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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나와라 쏙

by 박은실

유년의 행복한 기억은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지 않을까.




이 글에서 유년의 기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기억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따스한 기억도, 아닌 것도, 유년의 기억이란 대부분 가족 간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통하여 각자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37도의 무더위를 잠깐 식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손 나와라 쏙>

오랜만에 보는 작가님의 글 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목욕 추억처럼 저 역시도 아버지와의 목욕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신은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도 마지막까지 다 씻긴 아들의 몸을 커다란 수건으로 감싸며 밖에 나가면 감기라도 걸릴까봐 몸에 묻은 물 한방울까지도 정성스레 닦아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여전히 깊게 남아있습니다.

글에 쓰신 것처럼 다는 아니겠지만 아마 행복한 추억들의 많은 부분들이 부모님과의 추억들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행복한 기억이 스무 개쯤만 있었더라도 사도세자와 영조 임금 사이에 그토록 슬픈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가 더 가슴 아프게 들립니다.

음... 작가님은 작품집 《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의 서문에서 “인간에게 과연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기억을 잡아두는 일이 아닐까요?” 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글을 보고 기억을 붙잡으려는 것은 어쩌면 잊어버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훗날 기억의 회로가 왜곡되거나 이탈하려 할 때, 진실이 뭔지 찾으려 애쓰기 보다는 애초부터 사라지지 못하게 기록해 두는 일이라고. 우리가 쓰는 많은 글들이 바로 그런 기억을 흔들어 내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풍화에 지워진 비석의 문자들을 복원하는 일과 같다고나 할까요.

‘손 나와라 쏙’ 이라는 소싯적 한번 쯤 들어봤을 정겨운 소리가 운율을 타고 스며듭니다. 그것은 마치 《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의 첫 글 <냄새> 에서 그 아련한 기억의 냄새를 더듬는 일처럼 기억의 소리를 불러냅니다. 그래서 이 글의 마지막 문장처럼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그 기억이 행복하다면 삶은 조금 더 견딜 만하고, 세상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작가님의 글은 《당신은 오월을 닮았군요》에 나오는 다섯 가지 소제목으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법 웃기고 다소 감동스럽지만 조금은 동화 속 주인공같이 짐짓 낭만스럽기까지한, 아마도 사랑해야 할 것 같은...“


-누군가가 보내 준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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