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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Choi Dec 18. 2019

[미국을 그리다] Maria Hwang 교수님을 뵙다.

With FIT 대학 Maria Hwang 교수님

뉴욕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수소문을 해왔다. 

지인부터 가족 친지까지 꽤 많은 분들을 통해서 소개를 받아왔지만, 번번이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뵙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아왔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서 뉴욕의 대학 교수님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FIT(패션 공과대학)의 Maria Hwang 교수님이다.

마리아 황 교수님은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사람이다.

마리아 황 교수님은 컬럼비아대 컴퓨터 교육학 전공 박사를 졸업하시고, 가장 최근 한국의 금강대학교에서 교수를 겸하시고 현재는 FIT에서 인공지능, 딥러닝 관련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다.


교수님과의 첫 만남은 아주아주 강렬했다.

미국에서 오랜 생활하신 분이라 키도 굉장히 크시고, 다리도 팔도 아주 길었다.

패션대학의 교수님이라 패션에도 아주 남다른 센스를 보유하신 것은 덤이었다.

FIT 대학 정문 건너편

처음 교수님을 뵙고 FIT라는 대학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짧은 거리.. 약 100m를 따라가는데 조금 힘들었다.

교수님의 긴 다리를 짧디 짧은 나의 다리는 교수님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다.


대학교 캠퍼스를 들어서면 마치 한국의 대학교를 보는 듯했다.

굉장히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뉴욕 웨스트 27번가에 위치한 FIT 대학은 패션 공과대학

한국인들이 패션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이곳 뉴욕의 중심가에 위치한 FIT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꽤 힘든, 아니 이태원 정도는 가야지 볼 수 있는 패션들이 캠퍼스 내부에서 볼 수 있다.


세상에는 참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유일하게 부유하게 자라온 집안의 자재분들이 가장 부럽다.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아왔고, 기회를 얻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이 꽤나 많아서이다. 

부유하게 자라오지 못한 촌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다. 


교수님과의 미팅은 굉장히 화끈하고 즐거웠다. 파워풀한 목소리를 가진 교수님의 목소리는 조금은 지루했을 인터뷰 시간을 화끈하게 만들어 주셨다.

학자의 이미지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었다. 이전 스탠포드의 폴 킴 교수님과는 굉장히 상반되는 분위기를 보유하셨다.


공식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교수님께서 자신의 이야기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 

"너희는 행복하게 살고 있니?"


교수님께서 과거 금강대학교에 교수직으로 계실 때 학생들에게 하던 질문이라고 하셨다.

교수님의 남편분께서도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항상 물어보던 질문 "Are you Happy?"


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과연 나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여행을 통해서 뉴욕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고 있지 않는가? 그럼 한국에 돌아가서 나의 삶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결국 황 교수님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답을 하지 못했다. 

돌아가면 다시 어지럽고 힘든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이 했던 이야기 중에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었다.

"많은 부모님들이 한 사람의 위인의 책에서 나온 성공의 법칙이라고 일컬어지는 행위들을 똑같이 따라 하라고 하지 않니?"

순간 머리를 내려쳤다. 

나의 부모님도 과거 누군가의 위인전에 나왔던 대목들을 이야기하며 책을 한 달에 5권 이상씩 읽으라고 하셨다.


책을 읽는 것은 지식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그렇게 책을 읽는다고 나 또한 위인이 될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살아온 환경도 다름은 물론 한 가지의 자극을 해석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똑같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사람처럼 위인이 될 수 없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서 0000처럼 되려면 한 달에 5권 이상 책을 읽어야 해!라고 교육을 할까?

자신이 이루지 못한 행복의 결과가 그저 위인이 되는 것, 경제적 부를 이루는 것인가?

삶의 꽃을 피우는 사람은 시기가 다 다르다. 누군가는 20대에 꽃을 피울 수 있고 누군가는 40대에, 50대에 이룰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그것을 강요하는 자신부터 책을 한 달에 5권 이상 읽으면 되는 것 아닌가? 


자녀에게 좋은 기회를 알려주기 위해 하는 노력은 물론 좋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게 책을 읽었는데 0000과 같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면? 그 목표를 가지고 살아온 자녀는 다음 목표를 어떻게 정해야하는 것인가? 오로지 그 사람처럼 되기 위해서 살아왔는데..


자녀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많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저 모습이 자신이 과거 젊은 시절에 꿈꾸던 행복한 자신의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넘어서 결국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리는 것을 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부모님의 삶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꽤 많은 친구들을 통해서 "나는 우리 부모님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판단으로 부모라는 존재 또한 개인의 삶에 만족하면서 가정을 이루어 산다면, 자녀들 또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방향을 더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럼 다시 돌아가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교수님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잠깐의 뉴욕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하이 라인 공원을 지나며 뉴욕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한국의 여느 공원과 다를 것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공원을 걷던 중 황 교수님의 배려로 뉴욕의 맛집을 가게 되었다.

Mussels 근육(muscle)과 홍합(mussel) 이 두 가지의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한 'Flex Mussels'이라는 가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가격표를 보고 당황했다. 굉장히 가격이 비싼 메뉴들 뿐이었다.

"교수님 가격이 너무 비싼데요.. 저희 인원이 4명인데..."

교수님께서는 굉장히 Flex 한 답변을 주셨다.

그런 걱정은 내일의 Maria가 할 걱정이야.


정말 이런 게 뉴요커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큼 교수님의 애제자는 아닌데...


언젠가 교수님께 보답해드려야 할 나의 책임이 생겼다.

정말 정말 감사했다. 

이후 뉴욕 현지인들이 가는 카페에서 커피와 아이스 케이크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그 시간 동안 들었던 뉴욕의 현재 정치적인 현황과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자이지만 조금은 아주 조금은 '뉴요커'가 되었다는 기분을 느꼈다.


교수님과는 만남의 마무리는 뉴욕의 유니언스퀘어에서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시간 동안 꽤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할까?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창업을 하는 것? 취업을 해서 경제적인 여유를 즐기는 것?

대기업에 입사하여 명예와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 


전부 'Not Now'였다. 

아직은 더 삶의 경험이 필요한 20대 후반.

내 삶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웠지만, 이 것 하나만큼은 정확했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내가 정한 신념과 가치를 무너뜨리지 않고 지키면서 살아가는 삶
그런 삶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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