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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Sep 13. 2021

대화의 희열

집으로 가는 길에 깨닫게 되는 온도

바람 한 점 없는 날

아무도 서로를 이기려 하지 않는

하얀 눈송이가 떨어진다


비싸고 값싼 소지품을 벗고

더럽고 깨끗한 손을 씻고

뜨뜻 미지근한 동료를 끌고 와

별안간 뜨겁게

미세한 얼음 조각과 눈싸움을 시작한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느릿느릿 흔들리는 눈은 간단히

수소 두 개, 산소 하나

무수히 작고 유한한 파동을 연주하는

헐벗은 투명한 몸으로

조용히 까만 아스팔트를 덮는

무색 무취의 살결


하얗게 김이 내리는

꽁꽁 언 도시가

강아지마냥 들 뜬 꼬리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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