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 라떼는 말이야...경험이 소음이 되는 시대

송길영의 주판과 엑셀 에피소드 - 부모자식간의 교운기 극복법

by 흔덕헌

欣德軒

제13화 : 라떼는 말이야.......

과거의 경험이 소음이 되는 시대


송길영의 '주판과 엑셀 에피소드'로 시작되는 성찰

부모자식간의 교운기 극복법



교운기(交運期)의 본질, 에너지의 질서가 재편되는 시간


나의 2021년은 신금(申)에 집중된 한 해였다. 아마도 병자(丙子)대운에서 정축(丁丑)대운으로 넘어가려는 ‘교운기(交運期, 운이 바뀌는 시기)’의 홍역이었을 것이다. 10년 주기의 운인 ‘대운’이 바뀌는 전후 1~2년의 전환기인 교운기는 마치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와 같다. 신체적, 정신적, 환경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운이 바뀔 때는 단순히 숫자와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에너지의 공기 자체가 바뀐다. 마치 물이 99℃에서 100℃가 되며 임계점을 통과하는 그 격렬한 상태와 비슷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나를 지배했던 가치관, 습관, 그리고 인맥까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본래의 것들과 시끄러운 마찰음을 발생시킨다. 내 삶의 에너지가 재편되는 시간인 것이다.


교운기의 첫 번째는 혼돈의 단계로, 이는 이유 없는 불안감에서 시작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의문이 드는 시기가 지나면, 인간관계의 단절이나 기타 상황들로 인해 불필요한 인연과 환경이 강제로 정리되는 두 번째 단계가 온다. 그리고 세 번째로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며 가치관이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비로소 새로운 대운을 맞이할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그러나 교운기는 에너지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불안정성이 크다. 환절기에 감기에 잘 걸리듯 모든 것에 조심해야하는 시기인 것이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후회를 남길 수 있어 이때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분들도 많다.


어쨌든 2021년의 나도 교운기를 앞두고 내 주변의 모든 에너지들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본체가 촛불인 정화일간(丁火)에게 신금(申金)은 육친으로 재성(財星)이다. 더욱이 나에게 신금은 가장 센 힘의 자리인 월지다. 자칫 힘의 안배를 잘못하면 시소가 확 기울어버릴 수 있는 월령의 자리.

교운기의 에너지는 나로 하여금 세상, 현실, 돈과 미래라는 재성에 포커스를 맞추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실 그것은 인성(印星)을 주에너지로 써야하는 나에게는 재극인(財剋印)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였다는 것을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 (이 에피소드는 추후에 꼭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나는 도서관의 대출정보를 살펴보면 그 당시 나의 관심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편이다.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독서를 시작하면 꽤 열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 이때는 자기성찰이 내 관심사였구나.’ 혹은 ‘난 참 시기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 때의 독서리스트를 돌아보면 죄다 경제학과 관련된 서적이었다. 통상 인문학 책이나 심리학을 탐독하던 나에게 큰 변화였다. 이 때 읽었던 책 중에 하나가 세상의 데이터를 읽는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의 「그냥 하지 말라」였다.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사람들의 마음을 캐는 광부?


그는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변화를 추적하며, 우리가 직면한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날카롭게 제시하는 인물이다. 단순히 수치를 분석하는 학자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나 커뮤니티 등 사람들이 남긴 방대한 족적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과 급변하는 현상을 찾아내는 방식을 택한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심을 읽어내는 현미경같은 통찰을 한다. 그는 기술의 발달이라는 것이 인간의 소외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자신의 본질에 집중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2021년 당시 송길영의 책을 읽고 그와 궤를 같이하는 생각의 흐름이 있었기에, 그 이후에도 그의 강의나 책을 관심 있게 보곤 했다. 교운기의 나를 ‘불안정 속에서 키우는 한 축’이었던 것이다.



송길영의 주판과 엑셀 에피소드


그가 강의에서 가끔 이야기를 꺼내는 에피소드 중에 ‘주판과 엑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기성세대에게 주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본인이 치열하게 숙련도를 쌓아온 ‘훈장’같은 상징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그저 고리타분한 기성의 방식일 뿐이다. 엑셀 함수 한 줄이면 끝날 일을 왜 주판을 두드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본인들이 그 방식으로 성과를 냈기에, 그 과정을 생략하고 새로운 도구(엑셀)로 넘어가는 후배들을 ‘요행을 바라는 놈들’로 치부해 버린다. 또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인 주판의 숙련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며, 이를 감추기 위해 자신의 방식을 ‘정석’이라고 정의하고 강요한다. 여기에는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생존본능’으로의 고집도 들어가 있다. 엑셀의 세계로 넘어가면 기성세대는 ‘결정권자’에서 ‘문맹자’가 되기에,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주판의 시대에 머물러야만 아랫사람을 가르치고 훈계할 명분이 생긴다. 이것은 ‘내 권위는 여전하다’는 선언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이제 우리는 핵개인의 시대에 와있다. 과거의 경험이 데이터가 아닌 소음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면서 주판을 강요하는 순간, 그 조직은 도태된다. 이제는 때로는 아랫사람이 ‘역멘토링’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성세대가 과거의 자신들의 방식을 현재의 표준으로 강요하는 것은, 결국 변해버린 세상의 속도를 인정하지 못하는 심리적 저항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은 회사나 조직 뿐 아니라, 가정 특히 부모와 자녀관계에서도 흔히 목격된다.



경험의 저주, 부모가 하는 '가스라이팅'으로서의 ‘정석’강요



사실 기성세대가 가진 경험은 과거의 특정 환경에서만 유효한 데이터다. 더 나아가 이것이 부모 자식 관계로 적용되면, 이는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 ‘생존전략의 충돌’이자 ‘사랑이라는 이름의 통제’라는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부모에게 ‘주판’의 상징적 의미는 본인을 굶기지 않고 자식을 키워내게 했던 인생의 공식이다. 본인이 고생해서 얻은 결과물에 큰 가치를 두기에, 자식이 도구로 쉽게 성과를 내는 모습도 마땅치 않고, 새로운 길을 가려고하면 그것 자체를 불안정한 요행으로 간주하기 쉽다. 조금 더 강경한 경우에는 본인의 방식을 강요하기도 한다.

흔한 예로 자식을 키울 때는 직업적 방향성에 부모의 고집을 끼워 넣어 압박하기도 하고, 자식이 가정을 이루면 며느리에게 사사건건 자신의 방식을 교육하기도 한다. 사실 자녀 세대에게 부모의 방식은 단순히 낡은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되는 도구일 수 있다. 핵개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자녀와, 가족이라는 울타리 내의 위계를 중시하는 부모사이의 갈등이 여기서 폭발한다.

사실 부모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속마음 깊은 곳에는 권위 상실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본다. 자신의 역할이 부재할까 걱정하는 마음과, 자식에 대한 통제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부모자식간 ‘교운기’를 극복하는 법


명리학적 관점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대운의 흐름처럼 ‘교운기’를 겪는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적인 개체가 되는 시기가 바로 가정의 교운기다. 그리고 자신만의 가정을 이루어 또 다른 부모가 되는 시점 역시 교운기다. 이 시기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가정 내에서 부모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를 멈추려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자녀’를 분리해야 한다. 부모의 ‘주판’이 그 시대에는 정답이었을지 몰라도, 지금 자녀의 손에 들린 ‘신도구’들은 이 시대의 생존권이다.

아마도 부모가 자녀에게 신도구의 사용법을 배우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고집은 사라지고 서로간의 존경이 시작될 것이다.


부모는 비효율을 가스라이팅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2026년 2월 9일, 첫째 Eva의 생일을 기념하며,

글쓴이 흔덕헌 (欣德軒은 '덕을 기뻐하는 집'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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