엄마 뱃속에서 잘 놀고 있다는 확인을 받았지만 엄마가 힘든 일들을 겪는 만큼 둘째도 어느 정도 영향은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살면서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꼭 안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생후 8개월인 둘째. 가만히 안 있어서 카레를 5분도 안돼서 다 먹고 식당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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