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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스 Nov 05. 2024

어느새 가을이다.

여름사이 이사를 했어요 


밤사이 비가 내리더니 한순간에 서늘한 바람이 찾아왔다. 실은 서늘하다 못해 오싹하리만큼 춥기도 하다. 여름이 이렇게 지나갔구나. 깨닫지 못한 순간들이 더 많지만, 그래도 이제는 보내주어야 할 때다.


지난 어느 날에, 늦은 밤 엘리베이터를 탄 나는 잠에 취한 나머지 습관적으로 예전 집이 있는 16층에서 내렸다. 무의식 중에도 코너를 꺾어 예전 집 앞에 멈춰 서서야, 나는 이곳이 더는 내가 사는 곳이 아님을 깨달았다. 지독하게 더웠던 올해 여름에 나는 같은 오피스텔 중 조금 더 아래층에 있는 곳으로 집을 옮겼다. 이사한 지 삼 개월이면 이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니었나 보다. 


그곳에 두고 온 추억은 총 2년 치의 세월이 담겼으니, 무겁다 못해 버거울 지경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내 인생의 발판과도 같았던 곳. 나는 그곳에서 어쩌면 조금 더 혼자 사는 인생에 대해 배워야 했는지도 모른다. 침대 하나와 화장대 하나만 두었을 뿐인데, 가득 차 붐볐던 그곳에서 나는 여러 감정을 배웠다. 웃기도 참 많이 웃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추억이라는 게 다 그렇겠지만, 지나고 보니 참 별거 아닌 일들.



In a little while from now

If I'm not feeling any less sour

I promise myself to treat myself

And visit a nearby tower

And climbing to the top

Will throw myself off

In an effort to

Make it clear to whoever

Wants to know what it's like when you're shattered


-<Alone again(Naturally)>, Gilbert O'Sullivan



내가 건네는 호의가 결국엔 나를 찌르는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온전히 위해줄 수 없다면, 나부터 위선을 거두고 그 무엇도 바래서는 안 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을 때.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나의 불행들은, 어두운 밤 문턱에서 불쑥불쑥 나를 찾아왔다. 마치 네가 웃거나 행복할 자격이 있냐고 묻는 듯이.


어떤 사랑은 헤어짐으로써 완성된다. 나에게 있어 사랑은 온전했던 적이 없다. 그건 어떠한 이별도 온전히 해낸 적이 없어서였을까.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내린 덕에, 새 보금자리는 어쩐지 더 정이 간다. 


나한테 있어 가족은 늘 짐 같은 거였다. 짊어지고 있으면 어깨가 무너질 만큼이나 꽤 무거웠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게 구김살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종종 해주었다. 내가 그 말을 듣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그들은 모른다. 그런 면에서 그런대로 잘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산다. 서로의 짐을 들어보기 전까지는, 그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연말을 맞이하며. 그다지 속을 보여준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나를 잘 안다는 듯이 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꽤나 마음고생을 하며 생각의 나날을 흘려보냈다. 더 이상 나는 솔직하게 살지 않을 거다. 온전한 사랑과 이별을 해내기 전까지는, 다음 해가 오고, 또다시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간다 할지라도, 내가 믿을 건 나 하나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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