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음악 추천은 '기획'과 '맥락'을 읽어내는 사람의 몫
이전 글들에서 우리는 음악이 어떻게 데이터의 옷을 입고 서비스의 기초를 다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잘 다져진 기초 위에서, 서비스는 어떻게 수백만 곡의 노래 중 바로 '지금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찾아내 우리 앞에 데려다 놓는 걸까요?
그 여정에는 보통 두 가지 길이 있는데요.
내가 직접 나서는 '검색'과, 서비스가 먼저 건네는 '추천'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가지 방식이 어떤 재료와 방식들로 만들어지는지,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험해 보고자 합니다.
좋은 추천을 만들어 내기 위해, 세계적인 서비스들은 어떤 재료들을 사용할까요?
단순히 내가 '좋아요'를 누른 기록만 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첫째, 사용자의 취향이 남긴 흔적
플레이리스트, 좋아요, 스킵 등은 나의 취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재료입니다.
카카오 아레나 같은 경진대회에서 플레이리스트 데이터셋이 공개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둘째, 음악 자체가 가진 정체성
지난 글에서 다뤘던 '메타데이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아티스트, 장르, 태그는 물론 작곡가, 발매 연도까지, 음악의 상세한 프로필은 추천의 가장 기본적인 뼈대가 됩니다.
셋째, 음악이 품은 '느낌' 그 자체
흥미롭게도 스포티파이는 음악 파일을 직접 분석해 '춤추기 좋은 정도(Danceability)'나 '에너지(Energy)' 같은 오디오 특성을 추출합니다. 이는 Shazam이 소리를 듣고 노래를 찾는 기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노래의 '분위기'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바꾸는 과정이죠.
넷째, 음악을 둘러싼 '세상의 이야기'
지금 이 아티스트가 세상에서 어떤 맥락으로 이야기되는지, 음악 블로그나 뉴스 기사까지 분석해 추천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재료와 최첨단 알고리즘만 있으면 최고의 추천이 완성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AI에게는 신규 사용자에게 추천할 데이터가 없는 '콜드 스타트'나, 비슷한 노래만 계속 추천하는 '필터 버블'과 같은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인간 큐레이터'의 통찰력이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알고리즘이 매일 수백만 명에게 일상적인 맞춤 추천을 제공한다면, 인간의 몫은 시대정신에 맞는 좋은 음악을 발굴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트렌드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음악 시장은 각 나라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취향이 천차만별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떠오르는 인디 밴드"나 "장마철에 듣기 좋은 시티팝" 같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추천하는 것은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의 영역인데요.
멜론의 '멜론DJ' 플레이리스트 역시, 알고리즘이 놓칠 수 있는 시의성과 문화적 맥락을 사람의 관점으로 채워주는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술은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통해 어떤 '경험'과 '발견의 즐거움'을 선물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니까요.
세 편의 글을 통해 음악이 데이터가 되고, 서비스가 되는 여정을 따라와 보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사용자와 사용자들이 '좋아할 음악' 사이의 거리를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이죠.
이런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아갈수록, 저는 음악을 듣는 경험이 오히려 더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좋다고만 느꼈던 플레이리스트 추천이, 어쩜 이렇게 내 취향을 잘 알아낼까 싶었던 단순한 호기심이, 이제는 이 질서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터 말이죠.
우리가 무심코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음악과의 만남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거쳐 닿게 된 필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기술에 대한 이해가 오히려 음악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 제가 이번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 전공의 길에서 콘텐츠와 미디어, IT를 결합하여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총 세 편의 글을 작성하며 많은 영감을 얻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은 자료들입니다.
각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Netflix, 「플레이리스트 (The Playlist)」, 2022.
남경민 외 4인, 「음원 메타데이터 임베딩을 활용한 사용자 플레이리스트 기반 음악 추천」, 정보처리학회 논문지 Vol.13, No.8, 2024.
유승재 외 2인, 「카카오 아레나 데이터를 이용한 플레이리스트 추천 시스템」, 한국정보처리학회 학술대회논문집, 2020.
Kakao Tech, 「카카오 AI가 추천하는 멜론 플레이리스트」, 카카오 기술 블로그, 2022.12.13.
Kakao Tech, 「머신러닝 기반의 유사 아이템 검색(C-Rank) 모델 개발기」, 카카오 기술 블로그, 2022.11.23.
가우디오랩 (Gaudiolab), 「AI가 나를 위한 BGM을 찾아주는 기술, Music Replacement」, 가우디오랩 기술 블로그, 2024.05.21.
iNews24, 「[창간 22주년] 멜론, '데이터' 기반으로 초개인화·소통 강화」, 2022.09.28.
ChosunBiz, 「“스포티파이 성공 비결은 공짜… 음악 공짜로 풀자 유료 전환 늘었다”」, 2021.02.19.
INSPIRE.d, 「스포티파이는 어떻게 내 취향을 알아낼까?」, maily, 2023.08.28.
kciter, 「Shazam은 어떻게 음악을 인식할까?」, kciter.so, 2017.03.12.
김혜선, 「플레이리스트 데이터,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Brunch, 2020.12.03.
이승희, 「스포티파이는 어떻게 음악 추천을 잘할까?」, Brunch, 2020.08.17.
KCC, 「AI 음악 창작 시대,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KCC 공식 블로그, 2024.05.20.
Market Eyes, 「[Kakao Arena] 플레이리스트 추천시스템 경진대회 돌아보기」, Tistory, 2020.08.06.